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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횡령·도박’ 박정규 세종공업 부회장, ‘씁쓸한 경영복귀’
2021. 09. 09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과거 배임·횡령 및 도박 범행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세종공업 오너일가 2세 차남 박정규 부회장이 올해 경영에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배임·횡령 및 도박 범행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세종공업 오너일가 2세 차남 박정규 부회장이 올해 경영에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배임·횡령 및 도박 범행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세종공업 오너일가 2세 박정규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의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취업제한 저촉 여부 등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경영복귀지만, 세종공업 측은 눈과 귀를 닫은 모습이다.

◇ 연 매출 1조 중견기업 오너일가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세종공업은 현대자동차의 기틀을 다진 ‘포니 정’ 고(故)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의 처남인 박세종 명예회장이 설립한 자동차부품회사다.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큰 규모와 탄탄한 입지를 자랑한다. 

이 같은 세종공업은 2018년 11월 오너일가 2세 차남 박정규 부회장(당시 총괄사장)이 전격 구속되며 사회적 파문에 휩싸였다.

박정규 부회장의 혐의는 크게 배임·횡령 및 도박으로 나뉘었다. 먼저, 배임·횡령은 세종공업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세정에서 이뤄졌다. 박정규 부회장은 자신이 대표이사이자 회장으로 재직 중이던 세정에서 2013년 3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총 174억8,000여만원을 횡령했다. 여기엔 허위 회계처리는 물론 계열사 및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세정의 자금을 대여하는 것처럼 꾸미는 등 다양한 방식이 동원됐다.

또한 박정규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 중이던 세종공업 주식을 시세보다 비싸게 세정에 넘기는 방식으로 11억1,500여만원의 배임을 저질렀다.

도박 혐의 또한 무거웠다. 2014년 6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총 146억원 상당의 상습도박을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기엔 배임·횡령을 통해 확보한 자금도 대거 활용됐다. 특히 미국 영주권을 활용해 국내 카지노에 출입했던 박정규 부회장은 영주권 상실하자 환치기를 활용해 필리핀과 마카오 등에서 상습도박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현지에 베팅을 대리해주는 소위 ‘아바타’를 두고 ‘전화베팅’을 하기도 했다.

죄질이 좋지 않은 것은 물론, 범죄 기간 및 규모가 상당했던 박정규 부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으며 실형을 면치 못했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2019년 6월 항소심 판결 이후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박정규 부회장은 세정은 물론 세종공업 등 관계사에서 물러났으며, 보유 중이던 세종공업 지분을 모두 정리하기도 했다. 

◇ 조용히 돌아온 박정규 부회장… 논란 소지 다분

이처럼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고 회사를 떠났던 박정규 부회장은 올해 들어 세종공업에 전격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공업의 1분기 보고서부터 임직원 현황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직위는 부회장, 미등기 상근임원으로 명시돼있다. 담당업무는 ‘업무총괄’이다.

2018년 11월 구속기소돼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은 박정규 부회장은 만기출소일이 지난해 5월이었다. 정확히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출소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출소한지 1년여 만에 전격 복귀한 셈이다.

배임·횡령 범죄 규모만 185억원에 달하고, 이 중 상당액을 도박으로 탕진한 박정규 부회장의 경영복귀는 그 자체로 적절치 않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이르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실제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박정규 부회장은 중견기업 대표이자 실질적 운영자로서 그 지위를 이용해 개인적 목적을 위해 자금을 횡령하고 배임했다. 이는 시장경제질서의 근간이 되는 회사 제도의 취지를 몰각시킨 것”이라며 “범행 동기와 수법, 피해 규모, 피고인의 지위, 역할 및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할 때 그에 걸맞은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박정규 부회장은 재판 중 세종공업 등에서 사퇴한 점이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박정규 부회장이 세정 등 관계회사에 사임서를 제출해 개전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판결문에 명시했다. 때문에 박정규 부회장의 이번 경영복귀는 그의 사퇴가 ‘보여주기용’이었고, 재판부를 기만한 것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경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취업제한에 저촉될 소지 또한 상당하다. 특경법 제14조는 배임·횡령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가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제한하고 있다. 기간은 징역형의 경우 집행 종료로부터 5년이다.

박정규 부회장이 배임·횡령 범행을 저지른 것은 세정이다. 다만, 세정과 세종공업은 박정규 부회장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이며, 특히 세종공업은 박정규 부회장 일가가 거느리고 있는 기업체 중 유일한 상장사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또한 박정규 부회장의 배임 범행에 세종공업 지분이 핵심적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세종공업 측은 내부 법적 검토를 거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의 승인을 받은 것이 아닌 자체적인 판단인 만큼, 취업제한에 저촉될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박정규 부회장의 경영복귀는 소리소문 없이 이뤄졌다. 박정규 부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복귀한 만큼, 주주총회를 거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복귀 과정에서 어떠한 사과나 반성의 메시지도 없었다. 심지어 세종공업 내부 관계자는 박정규 부회장의 경영복귀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다. 박정규 부회장은 온라인 게시물 삭제 대행 업체를 통해 본지에 과거 기사 삭제를 요청하는 등 오히려 과거를 지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종공업의 태도 역시 굴지의 중견기업으로서의 책임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본지와 처음 연락이 닿은 세종공업 관계자는 “박정규 씨에 대해선 이야기 할 것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회피했다. 이후 연결된 또 다른 관계자는 당초 “박정규 부회장은 경영에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가 분기보고서 상 임원 현황을 제시하자 이를 인정했다. 이후 이 관계자는 취업제한 문제와 관련해 내부 법적 검토를 거쳤다는 답변만 전해왔을 뿐, 박정규 부회장 경영복귀의 적절성 여부 등에 대해선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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