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차 유엔총회와 하와이 순방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공군 1호기 회의실에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제76차 유엔총회와 하와이 순방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공군 1호기 회의실에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과 관련, “야당의 반응을 보면 ‘종전선언에 대해서 너무 이해가 참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서울로 귀국하는 길에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에서 이뤄진 순방 동행 취재 기자단 간담회에서 유엔총회 연설에 대한 국내 언론과 야당 반응을 거론하며 야당의 비판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뜻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은 기억을 되돌려 보면 사실은 2007년 10.4 공동선언에서 3자 또는 4자에 의한 종전선언을 추진한다고 이미 합의가 됐었다”며 “그때도 3자는 남북미를 말하는 것이었고, 4자는 남북미중을 말하는 것이었다. 남북미가 종전선언을 추진하되 중국이 원한다면 중국도 함께할 수 있다는 그런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부터 이미 3자 또는 4자에 의한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도 중국도 이미 동의가 있어 왔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 이후에 '비핵화'라는 상황이 더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비핵화의 과정과 관련해서 종전선언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이고, 또 어떤 시기에 비핵화의 협상과 어떻게 연결시켜서 할 것인가 이런 문제만 그동안 한미 양국 간에 협의를 해 왔던 것”이라며 “이제 다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기 때문에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이다. 제가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만 해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벌써 여러 차례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문 대통령은 “또 하나 종전선언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 같은 부분은, 종전선언은 평화협정하고 다르다”라며 “한국전쟁은 정전협정에 머물러 있다. 협상을 거쳐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전쟁 당사국들의 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인데, 정전협정으로 끝나고 평화협상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70년 세월이 흘러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전쟁을 완전히 끝내고 북미 간 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은 나중에 평화협상을 거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만 비로소 가능한 것이고, 지금으로서는 평화협정도 비핵화가 상당히 불가역적 단계에 들어가야 이루어질 수 있다”며 “종전선언은 그런 비핵화의 협상이나 또는 평화협상에 들어가는 입구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제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상으로 들어가자 하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또 “종전선언으로서 현재의 법적지위는 달라지는 것이 없고, 종전에 정전협정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는 여러 가지 관계들은 그대로 지속되는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종전선언과 주한미군의 철수라든지 한미동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의 주둔은 한국과 미국 양국 간에 합의해서 가는 것이다. 그것은 북미관계가 정상화되고 북미 간에 수교가 이루어지고 난 이후에도 한국과 미국이 필요하면 동맹을 하는 것이고, 미군이 한국에 주둔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종전선언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할지 그 부분은 저도 전혀 뭐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고, 다만 국제적인 계기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있기 때문에 혹시 또 그런 계기가 남북 간의 관계 개선의 하나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 그런 것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제76차 유엔총회와 하와이 순방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공군 1호기 회의실에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제76차 유엔총회와 하와이 순방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공군 1호기 회의실에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에 대해 관련국들이 소극적이지 않다. 과거에는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넘어가기 위한 평화협상의 과정이라는 것이 필요했고, 그 과정 중에 종전선언이라는 것이 있는 것으로 문제가 단순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북한의 핵이 상당히 고도화됐기 때문에 이제는 평화협상과 별개로 북한 비핵화가 또 이뤄져야 되고, 북한 비핵화는 북한이 단계적으로 비핵화해 가는데 따라서 유엔안보리 제재가 또 단계적으로 해제되어 가고, 또 미국에서 단계적인 상응 조치를 취해 주고 하는 투트랙의 협상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종전선언이 각 협상에서 어느 시기에, 말하자면 어떤 정도의 효과를 가지고 그게 구사될 필요가 있는 것인지, 그런 점에 대해서 보다 전략적인 검토들이 필요한 것”이라며 “그러나 그게 언제가 되었든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선 다 공감대가 있는 것이고, 남북 간에 또 북미 간에 대화가 시작되면 결국은 막상 해결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종전선언은 정전협정에 멈춰있는 한국전쟁을 마칠 수 있는 정치적 선언이며, 비핵화의 시작 단계라는 의미다. 또한 종전선언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하나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는 “북한이 대화의 문을 닫아두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난번에 미사일을 발사하기는 했지만 그러나 원래 약속했던 핵실험이라든지 ICBM 발사 시험이라든지 모라토리움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고, 미국이 대화를 단념하지 않을 정도의 저강도 긴장 고조 그런 것만 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북한은 대화의 문은 열어둔 채 여러 가지 고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비핵화 협상의 조건으로 북한은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 하는 정책을 철회할 것과 그다음에 이런 저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보상을 요구를 하고 있다”며 “북한은 그런 대화의 조건들이 갖춰져야만 대화할 수 있겠다라고 하고 있는 것이고, 미국은 그런 대화의 조건조차도 대화를 통해서 논의하자라고 지금 하고 있는 상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나는 결국은 북한도 대화와 외교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북한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다만 그 시기가 우리 정부에서 이뤄질지, 또는 우리 정부에서 다 끝내지 못하고 다음 정부로 이어졌을 때 이뤄질 지 그 점은 아직 우리가 예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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