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대장동 의혹‘ 띄우기에 주력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여론전‘에 나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이 특검 수용을 거부하자 대여 투쟁을 최고 수위로 끌어 올리겠다는 심산이다. 이번 의혹의 여파로 갈등 양상을 빚었던 대선 주자들도 일제히 한목소리를 내면서 당내 분위기 환기도 이뤄지는 모습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 특검 촉구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사건 전개를 바라보면서 검찰과 수사본부 등에서 빠르고 엄격한 수사를 진행할 것을 기대하며 소극적 투쟁을 해온 것이 사실이었다”며 “하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국민의힘 지도부, 그리고 대권 주자들과 당원 한 사람 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투쟁 강도를 높여나가는 시점이 왔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이 대표는 도보 투쟁에 나섰다. 국민들에게 특검 수용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겠다는 취지다. 국회의사당을 시작으로 여의도역, 마포구 공덕역,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거쳐 청와대 분수대까지 이어지는 일정이다. 이 대표는 이날 여의도역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미꾸라지가 다 빠져나간 뒤 국민들에게 무엇으로 만족할 만한 결과 내놓겠나”라며 “특검 출범을 빨리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여론전’으로 판을 키운 이유는 검찰 수사의 미진함 때문이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최근 검찰이 진행하는 수사 양상을 지켜보면 속도 측면에서 대형 비리를 수사하는 수사기관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지지부진하다”며 “범위에서도 설계자를 자처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수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는 등 미진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장외 여론전을 시작한 국민의힘은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꺼낸 셈이다. 국민의힘은 특검과 국정조사, 국정감사 등 모든 수단으로 여권을 압박해 왔다. 하지만 거대 여당의 벽에 막혀 어느 것도 제대로 관철되지 않았다. 여기에 여권이 ‘국민의힘 게이트’로 국면전환을 시도하면서 자칫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봉착했다. 이 대표가 이날 “국회 안에서 할 건 다 해봤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 ‘신경전’ 접어둔 대선 주자들

이 대표의 ‘결단’에 대선 주자들도 적극 동참했다. 안상수‧원희룡‧유승민‧윤석열‧최재형‧하태경‧황교안 등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 총출동했다. 홍준표 의원은 지방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지만,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경태 의원이 대신 참석했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시선이 외부를 향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당내 분위기도 환기되는 모습이다. 앞서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대장동 의혹’을 둘러싸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였다. 화살은 선두 주자인 윤 전 총장을 향했다. 총장 시절 그가 이 문제를 알고 있었는지와 이번 의혹에 연루된 박영수 특검과 관계가 집중 추궁 대상이 됐다. 이러한 갈등은 윤 전 총장의 ‘부친 자택 매매’ 의혹이 보도되면서 극에 달했다. 

그러나 이날 대선 주자들은 이 지사가 ‘몸통’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면서 결속력을 다진 모습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윤석열 전 총장은 “대한민국 검찰에 강력히 경고한다”며 “중범죄 혐의가 드러난 사건에 대해 증거인멸 기회를 주고 짜 맞출 시간을 줘가며 수사를 할 것이냐를 여러분 재량이라고 착각하는데, 잘못하면 여러분도 형사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책임론도 부각했다. 청와대가 이번 사안에 대해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을 문제 삼았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금 대통령이 엄중하게 지켜볼 그런 한가한 시간이 아니지 않나”라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특검 수용하지 않고, 국정조사 수용하지 않고 이재명 후보를 기어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내세운다면 저희들 반드시 정권교체 해서 문 대통령이 은폐한 죄까지 들춰낼 것”이라며 “판단과 선택을 똑바로 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도보 투쟁 이외에도 대장동 의혹 총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대장동 게이트 태스크포스(TF)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감사원에 대장동 의혹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김형동 의원과 전주혜 의원도 동참했다. 당 의원들과 시도당 당협위원장들은 연일 ‘1인 피켓 시위’를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출근길이나 퇴근길 당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라며 “국감 등 원내 일정이 잡혀있는 만큼 원내지도부가 대응하고 대표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