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수입 하이브리드 누적 판매대수, 전년 동기 대비 2.7배 더 팔려
하이브리드 대명사는 日 자동차 브랜드… 토요타·렉서스·혼다, 연비 높아
MHEV, 기존 내연기관 대비 연비 10% 내외↑… 엔진을 보조하는 성격 강해

연료와 전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혜택이 내년부터 또 줄어든다. /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차량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자동차 업계가 탄소배출을 줄이고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일부 자동차 브랜드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판매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차량은 기존 가솔린 내연기관 모델과 비교했을 시 연비 부분에서 드라마틱한 효율 개선을 보이지 못해 의문을 자아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에 판매된 수입 하이브리드 차량(HEV·MHEV) 판매 실적은 5만4,867대로, 전년 동기 1만9,848대 대비 176.4%(약 2.76배) 늘었다. 동기간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4,442대에서 1만5,991대로 260.0%(약 3.6배) 늘어났다.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 차량을 찾는 이유는 효율성 측면이 크다. 기존 내연기관 대비 연비가 개선됐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토요타·렉서스의 스트롱 하이브리드 차량과 혼다의 2모터 HEV 시스템이 적용된 모델이다.

스트롱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함께 사용해 시동을 걸고, 가속할 때 엔진과 모터가 함께 작동하며 감속할 때는 회생제동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대표적인 모델도 렉서스 ES300h와 RX·NX·UX, 토요타 프리우스·캠리·시에나 등이다.

렉서스코리아가 국내에 뉴 ES 모델과 뉴 ES F스포츠 모델을 출시했다. 뉴 ES300h(왼쪽)와 뉴 ES300h F스포츠 모델. / 한국토요타자동차
렉서스의 ES 모델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대명사로 꼽힌다. / 한국토요타자동차

국내에 판매되는 토요타·렉서스 차량은 대부분 스트롱 하이브리드 기술을 접목해 연비가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렉서스 ES300h는 제원 상 복합 공인연비가 17.3㎞/ℓ이며, 토요타 프리우스는 21.4∼23.3㎞/ℓ, 캠리HEV는 17.3∼18.8㎞/ℓ 수준이다. 실제 주행 연비는 이보다 높게 측정되기도 한다. 토요타와 렉서스는 이러한 스트롱 하이브리드 차량을 주축으로, 국내에 판매하는 차량의 96%(토요타 92%, 렉서스 98%)가 스트롱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이와 함께 혼다의 하이브리드 기술인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i-MMD 시스템이 결합된 모델 어코드와 CR-V 하이브리브 모델도 높은 효율을 보인다.

혼다 i-MMD 시스템은 주행 모드를 △전기주행(EV) △하이브리드(HEV) △엔진 구동 등 3가지 모드로 설정할 수 있다. EV나 HEV 모드에서는 모터만을 구동해 주행하며 엔진은 차량 구동에 개입하지 않는다. 덕분에 뉴 CR-V 하이브리드의 도심 주행 기준 연비는 15.3㎞/ℓ며,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18.0㎞/ℓ 수준의 도심 연비를 나타낸다.

혼다 스포츠 하이브리드 i-MMD 시스템과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 뉴 CR-V 하이브리드와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높은 출력을 뿜어내면서도 최적의 효율을 달성했다. / 혼다코리아 온라인 출시행사 영상 갈무리
혼다 스포츠 하이브리드 i-MMD 시스템과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 뉴 CR-V 하이브리드와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높은 출력을 뿜어내면서도 최적의 효율을 달성했다. / 혼다코리아 온라인 출시행사 영상 갈무리

연초 신형 어코드와 CR-V 국내 출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니키 마나부 혼다기연공업 자동차 사업본부 모노즈쿠리(R&D) 센터 하이브리드 개발 총괄은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해 “차량이 주행 상황에 맞춰 주행모드를 최적으로 전환하는 고성능 고효율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토요타·렉서스와 혼다의 실적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다. 즉, 일본차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가 수입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수입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가 늘어난 배경에는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차량이 있다. MHEV 모델은 유럽 자동차 브랜드에서 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기술이다. 대표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볼보 등이 기존 내연기관 모델을 MHEV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MHEV는 기존 내연기관 모델에 48V 배터리를 추가해 엔진을 보조하는 형태로 작동된다.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볼보의 전 모델이 48V MHEV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MHEV 기술을 탑재한 차량은 기존 내연기관 대비 연비가 10% 내외로 소폭 개선될 뿐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지난 13일 10세대 E-클래스 부분변경 모델을 국내 공식 출시하면서 E세그먼트 시장 전쟁에 불을 지폈다.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해 유럽 자동차 브랜드에서 차량에 적용하는 MHEV는 연비 개선보다 탄소배출 저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적으로 현재 판매 중인 벤츠 E350 4매틱 AMG라인의 제원 상 연비는 10.2㎞/ℓ이며, 2018년에 판매했던 E300 4매틱 AMG라인은 9.6㎞/ℓ 수준이다. 6∼7% 정도 연비가 개선됐다. CO₂ 배출량은 2018년 모델이 149g/㎞ 수준이지만, 현재 판매 중인 E350 모델은 171g/㎞로 소폭 증가했다. 연비는 개선됐으나, 탄소배출은 늘어난 셈이다.

BMW 5시리즈에서 MHEV가 적용된 523d는 기존 520d의 후속 모델이다. 연비는 기존 520d가 14.0㎞/ℓ 수준이며, 현재 판매 중인 523d는 15.6㎞/ℓ 수준이다. 11% 정도 연비가 개선됐다. 탄소배출량도 135g/㎞에서 119g/㎞로 저감 효율이 나타났다.

볼보 차량 중 S90은 2020년 T5 모델이 11㎞/ℓ 수준의 연비를 보였으며, 현재 판매 중인 B5 모델은 11.2㎞/ℓ의 효율을 보인다. 탄소배출은 155g/㎞에서 151g/㎞로 소폭 저감했다. 다른 차량의 B5, B6 모델들도 대부분 10㎞/ℓ 내외의 연비를 보인다.

MHEV는 전반적으로 연비 개선보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MHEV를 ‘하이브리드’라고 말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방식은 직렬식, 병렬식, 직병렬식 3가지가 있는데, 토요타와 렉서스의 스트롱 하이브리드와 혼다의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직렬과 병렬의 장점을 혼합한 직병렬 구조를 채택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직병렬 방식은 모터가 차량 구동에 적극 개입하면서도 회생제동에도 작동해 연료 효율을 높이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MHEV는 48V 배터리와 모터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동력이 필요할 때 일정부분 도움을 주는 정도며, 차량 구동에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아 연비 개선에는 한계가 있는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 또 다른 수입차 업계 관계자도 “MHEV 차량을 완벽한 하이브리드라고 말을 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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