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연일 겨냥하고 있다. 양강 구도의 균열을 내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유승민 전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공격 본능을 드러내고 있다. 그간 ‘점잖은’ 이미지를 앞세워 왔던 유 전 의원의 변신을 정치권에서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추격자로서 ‘양강 구도’의 균열을 내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14일 윤 전 총장을 향해 맹비난을 쏟아냈다. 윤 전 총장이 전날(13일)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열린 캠프 제주 선대위 임명식에서 유 전 의원을 비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윤 전 총장은 “고발 사주를 갖고 대장동 사건에 비유하며 이재명과 유동규의 관계가 저와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 관계라고 하는데 이게 도대체 야당 대선 후보가 할 소린가”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유 전 의원도 참지 않았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떳떳하면 TV토론에서 사람 눈 보고 당당하게 말하라”며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토론 몇 시간 전 그렇게 등 뒤에 공격하듯 하는 자체가 굉장히 비겁한 일”이라고 쏘아붙였다. 

유 전 의원의 공세는 지난 5일 국민의힘 경선 TV 토론회에서 정점을 찍은 바 있다. 윤 전 총장의 ‘무속 논란’을 집중 추궁하면서다. 토론회 이후 이들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는 소문까지 나오며 양측 캠프가 정면충돌 양상을 빚기도 했다.

물론 유 전 의원의 공세에 대해 당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새어 나온다. 무속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 당내 경선이 ‘희화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게 대표적이다. 계속되는 공세에 ‘내부 총질’을 한다는 쓴소리도 이어졌다. 그러나 유 전 의원은 “토론회에서 당연히 해야 할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윤 후보도 그런 치열한 과정을 당연히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송곳 검증’을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 양강 구도 균열로 ‘잭팟’ 터뜨릴까

정치권에서는 유 전 의원의 이러한 행보가 다분히 ‘전략적’이라고 평가한다. 양강 구도가 확고한 상황에서 일차적 목표는 이 구도에 균열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의 ‘검증의 칼날’은 윤 전 총장을 타격 입힘과 동시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효과적인 전략인 셈이다.

그의 비판이 합리적인 지점에서 이뤄진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당장 본선에서 결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고발 사주’, ‘무속 논란’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정책에 대한 허점도 파고들었다. 그는 전날(13일)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의 ‘복지 정책’을 언급하며 “윤 후보의 복지 정책은 코로나 이후 심각한 양극화 시대에 문재인 정부와 어떻게 다르다는 그림이 궁금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유 전 의원의 경우 윤 전 총장을 향한 비판, 공세의 포인트가 굉장히 합리적”이라며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윤 전 총장의 한계와 자신의 합리적 이미지를 배가시킬 수 있다”며 “아직 누구를 찍을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유승민이라는 존재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공세를 통해 ‘탄핵’의 꼬리표를 끊어내겠다는 속내도 엿보인다. 탄핵의 그림자에 시달려온 그는 앞서 대구‧경북 등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궁극적으로 ‘최순실의 개입’ 때문이었다는 점을 부각해 왔다. 그가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국정농단 사건을 거론하며 “대통령이란 자리는 공적 자리 중 공적인 자리”라며 “공직이 아닌 사람들이 함부로 개입해선 안 된다”고 언급한 것은 자신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인 셈이다.

박 평론가는 “국민의힘은 최순실‧최태민 트라우마가 있는 상황에서 주술 논란 등은 절대 안 되는 금기”라며 “결국 유 전 의원이 얻어야 할 표는 ‘탄핵이 정당했다’, ‘주술과 같은 시대는 끝내야 한다’는 당내 합리적 지지자들”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의 지지를 얻으면 판세 변화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불과 3주가량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극적인 변화가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다만 유 전 의원은 10월 마지막 주쯤에는 이른바 ‘골든 크로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앞서 한 라디오에서 “10월 31일까지만 뒤집어지면 후보는 유승민”이라고 말했다. 이날 YTN 뉴스큐에 출연해서도 “제가 잭팟을 터뜨릴 거라는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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