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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26th BIFF] ‘푸른 호수’ 저스틴 전, 입양인의 뼈아픈 현실 짚다
2021. 10. 12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푸른 호수’ 저스틴 전 감독이 한국 관객과 만난다. /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푸른 호수’ 저스틴 전 감독이 한국 관객과 만난다. / 유니버설 픽쳐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이제 이 영화는 나의 것이 아니다. 모든 입양인 공동체를 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12일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 초청작 영화 ‘푸른 호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가운데, 감독 겸 배우로 활약한 저스틴 전 감독이 화상 연결을 통해 국내 취재진과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푸른 호수’는 미국인도 한국인도 될 수 없는 한 남자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뜨거운 분투를 그린 작품으로, 제74회 칸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분에 초청받으며 호평을 이끌어낸 것은 물론,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이 공식 초청되는 등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한국계 미국인 저스틴 전 감독이 연출과 각본, 주연을 모두 소화해 주목받고 있다. 앞서 영화 ‘국’ ‘미쓰퍼플’ 등을 통해 미국 내 한인들의 정체성에 대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던 저스틴 전 감독은 ‘푸른 호수’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입양인들이 처한 부당한 현실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 묵직한 울림을 안긴다. 

이날 저스틴 전 감독은 미국 내 입양인들의 강제 추방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영화를 통해 이 이슈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고, 법 계정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푸른 호수’에서 감독 겸 배우로 활약한 저스틴 전.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푸른 호수’에서 감독 겸 배우로 활약한 저스틴 전.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한국 관객과 만나는 기분은 어떤가. 
“정말 큰 영광이다. 2008년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정말 아름다운 영화제였다. 2년 전 영화 ‘미스퍼플’도 부산에서 상영이 됐다. 내가 사랑하는 영화제 중 한 곳이라 정말 좋다. 월드 클라스의 영화제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아니고 직접 갈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캐릭터 및 이야기 구상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나.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입양인 5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초안이 만들어질 때마다 피드백을 줬다. 그중 한명은 입양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아이가 나올 때라고 했다. 혈연관계가 생기는 감정적으로 중요한 순간이라고 해서 그 부분을 반영했다. 또 9명의 추방을 앞둔 입양인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다 섞여서 녹여냈다. 엔딩도 바뀌었다. 추방 과정에 있어서 희망 자체가 없다고 하더라. 희망적인 엔딩이 되면 안 된다는 의견을 줬다. 제작사에서는 너무 우울하면 관객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나는 진정성이 가장 중요했다. 이제 이 영화는 나의 것이 아니다. 모든 입양인 공동체에게 드리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의 고민을 담은 작품이었다.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이 어떤 질문을 남겼고, 이를 어떻게 영화에 녹여내고자 했나. 
“나를 이 이야기에서 분리할 수 없다. 성장하면서 한국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백인들 사이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질문도 항상 있었다. 내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인지, 왜 미국 토양 안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그 뿌리는 어디에서 온 것인지 항상 고민하고 생각했다. 그런 고민들이 작품에 늘 녹아있다. 최근 ‘오징어 게임’이나 ‘기생충’, BTS 등 한국 콘텐츠가 국제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나의 목표는 감정적인 부분에서의 한국인을 보여주는 거였다. 한국은 한과 정의 정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 역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스토리텔링에 대한 독특한 나만의 색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계 입양인의 아픈 현실을 담아낸 ‘푸른 호수’. /유니버설 픽쳐스
한국계 입양인의 아픈 현실을 담아낸 ‘푸른 호수’. /유니버설 픽쳐스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기도 했다. 감독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이 부분에 대해 질문을 많이 던졌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나와 다르게 생겼잖나. 그렇다면 나의 위치는 어디인가, 나의 사람들은 누구인가, 내가 가족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생각했다. 가족은 혈연관계로 얽힌 사람들이지만, 미국에서는 가족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선택한다는 게 파워풀하다고 느꼈다. 어떨 때는 선택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그 관계가 더 강하다. ‘푸른 호수’에서 내가 탐구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주인공 안토니오는 입양인인데 입양한 아버지와 어머니마저 안토니오를 선택하지 않는다.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않은 사람이 된다. 그래서 안토니오는 자신의 삶과 가족을 본인이 선택한다.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자 한다. 안토니오의 딸 역시 혈연관계가 아니다. 하지만 서로에게 가족이 되겠다고 선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강한 것’이라고 안토니오도 말한다. 

나는 입양인이 아니다. 그래서 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죽어도 모를 거다. 하지만 리서치를 하고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느낀 것은 어디로 입양될 것인지, 부모가 누가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없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가족을 선택한다’는 콘셉트 자체가 굉장히 힘이 있다고 느꼈다.” 

-한국계 입양인은 물론, 베트남 난민 출신 파커의 이야기를 담기도 했다. 이에 대한 감독의 의도는 무엇이었나. 
“베트남 사람들의 이야기를 꼭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거다. 보통 영화에서 아시아인이라고 하면 딱 한 인종만 등장한다. 여러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스크린을 공유하지 않는다. 서로 교훈을 얻거나 교감을 하거나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 왜 그런 자유가 없을까 그런 부분이 굉장히 중요했다. 주인공의 가정도 다문화 가족으로 그렸다. 아버지는 아시아인이지만 아이들은 백인인 걸 보여주면 안 되나 의문이 있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인종을 초월해서 그냥 가족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 부분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했다.  또 베트남은 한국처럼 전쟁을 겪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역사적 트라우마를 가진 민족이라 공유할 수 있는 정서가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끝난 후 안토니오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감독이 상상한 안토니오의 삶은 무엇인가. 
“이 영화는 어떤 어젠다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미국 내에서 일어나는 입양 관련 이슈를 보며 아주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미국 시민권자가 한국뿐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아이들을 입양한다. 그 과정에서 돈이 오가기도 하는데 미국 정부에서 그걸 가능하게 했다. 그게 어떻게 도덕적이고 인간적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또 23년 뒤에 갑자기 서류 하나 빠졌다고 해서 미국인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냐는 거다. 

나를 원하지 않는 나라, 거부한 나라에 돌아가야 한다는 것, 또 거부가 돼 미국으로 왔는데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심적으로 엄청난 데지미가 있을 거다. 이 영화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알리고 법이 말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공감대를 형성하고, 법 계정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 만약 영화가 끝난 후 안토니오의 삶을 보여줬다면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을 거다. 관객들이 안토니오가 이후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상상하길 바랐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길 원했다.”

저스틴 전 감독이 미국 내 입양인 관련 법 계정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저스틴 전 감독이 미국 내 입양인 관련 법 계정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올해 초 미국에서 입양인 시민권 법이 재발의 되면서, 영화에서 문제로 지적했던 2000년 이전 소외된 입양인도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한 생각은.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건 훌륭한 일이지만,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은 입법에 대한 이야기가 오래 전부터 계속 나왔음에도 통과가 되지 않았다는 거다. 통과하는 게 너무 어렵다는 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이건 이민자만의 이슈가 아니다. 가족의 가치, 인권에 대한 문제다. 보다 인권적인 측면에서 생각해야한다. 어떤 법안에 대해 주목을 받고 관심이 쏟아지면 법 통과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다. 영화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를 통해 이슈화되고 주목받아서 법이 통과되길 기대한다.”

-‘제2의 미나리’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차기작 ‘파친코’에서 ‘미나리’에서 활약한 윤여정과 호흡을 맞춰 국내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윤여정 선생님을 너무너무 사랑한다. 최고다. 윤여정 선생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돈을 잘 벌지 않을 때부터 계속 연기를 했던 분이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너무 커졌고 성공했지만, 윤여정은 그렇지 않을 때부터 일을 사랑하고 연기해온 진정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틀렸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타협하지 않고 바로 지적해서 고치려고 한다. 내면은 굉장히 친절하고 개방적이고 넓고 너그러운 사람이다. 함께 작업하게 돼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 경험을 소중히 간직할 거다. 원더풀 한 배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K-콘텐츠’가 세계적 사랑을 받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콘텐츠의 르네상스는 90년대부터 시작됐다. 시네필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가 있었다. 한국 사람들의 한과 정의 정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문화라든가 정치적인 것을 몰라도 된다. 어떤 감정인지 이해하면 된다. ‘기생충’을 예로 들면, 세계 어디에 가더라도 사회 계층이 있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어떤지 안다. 한국영화에는 죽도록 싫어하면서도 서로 죽도록 사랑하고, 너무 싫은데 그러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모든 감정이 들어있다. 징글징글한 감정들. K팝도 마찬가지다. 한 명이 아닌 그룹으로서 서로를 챙겨주고 혼심을 다해 함께 무대에서 만들어내고 창조해 내는 퍼포먼스를 보면서 전 세계가 열광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적인 감정도 음악에 드러나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으로도 한국계 미국인 입장으로서 한국 문화를 담은 아름다운 영화를 계속 만들겠다. 잘 부탁한다. 부산에 다시 꼭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