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이달 중 출소한다. /뉴시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이달 중 출소한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불미스런 사건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출소가 임박한 가운데, 태광그룹을 둘러싸고 묘한 긴장이 흐르고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이 여전히 탄탄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각종 ‘오너리스크’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 2011년 구속된 이호진 전 회장, 마침내 출소 임박

재계에 따르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이달 중 만기 출소할 예정이다.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처음 구속된 때부터 따지면, 무려 10년이 훌쩍 지나서야 징역 처벌을 마치는 것이다. 

이호진 전 회장이 구속된 것은 2011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이호진 전 회장은 그로부터 불과 두 달여 만인 2011년 3월 간암 치료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결정을 받았다. 이후에도 그는 ‘영어의 신세’를 꾸준히 피했다. 이듬해인 2012년 2월,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이 선고됐지만 구속집행정지 연장 결정이 거듭됐고, 2012년 6월엔 결국 병보석 결정이 내려졌다. 2012년 12월엔 2심에서도 역시 징역 4년 6개월이 선고됐다.

이후 대법원으로 향한 재판은 한동안 답보 상태에 놓였고, 3년 9개월이 지난 2016년 8월 파기환송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2017년 4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됐는데, 2018년 10월 대법원은 이 또한 파기환송했다. 이호진 전 회장의 혐의를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이호진 전 회장의 형은 2019년 6월에 이르러서야 확정됐고, 최종 형량은 횡령·배임 징역 3년, 조세포탈 징역 6개월 및 집행유예 2년이었다.

이처럼 기나긴 재판 기간 동안 줄곧 구속집행정지 및 병보석으로 실질적인 처벌을 피한 이호진 전 회장은 이른바 ‘황제보석’이란 거센 사회적 파문을 남겼다. 특히 외부에서 버젓이 음주와 흡연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가뜩이나 싸늘한 여론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11월 보석 취소 검토를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호진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중순 재수감된 바 있다. 2011년 3월 구속집행정지 이후 7년 9개월 만의 수감이었다.

이호진 전 회장 입장에선 10여년 만에 재판과 실형 처벌을 모두 마치게 됐다는 점에서 홀가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태광그룹을 둘러싼 분위기엔 서늘한 긴장이 흐르고 있다. 이호진 전 회장으로 인한 각종 ‘오너리스크’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우선, 이호진 전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과 그동안의 경영공백 등을 감안했을 때 당장 경영복귀가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이호진 전 회장은 여전히 탄탄한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때문에 경영복귀 여부 및 시점, 배당금 수령, 나아가 승계문제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호진 전 회장의 과거 행적을 고려했을 때, 이를 향한 세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추가적인 사건 및 논란이 불거질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이미 이호진 전 회장과 태광그룹은 최근 연이어 불미스런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검찰이 이호진 전 회장의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데 이어, 법원이 소위 ‘김치 강매’ 사건에 대해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보험 손을 들어주면서 거센 반발이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이호진 전 회장의 출소를 앞두고 제기되는 각종 ‘오너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최근 재계의 화두로 떠오른 ‘ESG 경영‘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태광그룹은 최근 대다수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ESG 경영‘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호진 전 회장을 둘러싼 각종 우려는 ESG 중에서도 ‘G(Governance, 의사결정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는 태광그룹이 가장 저조한 평가를 받고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

10년의 ‘사법리스크’를 끝내고 돌아올 이호진 전 회장과 또 다시 ‘오너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는 태광그룹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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