주주친화정책을 적극 실행에 옮기고 있는 씨젠이 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주친화정책을 적극 실행에 옮기고 있는 씨젠이 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코로나19 사태로 실적이 폭등하는 등 수혜를 입고 있는 씨젠의 주가가 연이은 주주친화정책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봉의 3배 가까운 보수를 수령한 천종윤 대표의 고심이 한층 더 깊어지게 될 전망이다.

◇ 씨젠 주가, 무상증자 이전 수준으로 회귀

씨젠은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커다란 수혜를 입은 대표적 기업이다. 발 빠르게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하며 경이로운 실적 성장을 이뤄냈다. 씨젠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822%, 2,915%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주가 폭등으로도 이어졌다. 2019년 말까지만 해도 3만원대 초반에 형성돼있던 주가가 지난해 8월 최대 32만원을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가파른 상승세는 거기까지였다. 이후 주춤하기 시작한 씨젠의 주가는 지난해 3분기 들어 20만원대가 무너지는 등 뚜렷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이어 새해 들어서도 하락세가 지속되더니 2월 하순엔 15만원대까지 붕괴됐다. 수개월 만에 10배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다시 수개월 만에 반토막 난 셈이다.

그러자 씨젠의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말부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며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씨젠이 주가부양에 소극적이라는 게 불만의 핵심이었다. 이들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천종윤 대표이사 재선임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까지 했다.

이에 씨젠은 주주달래기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엔 배당확대 방침을 발표한데 이어 임원들이 자사주를 대거 매입했고, 주주총회 직후인 지난 4월엔 무상증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 결과 씨젠의 주가는 4월 하순 들어 20만원대를 회복하며 반등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그저 일시적인 반등에 그치고 말았다. 때마침 공매도가 재개되면서 씨젠의 주가는 직격탄을 맞았고, 이후 줄곧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100% 무상증자가 주가에 처음 반영된 4월 23일 당시 씨젠의 주가는 10만7,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무상증자 이전 주가 기준으로는 21만5,000원에 해당한다. 하지만 4월이 채 끝나기도 전에 10만원 밑으로 떨어진 주가는 이후 단 한번도 10만원 위로 올라가지 못했고, 현재는 6만5,000원대에 형성돼있다. 주주친화정책을 본격 추진하기 전의 주가로 돌아간 셈이다.

이처럼 씨젠의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는 시장 전반의 저평가와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우려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로 폭등한 실적이 코로나19 시대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씨젠 측은 분자진단 분야의 성장 가능성 등을 강조하고 있으나 시장의 평가는 냉철하기만 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씨젠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회사의 중장기 성장 전략과 비전 등을 꾸준히 실천해 회사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주주친화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 속에 주가부양의 책임자로 지목돼온 천종윤 대표가 상반기 거액의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주들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씨젠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천종윤 대표는 올해 상반기에만 43억8,700만원의 보수를 수령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지난해에는 연간 보수로 15억3,100만원을 수령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3배에 가까운 보수를 받은 것이다. 

여기엔 30억원에 달하는 기타 근로소득이 큰 몫을 차지했다. 씨젠 측은 이러한 기타 근로소득 책정 기준에 대해 “창립 후 기술 및 제품개발을 통해 회사의 지속 성장에 기여하고, 2020년 전 세계 코로나 팬더믹 대응에 매진하며 회사의 위상 강화에 기여해 공로상을 수여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씨젠 관계자는 “이사회 논의 결과 포상금 지급을 결정한 것”이라며 “씨젠은 21년간 분자진단만 꾸준히 연구해왔으며, 천종윤 대표가 경영 및 연구개발 최전선에서 성장을 이끌어왔다. 코로나가 최초 발생한 2019년 12월, 천종윤 대표이사의 빠른 판단으로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코로나 진단키트를 개발했고, 이로 인해 작년 한 해 매출 10배 성장이라는 퀀텀점프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놀라운 성과 달성에 지난해 핵심 공헌 임직원에게 연말 포상을 진행했으나, 천종윤 대표이사에게는 지급하지 않았다. 천종윤 대표이사는 지난해까지 급여 외 인센티브 등 보상을 받은 바 없다. 이에 지난 20년간 경영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그 공로를 인정해 포상금 지급을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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