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구독경제'가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앞으로 경제 생활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은 물건에 대한 소유가 아니라 서비스와 경험에 대한 접속이 될 것이다. 소유권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접속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2000년 집필한 저서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을 통해 밝힌 이 예언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 사태의 장기화 추세가 이어지면서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글로벌 ‘구독경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부터 게임, 쇼핑에 이르기까지 ‘비대면 시대’의 새로운 디지털 경제 트렌드로 구독경제가 떠오르고 있어 우리나라 기업들도 새롭게 급부상하는 디지털 구독 경제 시대를 맞아 다양한 비즈니스 전략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 비대면 경제에 구독 시장 급성장… 오는 2025년 562조원 규모 육박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는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경제 모델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일반적으로 신문이나 잡지를 정기 구독하는 것도 구독 경제 모델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엔 구독경제모델이 단순 생필품 등 물건에서 OTT, 게임 등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가전제품,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면서 글로벌 구독 시장 규모 역시 급속도로 팽창하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구독 기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132억달러에서 연평균 68%의 성장률을 보이며 오는 2025년 4,782억 달러(한화 56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역시 빠른 속도로 구독경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식품산업통계정보(2020)’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 중 70%가 콘텐츠, 생필품, 화장품 등 상품 및 서비스를 전자 구독 비즈니스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IT경제 분야 전문가들은 구독경제모델이 급성장하게 된 이유에 대해 ‘편리함’과 ‘실용성’ 때문으로 보고 있다. 상품을 구매해 영구 소장하는 것을 선호했던 기존 트렌드와 달리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단순한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행태로 소비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단순한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행태로 소비 방식이 변화하면서 게임, 쇼핑, OTT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독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원본 사진=Gettyimagesbank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5월 발표한 ‘디지털 구독경제 트렌드와 비즈니스 기회’ 보고서에서 구독 서비스가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가장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디지털화의 진전’을 꼽았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많은 기업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제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 역시 디지털 구독경제를 활성화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예기치 못한 소득 감소로 인해 소비자들이 서비스 및 상품의 영구 소장을 위해 한 번에 무리한 지출을 하기보다는 필요한 만큼 이용하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다수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에 눈길을 돌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식품시장 뉴스레터-식품구독경제’에 따르면 국내 소셜미디어(블로그)상에서 키워드 ‘구독경제’가 언급된 횟수는 코로나19 발발 시기인 2020년 2월~6월 동안 2,01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453건) 4.4배나 증가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품목과 서비스 종류가 확대되면서 구독경제 시장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 활동이 줄어드는 대신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이용자의 시간과 지갑을 점유하기 위한 구독 서비스 기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구독경제 시장을 이끄는 주체는 이동통신 3사라고 볼 수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지난달 31일 선보인 구독 브랜드 'T우주'는 서비스 일주일 만에 가입자 15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유튜브

◇ “게임부터 쇼핑까지”… 韓 디지털 구독경제 시장, 통신3사가 주도

이처럼 디지털 구독경제가 현 소비 시장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게 됨에 따라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 IT기업은 ‘이동통신사’라고 볼 수 있다. 통신사들은 이미 완성된 통신 서비스 인프라가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가 보유한 막강한 ‘고객 명단’도 통신사들이 구독경제 서비스를 선점하는데 매우 유리한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퓨 리서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95%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을 중심으로 구독경제 시장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상태다. 

먼저 SK텔레콤은 지난달 31일 ‘T우주’를 신규 론칭하는 등 국내 구독경제시장 확보를 위해 통신3사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T우주는 아마존, 구글, 웨이브, 11번가 등 e-커머스부터 OTT등 미디어 콘텐츠까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서비스들을 한데 모아 구성한 SK텔레콤의 구독사업 브랜드다. SK텔레콤에 따르면 T우주는 출시 일주일 만에 총 가입자 수 15만명을 넘길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경쟁 이동통신사인 KT와 LG유플러스도 구독경제 시장 확충을 나서고 있다. KT의 경우 지난 10일 464억원을 투자해 국내 구독형 전자도서 기업 1위인 ‘밀리의 서재’ 지분 40% 가까이를 인수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최대의 AI오디오 도서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또한 KT는 지난 2019년부터 5G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국내 업계 최초로 출시한 이후 지속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5G 스트리밍 게임은 5G 네트워크를 통해 게임 다운로드 없이 서버에 저장된 게임에 접속해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LG유플러스는 멤버십 서비스를 기반으로 구독경제 성장 트렌드에 맞춰 고객이 선호하는 무료 구독 서비스 혜택을 추가 발굴해 나간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 7일에 LG유플러스는 자사의 멤버십 서비스인 ‘구독콕’ 서비스의 제휴 혜택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처음 선보인 구독콕은 U+멤버십 VIP 이상 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나만의 콕’ 서비스로 다양한 제휴 혜택 중 한가지를 매월 구독 형태로 무료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 구독 서비스다. 

이동통신사 KT도 전자도서 서비스, 게임 등에서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KT가 서비스 중인 5G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실제 플레이해본 모습./ 사진=박설민 기자

◇ 구독 비즈니스 성공 위해선 ‘협력’과 ‘이탈 방지’ 필요

아울러 경제 분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향후 디지털 구독경제 시장의 성장 및 성공을 위해선 M&A 및 투자, 파트너십, 산업 간 연합체 구성 등 합리적인 방안을 통해 산업 생태계 확장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5월 발표한 ‘디지털 구독경제 트렌드와 비즈니스 기회’ 보고서에서 “자사가 가진 역량과 결합했을 때,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물색하고, 이들 기업에 대한 M&A 및 투자를 바탕으로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고객접점을 넓힐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로의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타 기업 및 구독경제 주체들과 함께 결합상품 혹은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의 방식이 가능하고, 이종 업종 간의 연합체가 구성이 될 경우 산업 간 ‘컨버전스(Convergence:융합)’가 활성화되는 긍정적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며 “이는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폭넓은 고객경험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비즈니스와 산업 생태계 확장을 가능케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서비스 및 상품 ‘구독자’의 이탈 방지도 기업들의 구독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 열쇠 중 하나로 꼽힌다. 구독의 경우,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만큼, 비용 대비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서비스의 경우, 구독을 쉽게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신성장연구실 심혜정 수석연구원은 2월 발표한 ‘글로벌 구독경제 현황과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 보고서를 통해 “구독 서비스의 사업 확장과 새로운 가치‧경험 창출 등 고객 이탈을 줄이기 위한 차별화된 전략이 중요하다”며 “정기구독이 바탕이 되고, 부가 상품‧서비스, 세분화, 편의성 제고 등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타 파트너와 제휴하여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서비스 프로세스 단계마다 고객의 소비에 관여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유지하고, 충성 고객들에게 특별 혜택을 제공하여 장기 구독에 대한 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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