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차담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차담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의 만남 시점에 대해 정치권에 관심이 쏠렸으나, 청와대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후보가 요청을 해오면 만나는 전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정세균 전 총리와 만찬 회동을 27일에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회동할 예정이다. 당내 ‘원팀’ 모양새가 어느 정도 갖춰진 만큼,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열차를 본격적으로 출발시킬 계획이다. 

◇ 이재명, 문 대통령과의 ‘동질감’ 강조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 차담(茶談)을 진행했다. 이 후보는 문 대통령과의 차담에 앞서 지난 24일에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만나 ‘원팀’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이 전 대표와 만나 ‘원팀’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던 이 후보는 이날 차담에서 문 대통령과의 거리를 좁히며,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이날 면담은 정치적인 의제보다는 대선 정책 경쟁과 기후위기와 경제 문제를 주로 언급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 후보는 ‘민주당 후보’로서 문재인 정부 계승 의지를 드러냈다. 이 후보는 상춘재 아래 녹지원에서 직접 문 대통령을 맞았고, 문 대통령은 이 후보와 악수 후 두 손을 맞잡았다. 공개발언에서 이 후보는 “앞으로도 문재인 정부가 역사적인 정부로 남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비공개 면담에서 이 후보는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마음에 담아둔 얘기를 꼭 드리고 싶었다”며 “지난 대선 때 제가 모질게 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 사과드린다”고 했다. 2017년 대선 경선에서 이 후보가 문 대통령을 매섭게 공격한 것에 대해 직접 사과한 것이다. 당시 이 후보의 공세로 인해 일부 강성 친문(친문재인) 당원들은 이 후보에 대한 ‘비토’ 정서가 강해진 바 있다. 이 후보의 발언에 문 대통령은 “이제 1위 후보가 되니 그 심정 아시겠죠”하고 웃었다고 한다. 

또 이철희 정무수석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전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거론하며 “대통령과 제 생각이 너무 일치해서 놀랄 때가 있다. (시정연설) 내용도 꼼꼼히 살펴봤는데 내 생각과 너무 똑같았다”며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는데 문 대통령도 루즈벨트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알고 있다. 거기에 공통분모가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역시 문재인 정부의 계승자임을 강조하면서, 당내 친문 세력에게 적극 ‘구애’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 당내 원팀 구성 마무리 수순… 선대위 곧 발족 전망

이 후보는 앞서 지난 24일 이낙연 전 대표를 만나 ‘경선 후유증’을 정리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과의 차담이 있던 이날에는 또다른 경쟁자였던 정세균 전 총리를 여의도 모처에 만나 만찬을 함께한다. 이 후보는 정 전 총리가 당대표 시절 상근 부대변인을 지냈고, 성남시장 공천도 정 전 총리가 대표였던 시절 받은 바 있다. 또 정 전 총리는 지난 11일 “원칙을 지키는 일이 승리의 시작”이라며 이 전 대표의 경선 불복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후보는 오는 27일에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오찬을 함께한다. 추 전 장관은 ‘명추연대’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이같은 정무적 해석을 거부하고 민주당의 가치를 강조하는 정책선거를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의 행보는 ‘2강’(이재명-이낙연)으로 굳어져 흥행은 실패하고, 내부 분열로 이어질 수 있었던 민주당 경선을 다른 양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 측은 이외에도 경선에 나섰던 김두관·박용진 의원과의 만남도 조율 중이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20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경기지사 사퇴 선언을 한 지 하루 만이다. 이 후보가 거취를 정리한 만큼 민주당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선대위는 내주 초 발족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출되기 전에 발족식을 열어, ‘출발 신호’를 알리며 야당의 컨벤션 효과를 어느 정도 억제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현재 선대위 구성에 대해서는 윤관석 민주당 사무총장과 이재명 캠프에서 활동했던 조정식 의원이 선대위 규모와 특색 등을 두고 협의 중이다. 각 캠프 인사를 고루 분포시키는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낙연, 정세균 캠프 등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어디에 포진될 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24일 회동에서 당 선대위 상임고문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송영길 대표는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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