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하림그룹의 일감몰아주기 혐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여부가 이달 중 결정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7년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된 후, 무려 4년 만에 결론이 내려지는 사안인 만큼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 일감몰아주기 혐의, 4년만에 제재 여부 곧 결론
공정위는 오는 8일 전원회의를 열고 하림의 부당지원 사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전원회의는 공정거래위원장이 참여하는 최고 의사결정 절차다.
공정위는 하림그룹의 부당지원 의심 정황을 포착하고 2017년 직권조사에 나선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2012년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장남 김준영 씨에게 비상장 계열사인 올품의 지분을 물려준 후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한 지원행위가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김홍국 회장은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2012년 한국썸벧판매(현 올품)의 지분 100%를 준영 씨에게 물려줬다. 한국썸벧판매는 2013년 당시 하림그룹 지주사인 제일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양계·축산업체 올품을 흡수합병하면서 현재의 사명으로 간판을 바꿨다. 올품은 오너 2세로 지배주주가 바뀐 후 급격한 외형성장세를 보였다. 2011년 매출액이 709억원에 불과했던 회사는 2013년 3,464억원으로 매출액이 크게 불어났다. 이후로도 2016년까지 3,000억원 이상 매출을 안정적으로 올리고 있다.
공정위는 이러한 회사의 성장 과정에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지원이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올품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와 내부거래를 통해 700~800억원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의 매출의 20%를 상회했다.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서 총수일가의 비상장사 지분이 20%를 초과하고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범주에 들어간다. 하림은 자산총액 5조원을 훌쩍 넘는 기업집단이다. 이 때문에 올품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범주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계열사들이 올품과의 거래 과정에서 정상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하며 부당이득을 챙겨줬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조사에 벌였다. 이후 2018년 12월 김 회장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하림 측에 발송했다. 당시 심사보고서엔 김 회장에 대한 고발조치 의견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년간 제재 절차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하림이 공정위를 상대로 심사보고서 관련 자료열람 행정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당시 하림은 ‘정상가격(일종의 시장가격)’을 산정하는 데 활용한 자료를 보여 달라고 요청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림 측은 두 차례의 소송을 거쳐 올해 심사보고서 근거 자료를 열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하림 측에 열람한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요청한 뒤, 전원회의 회부 일정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림 측은 그간 부당지원 의혹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다만 공정위 역시 강도 높게 조사를 펼쳐온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오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한편, 올품은 사실상 하림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회사로 평가받는다. 그룹의 지주사인 하림지주에 대한 직접 보유 지분은 4.36%과 불과하지만 자회사를 통한 간접 지배력까지 합치면 그 위상은 달라진다. 하림지주의 20.25%를 보유한 한국인베스트먼트는 올품의 100% 자회사다. 오너 2세인 준영 씨는 올품과 한국인베스트먼트를 통해 24.61%의 지배력을 간접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부친인 김 회장이 직접 보유한 하림지주의 지분 22.95%보다 많은 규모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의 올품의 지분 증여와 지배구조개편 과정을 놓고 석연치 않는 시선이 지속돼왔다. 올품의 지분을 넘기면서 사실상 지분승계 작업을 우회적으로 마무리 지은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증여세 재원 마련 과정을 놓고도 논란도 이어진 바 있다. 이 같은 뒷말은 최근까지도 이어져왔다. 업계에선 공정위의 제재 여부에 따라 이러한 논란에 다시금 불이 붙을지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