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감정싸움이 극에 달했다. 앞선 토론회에서 미신 논란으로 맞붙은 이들은 7일 오전까지 공방을 이어갔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감정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손바닥 ‘왕(王)’자 논란으로 시작된 주술 논란이 발단이 됐다.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는 소문까지 나오면서 두 후보 간 갈등은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당내에선 경선 과정이 혼탁해지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7일 윤 전 총장 측과 유 전 의원 측은 오전 내내 공방을 주고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5일 TV 토론회 이후 윤 전 총장과 유 전 의원 간 충돌이 있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토론회에서 유 전 의원이 무속인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윤 전 총장에게 아냐고 물어본 게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 측은 토론회가 끝난 뒤 윤 전 총장이 유 전 의원에게 “정법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며 삿대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법에게 미신이라고 하면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다”며 유튜브를 보라고 했다고도 덧붙였다. ‘정법’은 ′천공스승′이 진행하는 유튜브 강좌로 알려졌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멘토’를 자처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앞선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에게 천공스승을 아냐고 질의한 바 있다.

반면 윤 전 총장 측은 유 전 의원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캠프는 전날(6일) 해명 논평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같은 내용의 논평을 쏟아냈다. 캠프는 “토론회가 끝난 직후 무대 위에서 모든 경선후보들을 찾아가 일일이 악수를 건넸다”며 “유 후보에게도 웃으면서 ‘선배님 수고하셨다’고 악수를 하며 ‘아까 얘기 나온 정법은 그분 유튜브 동영상을 한 번 보면 어떤 사람인지 잘 알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물리적 충돌은 물론 감정적인 반응은 일체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 전 의원 측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유 전 의원 측은 이날 윤 전 총장 캠프 안보특보로 임명된 해군 출신 김성훈 씨의 자질을 걸고넘어졌다. 김씨는 지난 4월 SNS에 최원일 천안함 함장에게 “고마하고 조용히 행하라”고 지적해 논란이 일었다. 

당장 유승민 캠프 권성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 후보 권유대로 ‘정법 시대’를 보니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김정은 삼부자가 희생 속에 통일을 이뤄내고 영웅 중에 영웅 집안이 탄생해 노벨상을 받게 된다’는 맨 정신에 듣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이어진다”며 “국민의 생명이 걸린 안보문제마저도 무속인의 지령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정책 경쟁 실종 우려

이병환 씨를 둘러싼 논란도 갈등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씨는 ‘항문침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데, 유 전 의원은 이씨가 윤 전 총장과 깊은 관계의 인물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이 이씨를 모른다고 한 것에 대해 ‘거짓’이라고 몰아세웠다. 유승민 캠프 이수희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지난 6월 9일 우당 이회영 선생 개관식 영상을 보면 이병환은 윤 후보를 밀착 수행하면서 내빈들과 인사를 시키고, 단상에 오르는 윤 후보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주고 있다”며 “수행을 했는데 만난 적이 없다는 건 무슨 해괴한 대답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윤 전 총장 측도 역공을 취했다. 유 전 의원도 이씨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캠프 윤희석 대변인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 후보는 그분들을 거의 잘 알지 못하는 상태”라며 “(이씨는) 윤 후보 곁에만 있는 게 아니라 이걸 지적한 유승민 후보와도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이 있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캠프 김인규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유 후보 측 논리대로라면 유 후보와 이씨는 친분이 있는 사이여야 옳다”고 지적했다.

오전동안 계속된 공방은 이후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 전 의원은 이번 사안을 대선 후보로서의 ‘세계관 검증’이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반면 윤 전 총장은 이를 ‘정치 공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양측의 입장차가 큰 만큼 갈등의 골도 깊은 셈이다. 이번 사태로 두 후보가 입을 내상도 적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두 후보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면서 당내에선 정책 경선이 실종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번 사안이) 올바른 논란의 주제인가 의문점이 든다”며 “컷오프를 앞두고 어떤 후보가 적합한지 이야기 되지 않고 미신 논란으로 어제오늘이 다 간 것도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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