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 중도층 민심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 중도층 민심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집토끼는 물론이고 산토끼까지 모두 놓칠 위기에 처하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누적 득표율 50.29%를 얻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그러나 대장동 의혹, 무효표 논란 등과 맞물려 본선 원팀 구성에 빨간 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경선 불복’ 논란 끝에 이낙연 전 대표가 경선 결과 발표 이후 사흘만인 13일 경선 승복 선언을 했지만, 당내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전 대표 측 설훈 의원은 경선이 끝난 이후에도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서 이재명 후보의 구속 가능성을 계속해서 부각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이 본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야당 후보를 지지하거나 투표를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도층 민심에까지 위험 신호가 켜졌다.

정치권에선 이번 대선이 사실상 여야 ‘일대일’ 구도로 치러질 경우 ‘49 대 51’의 초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민주당 지지층이 총결집하고 중도층까지 끌어안아야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중도층 민심은 이재명 후보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 ‘중도층 표심’도 위험 신호

이 후보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 중도층에서 국민의힘 유력 주자들에게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9~11일 실시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 ‘이재명 대 윤석열’ 양자 대결에서 중도층은 이재명 후보(28.7%)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43.0%)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이재명 후보(27.4%)는 홍준표 의원(34.8%)과의 양자대결에서도 열세를 보였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 민심 흐름도 심상찮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9∼10일 실시한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인식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무당층의 59.4%가 ‘당시 사업을 설계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 지휘권을 가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책임이 크다’고 답했다. 반면 ‘당시 집권여당이었고 성남시의회 다수당으로 공영 개발을 막은 국민의힘 책임이 크다’는 응답은 21.4%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낙연 전 대표 측은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재명 후보(28.3%)가 이 전 대표(62.37%)에게 압도적 차이로 패배한 것은 대장동 의혹이 중도층 표심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낙연 경선 캠프에서 정치개혁비전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김종민 의원은 지난 12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3차 선거인단에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들 중에 약간 중도층에 가까운 분들이 많이 참여했다, 이렇게 가정해볼 수 있다”며 “대장동 관련된 이슈로 민주당 전체가 ‘이대로 가면 좀 위험하겠다’, 그런 위기의식 같은 게 3차 선거인단 같은 경우는 많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 측도 중도층 민심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재명 경선 캠프’ 현근택 대변인은 MBC 라디오에서 “(대장동 의혹 관련) 수사 결과가 중요하다”며 “본선은 지지자들이나 당원만 갖고 하는 것이 아니고 중도층을 얼마나 잡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본선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 사퇴를 미루고 경기도 국정감사를 받겠다고 밝히며 ‘대장동 정국’ 정면 돌파를 선택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 후보는 지난 12일 경기도청에서 긴급 현안 기자회견을 열고 “당초 계획과 입장대로 경기도 국감을 정상적으로 수감하기로 했다”며 “사퇴 시기 문제는 국감 이후에 다시 판단하고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대장동 의혹을 정면 돌파하지 못한다면 향후 본선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직접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후보 경선 캠프 총괄특보단장을 지낸 정성호 의원은 13일 MBC 라디오에서 “반대해도 정면 돌파가 이재명 지사의 특기 아니겠나”라며 “본인은 분명한 원칙을 갖고 그 당시도 대장동 개발사업은 위험한 사안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직원들 단속하고 청렴하게 해야 된다는 주의를 줬기 때문에 저는 충분히 돌파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의 정면 돌파 선택이 중도층 표심 확보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박용진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당대표도 권고를 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럴 필요 없다, 대선 후보로서 집중하시라 이랬는데 (국감에 출석해) 경기지사로서 역할을 끝까지 하겠다고 하는 걸 나쁘게 보지는 않지만 (야당과) 정면 충돌로 갈 거라서”라며 “정면 충돌하면 우리만 손해고 소모전에 후보를 스스로 노출시키는 건 저는 실익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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