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경선 캠프 해단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 이낙연 캠프 제공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경선 캠프 해단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 이낙연 캠프 제공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경선 종료 사흘 만에 경선 승복을 선언했지만, ‘원팀’의 길은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이재명 대선 후보 측은 이낙연 전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 전 대표 지지층 끌어안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이재명 후보 경선 캠프에서 총괄특보단장을 지낸 안민석 의원은 14일 BBS 라디오에서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그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이어 “단지 죽어도 이재명은 안 된다고 하는 일부의 지지자들을 어떻게 설득을 할 것인가, 거기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이재명 후보의 진정성 어린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그동안 캠프에 몸담지 않고 대선 승리를 위해서 지원하고 있었던 밖에 계신 분들의 역할이 있으면 원팀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원팀' 기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갈등은 봉합되지 못하고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은 이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결과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4만6,000여명 규모의 소송인단은 민주당 경선에서 투표권이 있는 권리당원들과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일부 권리당원들의 소송대리인 정환희 변호사는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이유에 대해 “경선에 권리를 행사한 당원이나 시민들이 권리를 침해당했기 때문”이라며 “위반 내용은 결선투표제의 근본 취지인 대표성 확보, 사표 방지가 훼손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낙연 지지자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이를 두고 이재명 후보 측과 이낙연 전 대표 측은 또다시 정면 충돌했다. 이재명 경선 캠프 현근택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가처분 신청은 각하 또는 기각될 것이 명백하다”며 “당내 경선 결과에 불복해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것은 민주정당이 지양해야 할 일이다. 지지자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놔둘 것이 아니라 자제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낙연 전 대표의 경선 캠프 정운현 공보단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말고는 전적으로 법원의 몫”이라며 “또 가처분은 자격 있는 자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권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낙연 후보나 캠프가 나서서 이걸 자제시키란다. 주제도 넘거니와 무례하기조차 하다”면서 “이재명 후보는 이런 ‘자제 요구’를 도발하는 현근택의 언행부터 자제시키기 바란다. 아무래도 그쪽은 원팀 할 생각이 없나 보다”라고 쏘아붙였다.

여기다 송영길 대표가 이재명 후보의 구속 가능성을 언급한 이낙연 전 대표 측 설훈 의원과 지지자들을 향해 ‘국민의힘 대변인’ ‘일베(극우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 수준’ 등의 표현을 사용해 비판한 것도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의 분노를 불러오고 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당대표는 사퇴하라” “당 대표 아웃” 등의 반발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 때문에 이낙연 전 대표의 승복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표 지지층의 이탈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이낙연 지지층’ 이탈 현상이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민주당 경선 직후인 지난 11~12일 실시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결과,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가상대결’에서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 중 ‘내년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하겠나’라는 질문에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응답은 14.2%에 그쳤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40.3%로 가장 많았다.

‘이재명-홍준표-심상정-안철수 가상대결’에서는 이 전 대표 지지자 중 13.3%만이 이재명 후보를 선택했고 29.9%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낙연 전 대표도 경선 승복 입장을 밝힌 이후에도 앙금을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 민주당 갈등이 수습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제공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비공개로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요즘 저건 아닌 듯 싶은 일들이 벌어져 마음에 맺힌 것이 있어서 이 정도만 표현한다”면서 “동지들에게 상처줘선 안된다. 일시적으로 경쟁할 수 있지만 다시 우리는 하나의 강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시 안 볼 사람들처럼 모멸하고 인격을 짓밟고 없는 사실까지 끄집어내서 유린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잔인한 일 일뿐 아니라 정치할 자격이 없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이 전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있었던 경쟁 후보들의 공격에 대해 쌓아왔던 감정을 그대로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해단식 이후 기자들로부터 이재명 후보와의 회동 가능성, 선대위 합류 여부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오늘은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별다른 언급 없이 자리를 떠났다.

‘이낙연 캠프’ 정치개혁비전위원장을 맡았던 김종민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너무 빨리 하다보면 부작용이 생긴다”며 “조금 시차 적응하는 기간들을 가지고 그걸 통해서 서로 간에 감정선도 좀 갈무리하고, 또 앞으로 대선 승리를 위한 민주당의 방향도 한번 점검해보고 이러는 과정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모아낼 수 있는 그런 시기가 오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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