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이낙연 전 대표가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지층 결집과 호남 표심 공략을 위한 ‘배수진’이었지만,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의원직 사퇴 선언 하루 만인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방을 뺐다. 의원실에 속한 보좌진 역시 모두 면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오후 광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든 것을 던져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면서 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 ‘결기 보여줬다’ vs ‘무책임하다’

우선 이 전 대표는 자신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의원직 사퇴를 밝히며 지지층 결집을 노렸다. 이 전 대표의 사퇴 선언 이후, 그의 지지층 내에서는 호남 지역 경선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이 전 대표가 의원직을 내려놓는 ‘결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이 전 대표의 배수진으로 인해 호남 경선에서 승리하고, 1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을 얻어 이재명 경기지사의 과반 득표를 저지한다면 결선 투표도 노려볼 만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반응도 존재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본인이 아니면 누구도 대선후보 자격이 없다는 식의 발언은 독선적이다 못해 망상적인 발상”이라고 직접 비판했다. 절박함의 상징일 수는 있으나,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치 1번지’ 종로구는 민주당에게 쉽지 않은 지역이라, 재보궐선거에서 종로를 빼앗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역시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를 만류 중이다. 이 전 대표는 사퇴 의지를 꺾지 않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사퇴로 인해 당원들의 ‘원팀’ 기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는 이 지사의 ‘현직 프리미엄’을 공격할 수 있는 또 다른 네거티브 공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 호남의 ‘전략적 선택’ 주목

또한 이 전 대표가 자신의 고향이자 민주당의 ‘성지’이기도 한 호남에서 사퇴를 선언한 것 역시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호남 유권자들에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후보’ 대신 자신을 선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고, 이낙연 캠프의 설훈 의원이 사퇴 의사를 밝히려다 저지됐다. 

민주당 경선에서 호남 유권자들은 지역 연고와 관련 없이 ‘될 후보’에게 전략 투표를 해 온 바 있다. 호남 유권자들의 이같은 성향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호남의 장자’로 불리던 한화갑 후보 대신 노무현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2012년 대선 경선과 2017년 대선 경선에서 호남의 선택을 받았다. 

이에 이 전 대표의 사퇴 선언은 호남 유권자들에게 ‘이재명 대세론’을 굳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오히려 표심을 끌어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지난 6일부터 투표를 시작한 64만명 규모의 1차 선거인단 역시 ‘밴드웨건’ 효과로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전 대표의 선택이 이같은 역풍을 낳는다면, ‘결기’를 보여줬음에도 ‘실리도 명분도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만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