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고발 사주 의혹에 캠프 인사가 연루됐다는 소문의 진원지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을 겨냥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의 만남에 ‘동석자’로 홍준표 캠프 인사가 거론됐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윤 전 총장 측이라는 의구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홍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고발 사주 사건에 마치 우리측 캠프 인사가 관여된 듯이 거짓 소문이나 퍼뜨리고 특정해 보라고 하니 기자들에게 취재해 보라고 역공작이나 한다”며 “참 잘못 배운 못된 정치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누가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며 “야당 내 암투가 아니라 본인과 진실의 충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8월 박 원장과 조 전 부위원장이 식사자리에 한 명의 동석자가 더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홍준표 캠프 이필형 조직1본부장이 해당 동석자로 지목됐다. 그러나 박 원장과 조 전 위원장 등 당사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이 본부장도 복수 언론을 통해 이들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선을 그었다.

홍 캠프 측은 이러한 소문의 진원지가 윤 전 총장 측이라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박 원장과 조 전 위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성명불상자 1인’을 대상에 포함했다. 윤석열 캠프 이상일 공보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동석자 관련)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며 의혹을 부추겼다. 

물론 윤 전 총장 측은 당내 ‘암투’라는 해석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홍 의원을 직접 겨냥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캠프 이두아 대변인은 이날 YTN ′더뉴스′에 출연해 “캠프에서 홍준표 의원이나 야당 캠프 소속이라고 특정해 의혹을 제기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단지 ‘동석자’가 정치권 인사인지를 수사기관이 밝혀달라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공세의 고삐는 놓지 않았다. 윤석열 캠프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만남 장소였던 롯데호텔 식당의 출입내역과 CCTV, 결제내역 등을 통하여 제3의 인물이 동석했는지, 그 동석자가 이번 정치공작 기획에 공모했는지 여부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3일 오후 민생탐방을 위해 경북 안동중앙신시장을 찾아 상인과 파이팅 하고 있다. /뉴시스

◇ ′주도권 싸움′ 본격화

홍 의원 측은 이러한 윤 전 총장 측의 공세에 ‘대응할 가치도 없다’는 반응이다. 홍 의원 캠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캠프에선 입장을 낼 것도, 관심도 없다. 터무니없어서 곧 진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이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도 있는 만큼, 사실이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이번 갈등을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간의 주도권 다툼으로 평가한다. 그간 홍 의원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온 만큼, 윤 전 총장으로서는 위기감이 높아진 형국이다. 여기에 고발 사주 의혹으로 발목이 잡힌 것도 윤 전 총장으로선 아픈 대목이다. 반면, 홍 의원은 추석 전 ‘골든 크로스’를 강조하며 연일 윤 전 총장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여론조사에서도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11일부터 12일 실시한 ‘보수야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홍 의원이 32.8%를 기록해 선두에 올랐다. 윤 전 총장은 25.8%로 뒤를 쫓고 있다. (표본오차 95%p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는 15일 ′1차 컷오프′ 결과는 이들의 신경전을 더 첨예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순위와 득표율이 직접 공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누가 1위 자리에 오를 것인가는 당내 초유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득표율에서 큰 차이가 벌어진다면 향후 당내 경선에 미칠 파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편 홍 의원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관 대통령 예비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을 겨냥해 “의혹에 쫓기고 지지율에서 지면서 이제는 걸고넘어져야겠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주변에서도 가만히 두면 스스로 무너진다고 한다”고 재차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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