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드라마 ‘D.P’가 인기를 끌면서 군 장병들이 자주 해먹는 '뽀글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라면 봉지에 끓는 물을 부어먹는 뽀글이의 조리법 때문에 환경호르몬 등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실일까./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드라마 ‘D.P’가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실감 있는 병영 내 생활 모습과 부조리를 그리고 있어 우리나라 군필자들 대부분이 “보면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가 올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D.P의 인기와 함께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뽀글이’다. 

일반적인 봉지라면에 컵라면처럼 뜨거운 물을 부어 익혀먹는 뽀글이는 지금도 각 부대에서 고생을 하고 있는 현역 장병들에겐 둘도 없는 간식이며, 병역 의무를 마친 전역자들에겐 군생활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맛이다. 또한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에겐 호기심을 유발해 한 번쯤 해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뽀글이의 조리 방법이 건강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비닐봉지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환경호르몬 등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실제로 D.P 드라마 주인공인 한호열 상병(구교환 분)도 ‘이 뜨거운 물이 라면 봉투를 녹이면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뽀글이는 드라마 속 대사처럼 조리 과정에서 정말 환경호르몬과 같은 유해물질이 나올까. 

기자가 직접 만들어본 뽀글이의 모습. 사진 좌측에 보이는 비빔소스인 맛다시와 함께 군 장병들에겐 가장 인기가 높은 먹거리다./ 사진=박설민 기자

◇ 라면 봉지의 내부 포장재 ‘PP’… 열에 강해 환경호르몬 걱정 ‘無’

많은 사람들은 해당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생각할 듯하다. 일반적으로 장시간 접촉할 경우 환경호르몬이 발생한다고 알려진 비닐 재질에 라면 봉투가 유사해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약처 누리집 ‘식품안전나라’에 따르면 일반적인 비닐랩의 경우 플라스틱 종류 중 하나인 PVC를 부드럽게 해주는 가소제 ‘DEHP’가 들어가는데, 끓는 물과 같은 고열에 가열될 경우, DEHP가 방출돼 건강에 해롭다고 한다.

하지만 <시사위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전문가들에게 직접 문의한 결과,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예상을 빗나간 전문가들의 답변을 이해하기 위해선 라면 포장재를 구성하는 성분 및 제조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라면 봉지를 구성하는 성분은  플라스틱 계열인 폴리프로필렌(PE)과 금속 계열인 알루미늄(Al)으로 나뉜다. 여기서 내부 포장재인 폴리프로필렌은 열에 강한 소재이기 때문에 끓는 물 정도에 환경호르몬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먼저 식약처 측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라면 포장 봉지를 구성하는 성분은 크게 플라스틱 계열인 폴리프로필렌(PE)과 금속 계열인 알루미늄(Al)이다. 해당 성분으로 제작된 얇은 필름을 겹겹이 쌓아 만든 ‘다층 포장재’가 바로 라면 봉지다. 실제로 라면 봉지를 지저분하게 찢을 경우, 비닐 랩으로 보이는 포장재와 은색 빛이 나는 알루미늄 비닐 등으로 층이 이뤄져 있다는 것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뽀글이를 제조할 때 뜨거운 물이 직접적으로 닿는 라면 봉지 내부의 재질은 얇은 투명막인 폴리프로필렌이다. 해당 층을 구성하고 있는 폴리프로필렌의 내열온도는 130~150℃로 열에 굉장히 강한 소재다. 때문에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끓는 물에 삶기도 하는 레토르트 식품 포장재로 폴리프로필렌이 자주 사용된다.

여기에 뽀글이를 끓이기 위해 붓는 물의 경우 펄펄 끓는 그 순간에도 100℃에 불과하며, 지속적으로 물에 열을 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몇 분이 지나면 80~90℃으로 온도가 낮아진다. 

즉, 뽀글이를 끓이기 위해 라면 봉투 내부에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을 직접 붓는다 해도 폴리프로필렌이 녹아 환경호르몬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한 붓고 오랜 시간 있는다 해도 물의 온도가 식기 때문에 뽀글이는 별 문제를 일으킬만한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농심, 오뚜기, 삼양, 팔도 등 국내 대표 라면제조사들의 제품을 확인해보면 거의 대부분 포장재질이 폴리프로필렌임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군 장병들이 뽀글이를 먹는다 해도 환경호르몬을 먹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사진=박설민 기자

◇ 알루미늄 중독 위험도 낮아… 식약처 “화상 등 위험할 수 있어 권고는 안해”

뽀글이를 조리하기 위해 라면 봉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도 환경호르몬 발생 문제에서는 비교적 안전한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된다. 다만 여전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라면의 봉지 폴리프로필렌 코팅막 아래 자리 잡은 ‘알루미늄 막’이다.

코팅막을 이루고 있는 폴리프로필렌에서 환경호르몬이 발생할 위험은 없다 하더라도 뽀글이를 먹는 과정에서 나무젓가락으로 코팅막이 찢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알루미늄막이 뜨거운 물에 직접 닿게 되고 이 경우, 라면 국물에 미량의 알루미늄 성분이 녹아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이지리아 아쿠레 연방 기술 대학교 오쿠놀라 알라비 박사는 지난 8월 옥스퍼드 아카데믹 저널에 개제한 논문에서 “오래된 알루미늄 조리기구로 요리할 시 중금속이 식품에 침출돼 유전 독성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직까지 대다수 식품 안전 관련 전문가들은 조리기구를 통한 알루미늄 과다섭취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독성물질 질병 등록청(ATSDR)도 화학물질 독성에 대한 ‘ToxFAQs’ 리포트에서 “거의 모든 음식, 물, 공기 및 토양에는 약간의 알루미늄이 포함되어 있다”며 “특히 알루미늄 조리기구에서 몸으로 들어가는 것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라면 봉지는 일반적으로 폴리프로필렌 재질로 구성돼 뜨거운 물을 붓는 수준에서는 환경호르몬 등이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며 “때문에 흔히 말하는 뽀글이를 조리하는 것은 환경호르몬에서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라면 봉지에 뜨거운 물을 붓게 되면 온도가 높기 때문에 외형의 변형이 올수도 있고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는 등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식약처에서는 일반적인 냄비 등으로 조리해 먹기를 권고한다”고 전했다.

취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뽀글이 조리 과정에서 환경호르몬이 발생할 우려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알루미늄 용출 문제 역시 가능성이 완전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안전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오늘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고생하는 군 장병들에게 뽀글이 대신 먹기 편하고 안전한 컵라면이나 레토르트 식품이 좀 더 보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최종결론 : 대체로 사실 아님. (안전함)

근거자료

- Mutagenicity and genotoxicity of water boiled in aluminum pots of different duration of use using SOS chromotest and Ames fluctuation test (2021)/ Okunola A Alabi, Yetunde M Adeoluwa/ (https://academic.oup.com/toxres/article-abstract/10/4/771/6312654?redirectedFrom=fulltext)
 

- ToxFAQs for Aluminum (ATSDR: Agency for Toxic Substances and Disease Registry)/ (https://wwwn.cdc.gov/TSP/ToxFAQs/ToxFAQsDetails.aspx?faqid=190&toxid=34)


-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 인터뷰

- 농심 관계자 인터뷰

- 오뚜기 관계자 인터뷰

- ‘다층 식품포장재에 대해 알아봅시다!’ Q&A (2012)/ 식약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