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방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중희 테크로스 대표가 부방그룹 후계구도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부방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중희 테크로스 대표가 부방그룹 후계구도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견그룹 부방이 뚜렷한 실적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를 탈출하지 못한 모습이다. 최근 오너일가 3세 이중희 테크로스 대표가 후계구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그룹 차원의 체질개선도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언제쯤 실적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적자 거듭되는 부방… 후계 입지 굳히는 이중희

부방그룹의 핵심이자 유일한 상장사인 부방은 최근 실적 부진이 뚜렷하다. 2015년 리홈쿠첸에서 지주회사로 분할하고, 이듬해 부산방직공업을 합병한 부방은 2017년 들어 연매출이 3,000억원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2017년 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고, 2018년 3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2019년과 2020년엔 다시 적자를 면치 못했다. 

물론 2019년 42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1억원대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부방은 올해 상반기 또 다시 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아직 하반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3년 연속 적자라는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모습이다.

실적 부진의 원인은 핵심 사업인 가전 및 유통부문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방은 전체 매출액에서 가전부문이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유통부문까지 더하면 80%에 이른다. 주력 제품은 ‘쿠첸’이란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밥솥이다. 그런데 밥솥 시장은 성장이 다소 정체된 가운데 경쟁은 여전히 치열한 상태다. 

부방의 이러한 실적 흐름은 최근 나타난 후계구도 변화 및 체질개선 움직임과 맞물려 더욱 눈길을 끈다. 부방은 오너일가 2세 이동건 회장이 여전히 경영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동건 회장의 나이가 8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만큼, 후계문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후계구도가 오너일가 3세 차남 이중희 테크로스 대표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기존엔 장남 이대희 전 부방 부회장과 이중희 대표가 나란히 후계구도를 형성해왔지만 중대한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부방에 합류했던 이대희 전 부회장은 올해 3월 돌연 공유킥보드 업체 ‘씽씽’에 부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씽씽 운영사 피유엠피는 부방그룹과 무관한 스타트업이다. 반면, 이대희 전 부회장과 같은 시기에 부방에 합류한 이중희 대표는 올해 3월 기존의 기타비상무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존재감을 키웠다. 

이 같은 후계구도의 변화와 함께 부방그룹은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실적을 통해 살펴봤듯 가전 및 유통부문이 부진한 가운데, 또 다른 계열사 테크로스를 중심으로 한 수처리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부방그룹은 앞서 2010년 테크로스를 인수했으며, 이후 테크로스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LG그룹으로부터 수처리사업부문을 인수해 외형을 더욱 키웠다. 또한 이중희 대표가 부방 사내이사로 합류한 직후인 올해 4월엔 부방이 테크로스의 자회사인 테크로스인베스트먼트에 대규모 출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테크로스는 지난해 기존의 부방 최대주주였던 이대희 전 부회장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며 새로운 최대주주가 됐다. 여러모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주목할 점은 테크로스를 이끌어온 이중희 대표가 이 회사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부방그룹의 후계구도가 이중희 대표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 부방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한 이중희 대표는 향후 경영적인 측면에서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대관식’만 앞둔 셈이다. 

다만, 부방의 실적 개선과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낙점한 수처리사업의 안정 및 성장은 이중희 대표가 풀어야할 무거운 당면과제다.

한편, 본지는 실적 및 후계구도에 대한 부방그룹 측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담당자와 닿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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