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은 최근 드라마 ‘DP.’ 제작사와 넷플릭스 측에 자사 편의점과 관련된 부정적 내용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세븐일레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법인명 코리아세븐)이 심란한 처지에 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된 가운데 한 드라마 제작사에 자사 편의점을 촬영 공간으로 제공했다가 예상치 못한 악재까지 마주해서다. 최근 세븐일레븐 측은 넷플릭스 드라마 ‘D.P.’에 자사 편의점주가 부정적으로 묘사된 장면이 등장한 사실을 확인하고 법정 대응을 검토하고 나섰다. 

◇ 사전 협의 없는 악덕점주 묘사… “점주 명예·브랜드 이미지 훼손”

8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최근 ‘D.P.’ 제작사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와 글로벌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기업인 넷플릭스 측에 드라마 속 부정적 내용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D.P.는 군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P, Deserter Pursuit)가 탈영병을 쫓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로 넷플릭스에서 지난달 27일부터 공개됐다. 세븐일레븐이 문제를 삼은 것은 해당 드라마 5회차에 나온 일부 장면이다. 

해당 회차에선 아르바이트생인 황장수(신승호 분)가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진열대에서 빼자 점주가 면박을 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해당 장면에서 점주는 “유통기한 지났다고 바로 치우면 적자 나는 건 니가 메꿀거야? 어?!”라고 핀잔한 뒤, 아르바이트생의 가슴팍을 때리고 다시 채워놓으라고 지시한다. 해당 장면에서 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은 세븐일레븐 로고가 선명히 찍힌 조끼를 입고 있었다. 해당 장면은 세븐일레븐 내부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장면을 확인한 세븐일레븐 측은 즉각 항의에 나섰다. 이러한 장면 묘사가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며, 점주 명예와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본사는 촬영 협조 요청을 받을 시, 부정적인 장면이 들어가면 아예 장소 제공을 하지 않고 있다”며 “당초 해당 드라마 제작사 측에선 아르바이트생이 상품을 진열하는 모습만 찍을 것이라고 해서 협조 요청을 받아드린 것이다. 그런데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던 내용이 반영돼 당혹스러웠다”고 밝혔다. 

◇ 실적 악화로 가뜩이나 힘든데…  촬영 협조했다가 날벼락

세븐일레븐 측은 이 같은 장면 묘사가 자사의 점주 명예 및 브랜드의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보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유통기한이 지난 신선제품의 경우, 포스기를 통해 필터링이 된다”며 “일반 공산품 역시, 본사와 점주 측은 모두 철저하게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고의적으로) 재진열하는 점주들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븐일레븐은 해당 방송이 나간 뒤, 점주들의 문의와 클레임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에 본사 측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고 판단해 공식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 측은 현재 제작사엔 방영 내용에 대한 수정 조치를 요구한 상태다. 넷플릭스에도 관련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우선 법정 분쟁보다는, 원만한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가뜩이나 매출 부진으로 상황이 좋지 못한 때, 브랜드 이미지 훼손 이슈가 불거져 더 당혹스런 분위기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8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14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올 상반기엔 5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코로나19 여파로 관광지나 유흥지 소재 점포들의 매출이 급감한 것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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