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5월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 참석해 '반도체 생태계 강화 연대 협력 협약식' 기념촬영 후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5월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 참석해 '반도체 생태계 강화 연대 협력 협약식' 기념촬영 후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회동이 가시화되면서, 청와대가 다소 이른 결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13일 당무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경선 결과를 수용하면서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회동도 ‘시간문제’가 됐다.

◇ 경선 후 청와대의 행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12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 선출 직후 축하 메시지를 냈는데, 전화 통화나 만남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최근에 면담 요청이 있었고,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협의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이 후보의 요청을 수용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이 후보 선출 후 “민주당 당원으로서 이재명 지사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축하한다.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선의의 경쟁을 펼친 다른 후보들에게도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당원’과 ‘절차’를 강조해 이 후보 선출의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평가다. 특히 경선 직후 이낙연 캠프의 ‘무효표 처리’와 관련한 이의제기 신청이 있기 전에 청와대의 입장이 나온 것은 경선 절차를 거쳐 선출된 ‘민주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한 이 후보의 면담 요청을 청와대가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임기 말의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의 ‘원만한 관계’를 당 지지층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만나지 않았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여당에서 제기된 탈당론으로 인해 당적을 정리한 상태였고, 정 후보와 만남을 추진하기에는 다소 ‘껄끄러운’ 상황이었다. 

◇ 이의제기로 빛바랜 청와대 행보

그러나 ‘정권 재창출’을 위한 청와대의 발 빠른 행보는 이낙연 캠프의 이의제기, 이 전 대표의 침묵, 야당의 공세에 가려졌다. 이 전 대표가 경선 결과에 대해 승복 선언을 미루고 당무위의 결정을 기다리면서, 이낙연 캠프 측에서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또한 야당은 이낙연 캠프 측의 ‘무효표 처리’와 관련한 문제제기에 동의하면서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회동이 가시화되면서 야당에서는 '대선 개입' 혹은 '미래권력 인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오전 참모회의에서 강한 어조로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하여,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하면서 야당의 공세는 더 강해졌다.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사실상 특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대통령과 후보 간 회동을 통해 이 후보를 대장동 의혹에서 분리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전례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민주당 당무위가 이낙연 캠프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 전 대표 역시 경선 결과를 수용하면서 청와대는 면담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4월 29일 대선 후보 확정 2일 만에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회동을 가졌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2년 9월 2일 대선 후보 확정 13일 만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만났다. 김 전 대통령은 '최규선 게이트'로 인해 탈당하기 직전에 노 후보를 만난 것이고, 이 전 대통령은 6공화국 수립 이후 처음으로 탈당 없이 임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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