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손석구‧최희서‧이제훈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프로젝트 ‘언프레임드(Unfaramed)’가 부산에서 첫 공개됐다. /왓챠
배우 박정민‧손석구‧최희서‧이제훈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프로젝트 ‘언프레임드(Unfaramed)’가 부산에서 첫 공개됐다. /왓챠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연출력도 남달랐다. 충무로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 박정민‧손석구‧최희서‧이제훈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프로젝트 ‘언프레임드(Unfaramed)’가 부산에서 첫 공개됐다. 따뜻한 감동부터 ‘빵’ 터지는 웃음, 감각적인 연출력까지. 매력적인 네 편의 단편영화가 탄생했다. 

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소향 씨어터에서 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GV)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감독’ 박정민‧손석구‧최희서‧이제훈과 배우 김담호‧강지석‧변중희‧박소이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언프레임드’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네 명의 아티스트(박정민‧손석구‧최희서‧이제훈)가 마음속 깊숙이 품고 있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연출한 숏필름 프로젝트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 초청작으로, 예매 오픈과 함께 빠르게 매진을 기록하며 최고의 화제작으로 주목을 받았다. 

‘언프레임드(Unfaramed)’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GV를 진행했다. /시사위크
‘언프레임드(Unfaramed)’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GV를 진행했다. /시사위크

지난 7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데 이어, 8일 관객과 만난 ‘언프레임드’는 박정민의 ‘반장선거’, 손석구의 ‘재방송’, 최희서의 ‘반디’, 이제훈의 ‘블루 해피니스’까지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내는 네 편의 작품으로,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하며 이목을 사로잡았다.  

전체 연출과 제작을 맡은 이제훈은 “김유경 대표, 양경모 감독님과 ‘하드컷’이라는 제작사를 만들었다”며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프로젝트가 다양하게 준비돼 있었고 배우들이 연출을 하는 단편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해 보자는 논의를 거쳤다. 이후 왓챠를 만나며 좋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해 줘서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기획 계기를 밝혔다. 

박정민은 ‘반장선거’를 통해 초등학교 5학년 2반 교실의 반장선거 풍경을 조명했다. ‘초등학교 누아르’라는 신선한 색깔의 작품을 완성한 그는 “초등학교 3~4학년 때 반장선거에 나온 친구들과 그 친구의 친구들이 반장선거에 너무 진심이라 중간에 있던 내가 공포스러웠던 기억이 있다”며 “TV를 보는데 어른도 크게 다르지 않구나 생각이 들면서 이야기로 써보자 하고 쓰게 된 시나리오”라고 이야기의 시작을 밝혔다. 

박정민이 연출한 ‘반장선거’ 스틸컷. /왓챠
박정민이 연출한 ‘반장선거’ 스틸컷. /왓챠

‘반장선거’는 힙합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며 이 영화만의 리듬감을 완성해냈다. 이에 대해 박정민은 “시나리오를 수정하다 막혀서 쉬고 있었는데 라디오에서 이영지의 ‘나는 이영지’란 곡이 나왔다”며 “이런 음악이 투표하는 신에 나오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고, 시나리오가 다시 길을 찾은 느낌이 들었다. 또 아이들이 나오는 영화에 힙합 음악을 사용하는 게 새롭고 재밌을 것 같아서 마미손을 찾아가 음악을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박정민은 현장에서 어떤 ‘감독’이었을까. ‘반장선거’에 출연한 어린이 배우 김담호는 “배우가 연기를 잘 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고 강지석 역시 “같이 연기하는 느낌이 들었고 되게 잘 해줬다”며 보탰다. 박정민은 그런 두 어린이 배우를 자신의 카메라에 담아내며 흐뭇한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또 박정민은 “담호와 지석뿐 아니라, 27명의 보석 같은 배우들이 나온다”며 “그 배우들의 얼굴도 한 번씩 익혀줬으면 좋겠다. 나중에 큰 배우가 될 보석들이니, 많은 응원을 해주길 바란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손석구가 연출한 ‘재방송’ 스틸컷. /왓챠
손석구가 연출한 ‘재방송’ 스틸컷. /왓챠

손석구는 결혼식장에 동행하게 된 이모와 조카의 하루를 그린 ‘재방송’을 선보였다. ‘재방송’은 임성재‧변중희 등 실력파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유쾌한 유머 코드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상영 당시 관객석에서 가장 많은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손석구는 “코미디에 진심인 편”이라며 “탈고하면서 완전히 코믹한 영화로 썼는데 제작사에서 반응이 좋지 않더라. 순전히 배우들이 잘 살려준 덕에 웃음이 나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현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기도 한 손석구는 “연기할 때도 그렇고 관객의 반응을 볼 때 되게 신기하다”면서 “어제 상영회에서 관객들이 어떤 장면에서 웃는지 봤다. 오늘도 웃을지 그 장면이 나올 때 긴장이 됐는데,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 좋았다”고 소회를 전했다.  

최희서가 연출한 ‘반디’ 스틸컷. /왓챠
최희서가 연출한 ‘반디’ 스틸컷. /왓챠

최희서는 싱글맘 소영(최희서 분)과 아홉 살 딸 반디(박소이 분)의 이야기를 담은 ‘반디’로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지난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통해 모녀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 박소이와 다시 한 번 앙상블을 완성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 겸 감독으로 활약한 최희서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나의 연기나 상대배우의 연기를 모니터링할 수 없었다”며 “그저 배우의 눈을 보고 그 순간이 진실로 느껴지면 오케이 했다. 배우들이 연기를 정말 잘 해줬다. 반디를 연기한 박소이도 그렇고, 시어머니 역을 맡은 조경숙 선배와 호흡에서도 눈물이 났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배우로서 감독이 정해준 디렉션에 따라 연기하는 게 더 편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며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잘 모른 채 끝나서 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보다 반디와 시어머니, 원석(신현수 분)의 리시버 역할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그러면서 “또 기회가 된다면 연기를 하지 않고 연출만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이며 ‘감독’으로서 최희서의 활약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제훈 연출작 ‘블루 해피니스’ 스틸컷. /왓챠
이제훈 연출작 ‘블루 해피니스’ 스틸컷. /왓챠

이제훈은 도시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 ‘블루 해피니스’를 선보였다. 배우 정해인부터 이동휘, 탕준상 등이 출연해 극을 풍성하게 채웠다. 이제훈은 “주식이나 코인, 부동산, 중고 거래 등 요즘 시대 사람들이 관심 있고 열광적인 것에 대해 나열해 봤고 그 낱말을 두고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며 “꿈 혹은 되고 싶은 것,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것,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임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배우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았다. 이제훈은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해 보이게 만드는 게 연출의 최우선 목표였다”며 “캐릭터와 잘 어울리는 배우들이 함께해 줬고, 훌륭하게 소화해 줘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나의 역량에 비해 도와준 스태프와 배우들이 훌륭했기에 가능한 작품이었다”고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 ‘언프레임드’는 오는 12월 왓챠에서 단독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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