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일정이 일괄 단축되면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제대로 된 알림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으며 2차 접종 일정 변경을 위해 홈페이지 방문 시 오류까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과 관련, 갑작스러운 일정 단축으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알림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았고, 2차 접종 일정 변경을 위해 홈페이지를 방문했을 경우 오류까지 발생해 국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2차 접종일 변경 연락 ‘없어’… “업무 일정 조정 등 너무 불편”

문제의 발단은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하 추진단)이 공표한 ‘백신 2차 접종 단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추진단은 27일, 10월과 11월 화이자·모더나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앞둔 대상자들에게 조정된 일정을 28일 개별 안내할 예정이라고 공표했다.  

질병관리청은 모더나 백신 공급 상황의 불확실성을 반영해 8월 16일부터 mRNA 백신 2차 접종자의 접종 간격을 6주로 조정했었다. 하지만 최근 화이자·모더나 측과의 원활한 협의로 백신 물량 확보에 성공하면서 신속한 2차 접종을 위해 백신 접종 일자를 단축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국민비서 구삐(네이버앱, 카카오톡 등으로 이용 가능한 전자정부 서비스)’나 문자 서비스를 통해 28일 백신 접종 변경일자가 개별 안내돼야 했으나, 이런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자 역시 28일 문자나 구삐를 통한 알림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이에 29일 오전 9시쯤 코로나19 백신 접종 안내 홈페이지인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에 직접 접속해보니 기존 10월 25일인 2차 접종 일자가 18일로 일주일 당겨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업무 조정 및 연차휴가를 신청할 수 있었다. 

이후 국민비서 구삐를 통해 백신 접종날짜가 변경됐다는 통보가 이뤄진 것은 29일 오후 8시 56분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변경된 날짜는 질병관리청에서 개별적으로 문자메시지를 통해 안내 드릴 예정’이라는 메시지만 도착했을 뿐, 정작 변경된 날짜는 공지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디지털 기술 사용이 익숙치 않은 고령층의 경우 피해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컴퓨터 활용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고령의 접종자들이 PASS 등 인증을 거쳐 홈페이지를 통해 접종일자를 확인해야하는 과정을 거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0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55세 이상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68.6%에 불과했다. 

질병관리청은 27일, 2차 접종 예약일 변경에 대해 28일 국민비서를 통해 개별 안내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28일을 지나 29일까지도 제대로 된 알림은 전혀 없는 상태다. 변경된 접종일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우측 사진처럼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하는 방법 뿐이다./ 사진=박설민 기자

◇ 홈페이지도 오류… 질병관리청 “화이자·모더나는 10월 1일부터 가능”

설상가상 29일 오후에 알림을 받고 2차 접종 예약일을 변경하고자 홈페이지를 방문해도 일정 변경이 불가능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제보자 권모(28) 씨는 29일 오후 9시쯤 백신 접종 일자가 변경됐다는 연락을 받고 업무 조정을 위해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홈페이지에 접속했으나, ‘2차 예약 변경 대상자가 아닙니다. 1차 접종 후 2차 접종 예약일 2일 전까지만 변경이 가능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예약일을 변경하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제보를 받은 기자 역시 29일 오후 10시쯤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을 해본 결과, 실제로 해당 문구와 함께 2차 접종 예약 기간 변경을 할 수 없는 것을 확인했다. 기자의 1차 접종일은 9월 13일이며, 2차 접종일은 10월 25일로 2차 접종 예약일의 27일 전이기 때문에 해당 메시지가 뜰 이유가 없었다.

여기에 권모 씨에 따르면 해당 메시지가 뜬 이후 접종일을 변경하기 위해 여러 번 추가 접속을 하자 ‘예기치 못한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홈페이지 오류까지 발생했다고.

2차 접종 예약일을 변경하고자 홈페이지를 방문해도 화이자 및 모더나 접종자는 일정 변경이 불가능하거나 홈페이지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다만 질병관리청은 화이자 및 모더나 접종자들은 오는 10월 1일부터 일정 변경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사진=제보자

이같은 접종일 알림 지연 및 홈페이지 오류와 관련, <시사위크>의 질의에 질병관리청은 ‘2차 예약자 변경 이후 문자(알림) 발송 직전까지 의료기관 또는 보건소에서 많은 예약 변경이 발생해 부득이하게 예약변경 안내 문자 발송 준비를 다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국민비서를 통해 단계적으로 안내하고 있었으나 문자 발송을 준비하던 중 2차 예약 정보를 의료기관 및 보건소에서 수정해 잘못된 정보가 발송될 그런 우려가 있어 발송준비 작업을 다시 진행하고 있었다”며 “작업이 완료된 후 시간차를 두고 다시 전송할 예정이었고, 현재 진행 중이다. 다만 진행 결과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한 번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관계자는 홈페이지 알림 문제에 대해서는 “2차 예약 변경 일정은 당초 브리핑 때 안내해드린 바와 같이 28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은 가능하다”며 “화이자 및 모더나 백신 접종대상자는 내달 1일부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0월 25일 접종예정일이었던 기자의 경우, 18일로 앞당겨진 백신 일정을 변경하고 싶다면 10월 1일부터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다만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0월 초 2차 접종 일자가 잡힌 경우에도 10월 1일부터 변경할 수 있는데, 하루라도 빨리 업무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직종의 경우 본인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굉장히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장비 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박모(28) 씨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28일이 됐는데 그 어떤 문자나 카카오톡 알림도 받지 못했다”며 “반도체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어 라인 교대 등 업무나 연차에 굉장히 민감한데, 갑작스레 백신 접종일정을 변경한 것도 모자라 제대로 된 통보조차 안하고 있어 행정에 실망감이 크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회사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백신 접종 변경 일자를 보고하거나 변경하기를 요청하는데 질병관리청에서는 제대로 된 통보도 없고 날짜 변경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업종 특성상 자리를 비우기가 너무 어려운데 병원이나 보건소에 직접 전화해 날짜를 변경해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