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범 사장이 이끄는 인베니아가 실적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베니아 홈페이지
구동범 사장이 이끄는 인베니아가 실적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베니아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범 LG가(家) 일원이자 LIG그룹 2세인 구동범 사장이 이끄는 인베니아가 실적 악화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2018~2019년을 기해 수장 자리에 오른 이후 뚜렷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구동범 사장의 발걸음이 무겁기 만한 모습이다.

◇ 구동범 사장 수장 등극 이후 뚜렷한 내리막길

인베니아는 2017년 1,821억원의 매출액과 8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매출액은 △2018년 1,728억원 △2019년 1,461억원 △2020년 1,41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2018년 72억원 △2019년 40억원 △2020년 47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인베니아는 올해 상반기 46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7% 줄어든 수치다. 또한 7억9,000여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반기기준 적자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만 놓고 보면 4억3,000여만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1분기에 남긴 12억원의 적자를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인베니아의 이 같은 실적 흐름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짚어볼 수 있다. 먼저, 인베니아의 단조로운 사업구조다. 인베니아는 디스플레이 장비를 개발·제작·판매하는 사업만을 영위 중이다.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사업부문이 전체 매출의 100%를 차지한다. 그렇다보니 시장의 부침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시장 상황이다. 인베니아와 관계가 돈독한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2017~2018년 대규모 설비투자를 실시한 뒤 한동안 추가 투자를 축소했다. 즉, 인베니아의 실적 하락은 단일 사업구조 속에 시장 여건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었다.

문제는 시기가 공교롭다는 점이다. 인베니아는 LIG그룹 오너일가 2세인 구동범 사장이 2018~2019년을 기해 수장 자리에 오르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혔다. 2018년엔 사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고, 이듬해인 2019년엔 대표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인베니아의 실적은 비슷한 시기를 기점으로 급격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시장 상황 등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하지만, 이 같은 실적은 구동범 사장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구동범 사장의 무거운 발걸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동생 구동진 인베니아 부사장과 소유 및 경영을 함께하고 있는 개인회사 ‘디디고’ 역시 실적 하락세가 뚜렷한 것이다. 디디고는 2017년 매출액 824억원을 기록하는 등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였으나, 이후 가파른 하락세 및 적자로 돌아섰다. 급기야 지난해부터는 외부감사 대상기업에서조차 제외된 상태다.

디디고의 실적 부진은 인베니아와도 무관하지 않다. MRO(전략구매관리) 사업을 영위하는 디디고는 인베니아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한데, 인베니아의 실적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디디고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인베니아의 전망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계가 최근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시장 전반에 다시 활기가 불어들고 있다. 또한 인베니아는 지난 4월 LG디스플레이의 중국공장에 디스플레이 장비를 공급하는 217억원 규모의 계약도 체결했다.

아울러 인베니아는 단조로운 사업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당시 인베니아는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에 ‘2차전지 제조장비의 개발, 제조 및 판매’와 ‘포장, 용기 제조장비의 개발, 제조 및 판매’를 추가한 바 있다. 종합장비회사로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신규 사업 진출도 적극 추진한다는 게 인베니아 측 입장이다.

경영 능력 입증이 시급한 구동범 사장이 인베니아의 반등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