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13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TK 재도약 5대 공약'을 발표하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을 놓고 국민의힘이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이번 사태를 ‘박지원 게이트’로 규정하고 공세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연일 윤 전 총장을 때리며 당과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장 당내에선 홍 의원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장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고 선거 개입 논란의 중심에 선 사실만으로도 박지원 원장은 더 이상 국정원장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간 ‘고발 사주’ 논란으로 수세에 몰렸던 윤 전 총장은 이번 의혹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연결고리를 공략하고 있다. 이번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12일) SBS 뉴스 인터뷰에서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거나 제가 배려받아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조 전 위원장은 즉각 해당 발언은 ‘얼떨결’에 나온 것이라며 의미부여를 일축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은 의구심을 해소하기에 충분치 않았다.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은 이번 제보와 관련해 박 원장의 ‘입심’이 존재했던 것 아니냐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장이 제보자를 만난 시점 바로 앞과 바로 뒤의 이런 내용의 캡처가 이루어진 정황은 박 원장이 모종의 코치를 한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이날 긴급 현안 보고에서 “박 원장, 조 전 위원장, 민주당 삼위일체 정치공작, 삼각 동맹 정치공작을 밝히는 데 온 당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세에 나선 것은 윤 전 총장과 당 지도부만이 아니다. 그간 윤 전 총장 때리기에 나섰던 당내 대선주자들도 힘을 보탰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전날(12일) 윤 전 총장을 만나 이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을 약속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박 원장이 배후설을 해명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 홍준표 ′엇박자′에 당내선 비판 고조

그러나 홍준표 의원만은 이같은 당 분위기와 한 발 떨어져 있다. 앞서 그는 페이스북에 “후보 개인의 문제에 당이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며 “후보자 개인이야 훌쩍 떠나 버리면 그만이지만, 당은 중차대한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정확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자칫 이번 사태로 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이다.
 
물론 당내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성은 씨의 말을 믿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작으로 프레임을 짜서 가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도 뉴스토마토 유튜브 채널인 ‘노영희의 뉴스in사이다’에서 “지금 '윤석열 리스크'가 당연히 '집권의 리스크'로 옮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가 홍 의원에게 ′호재′라는 점도 그가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로 거론된다. 홍 의원은 꾸준한 지지율 상승세로 최근 윤 전 총장과 ‘양강 구도’를 형성해 왔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의 악재는 곧 그에게 역전의 발판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꾸준히 윤 전 총장을 때려왔다.

이렇다 보니 당내에선 홍 의원을 향한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최재형 캠프 이규양 언론특보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이 같은 상황에서 홍 후보가 자신의 지지율에 도취하여 권력의 압박을 받고있는 윤 후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소탐대실 행태”라며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정권교체를 이루어 내야한다”고 압박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다른 후보의 위기가 나의 기회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며 홍 의원을 질책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이러한 홍 의원의 태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지지율이 취약하다는 점은 대표적인 ′아킬레스건′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최소한 지금까진 윤 전 총장이 그랬을 거라는 전제하에 몰아쳐서 반사이익을 얻으려 했겠지만, 국면이 전환된 상황에선 힘을 보태야 한다”라며 “(홍 의원은) 이런 스탠스라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정체가 뭐냐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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