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필리핀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에 비유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두테르테이고 귀하는 두테르테의 하수인″이라며 맞불을 놨다. /뉴시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공방이 이어지면서 야권 지지층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결집했다. 이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지지세는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홍 의원은 영남권에서 윤 전 총장을 역전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정치권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블랙홀에 빠지면서 야권 지지층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 결집했다. 이에 급속도로 윤 전 총장을 추격하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지지세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홍 의원은 대장동 의혹을 고리로 윤 전 총장을 공격하지만, 오히려 윤 전 총장의 지지세가 탄탄해진 셈이다. 

◇ 대장동 의혹, 야권 윤석열 결집도 높여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7~28일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은 28%, 이재명 경기지사는 27.6%를 기록했다. 홍 의원은 지난 조사보다 0.7%p 내린 14.9%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대권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윤 전 총장이 5.5%p 오른 31.3%의 지지를 받았고, 직전 조사에서 처음으로 윤 전 총장을 제치고 1위에 올랐던 홍 의원은 4.8%p 내린 27.8%를 얻어 다시 2위로 내려앉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는 최근 정치권에서 ‘대장동 의혹’을 둘러싸고 공방이 계속되면서 각 진영의 지지층이 1위 후보로 결집해 생겨난 결과로 보인다. 여야가 첨예하게 다투는 사안이 나올 경우, 각 진영 지지층은 안정적인 1위 후보 구도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것인지 홍 의원은 30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선대위원장 임명식에 참석해 “이재명 지사를 잡을 사람은 아무런 흠이 없어야 한다”며 “흠투성이 후보들이 대선에 나가 공방전을 벌이게 되면 역대 최악의 대선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이 지사 뿐 아니라 윤 전 총장도 대장동과 연관돼 있으며, 윤 전 총장 역시 약점이 많다는 의미로 발언한 것이다. 

또 최근 홍 의원은 국민의힘 4번째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대장동 의혹을 거론하며 윤 전 총장에게 “검찰총장 때 대장동 (사건을) 몰랐나”라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이 “전혀 몰랐다”고 하자 홍 의원은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무능해서 죄송하다”고 답변했다.

해당 질문을 통해 홍 의원은 자신이 대장동 의혹과는 연관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윤 전 총장을 ‘불안한 후보’라고 규정지은 셈이다. 내부 지지층 표심을 흔들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홍준표, 영남권 표심 잡아

그렇다면 홍 의원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일단 국민의힘 당세가 가장 강한 영남권에서 홍 의원이 윤 전 총장보다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영남권 표심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홍 의원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외로 지난 25~26일 ‘보수야권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홍 의원이 대구·경북(TK)에서 36.4%, 부산·울산·경남(PK)에서 38.9%를 기록해 윤 전 총장(TK 35.7%, PK 32.5%)보다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달 21~22일 실시한 TK지역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48.2%, 홍준표 11.3%를 기록했다. PK에서는 윤석열 32.8%, 홍준표 22.5%였다. 불과 한 달 만에 영남권 표심이 윤 전 총장에서 홍 의원으로 대거 돌아선 셈이다.

윤 전 총장은 ‘불안한 후보’라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주택청약 통장’을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발언으로 한 차례 논란을 빚었는데, 지난 2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주택청약 통장을 모르면 거의 치매 환자”라고 발언해 ‘치매 환자를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권에서 보는 윤 전 총장의 약점은 안정감 부족이다. 잦은 실언으로 인해 차기 대선후보로서 자질·준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홍 의원은 TV토론회에서 대장동 의혹과 함께 윤 전 총장이 대선후보로서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을 주로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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