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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저항보고서
[멸종저항보고서⑰] 길고양이, 멸종위기종을 위협하다
2021. 10. 27 by 박설민 기자 ihatefree1@sisaweek.com
길고양이는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익숙한 동물이다. 하지만 이들은 멸종위기종에게 치명적인 사냥꾼으로 생태계 교란종으로 불리기도 한다. 과연 길고양이와 멸종위기종이 공존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해 2월, <멸종저항보고서>의 연재를 시작하면서 기자는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멸종과 관련된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참치, 여우, 고래, 해달 등 다양한 멸종위기종에 관한 이야기부터 바다, 숲 등 생태계 파괴의 이야기 등을 담아내고자 애썼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멸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바로 우리 곁에 살아가고 있는 ‘길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다. 과연 생명의 무게를 저울질 할 수 있는가. 이것이 이번 <멸종저항보고서>에서 이야기 해보고자 하는 주제다.

◇ 귀엽지만 강력한 포식자… 길고양이, 멸종위기종을 위협하다

사실 길고양이에게 ‘멸종’이라는 단어가 붙게 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할 수 있다. ‘밖을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길고양이가 대체 멸종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라고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고양이, 특히 길고양이 자체는 멸종위기와 아주 거리가 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길고양이가 멸종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바로 이들이 다른 멸종위기종들을 위협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먼저 고양이는 우리에게 매우 귀엽고 친숙한 반려동물 중 하나지만, 이들은 엄연한 ‘포식자(Predator)’다. 강력한 발톱과 이빨, 빠른 몸놀림, 은밀한 이동 수단, 뛰어난 운동신경 등으로 중무장했다. 쉽게 말해 호랑이, 사자의 크기를 매우 작게 줄여놓은 것이 바로 고양이다.

여기에 고양이의 높은 번식력 또한 생태계에서 경쟁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소다. 수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양이는 생후 7개월 정도부터 1년에 약 2~3번 정도의 발정기를 갖는다. 이 시기에 교미할 경우, 거의 100% 확률로 임신을 하게 되며, 한 번에 약 2~6마리의 새끼를 출산한다.

결국 길고양이는 강력한 포식 능력과 뛰어난 번식력을 가지고 있어 숫자가 적은 청개구리, 원앙 등 작은 멸종위기종들에게 충분히 위협을 가할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강원대학교 최훈 교수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에 게재한 ‘도둑고양이인가, 길고양이인가’ 논문에서 “경계 고양이(길고양이)는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에도 해악을 끼치는데, 육식성 동물로서 다른 동물 을 잡아먹는다“며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고양이는 호랑이나 사자 등과 같은 고양이과 동물이고, 사냥하는 본능이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길고양이와 같은 야생고양이들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교란종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조류협회에 따르면 고양이는 야생에서 63종의 조류, 포유류 및 파충류를 멸종시켰다./ 사진=미국조류보협회

◇ 전문가들, “길고양이로 인해 멸종위기종 다수 발생”

길고양이들의 이런 강력한 야생 적응 능력으로 수많은 멸종위기종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로벌 과학저널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개제된 논문 ‘Invasive predators and global biodiversity loss(2016)’에 따르면 길고양이들은 전 세계 생물 다양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의 저자인 호주 보존 생태학자 팀 도허티 디킨대학교 교수와 연구진들은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적색 목록을 조사하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외래 포식자들이 이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596종의 멸종 위기에 처한 종과 142종의 멸종된 종(총 738종)이 고양이를 포함한 포유류 포식자로부터 악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팀 도허티 교수와 연구진들은 특히 길고양이들이 특히 악영향을 미치는 종은 멸종위기의 조류(새)들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약 40종의 조류가 멸종하게 된 원인이 길고양이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미국 조류협회 역시 “길고양이와 같은 야생 고양이들은 전 세계 생물 다양성에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고양이는 야생에서 63종의 조류, 포유류 및 파충류를 멸종시키는데 기여했고, 미국에서만 야외 고양이가 매년 약 24억 마리의 새를 죽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길고양이들의 사냥능력 뿐만 아니라 배설물은 심각한 멸종위기종인 ‘해달’에게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현재 해달은 IUCN에서 ‘EN(절멸 위기)’ 등급을 매겼을 정도로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수생동물이다.

실제로 2019년 영국 왕립 학회 B 논문집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사망한 116마리의 해달을 조사한 결과 12마리가 고양이 배설물에서 발생한 기생충에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생충에 감염된 길고양이의 배설물이 하수도를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달’에게 치명적인 톡소플라즈마증을 감염시킨 것이다.

논문의 저자 카렌 샤피로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 교수는 “이는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진 결과”라며 “우리는 실제로 해달의 죽음을 육지의 야생 및 집고양이와 연결할 수 있게 됐다”며 “특정 유형의 기생충(고양이 배설물에서 나오는) 해달에 치명적인 톡소플라즈마증 사이에 중요한 연관성이 있음을 확인 했다”고 밝혔다.

길고양이의 배설물 역시 생태계 파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IUCN 적색 목록 EN(절멸)등급인 해달의 경우, 길고양이 배설물에서 나온 기생충에 감염돼 목숨을 잃곤 한다./ 사진=Gettyimagesbank

◇ 호주 정부, 개체수 감소 위해 ‘살처분’ 도입… “윤리 어긋나” 비판 목소리도 

이처럼 길고양이들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멸종위기종들을 위협하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서 이 길고양이들의 개체수를 ‘어떻게’ 줄일 수 있냐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고양이는 엄청난 번식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수많은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호주의 경우, 조금 극단적이라 볼 수 있는 대책을 추진 중이다. 바로 ‘살처분’이다. 

왈라비, 쿼카, 키위새 등 수많은 멸종위기종이 대량으로 서식하는 호주는 현재 길고양이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호주 환경·에너지부가 발표한 ‘Tackling Feral Cats and Their Impacts’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의 야생 고양이들은 최소 20종에 해당하는 호주 서식 동물을 멸종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호주 정부는 지난 2015년 멜버른에서 열린 환경 장관 회의에서 길고양이 등 야생 고양이를 ‘유해동물’로 지정했다. 이를 통해 호주 정부는 지난해까지 약 200만마리의 길고양이를 살처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환경·에너지부는 “호주의 야생 고양이들은 100종 이상의 토착 생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그들은 이미 일부 지상에서 생존하는 새와 중소형 포유류의 멸종을 초래했고 빌비, 반디쿠트, 베통, 누밧과 같은 많은 육상 멸종위기종의 주요 감소원인은 고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길고양이의 살처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길고양이들이 생태계와 도시 환경에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나, 과연 인간이 멸종위기종과 고양이 사이에서 생명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는 권리가 있냐는 것이다. 

글로벌 비영리 동물 보호 단체인 ‘Alley Cat Allies’ 설립자 벡키 로빈슨은 호주 정부의 길고양이 살처분 정책에 대해 ‘야만적이고 비난받아야 하는,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선택’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생태계 보존을 위해선 길고양이 개체수 줄이기가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를 위해선 살처분이라는 극단적 처방이 있지만, 윤리적 문제로 대다수 국가에서는 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대처 방안으로 삼고 있다./ 사진=뉴시스

◇ 길고양이의 ‘중성화 수술’… 윤리적으로 개선됐지만 한계도 뚜렷

살처분 정책이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길고양이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현재 각국 정부에서 주로 시행하고 있는 정책은 ‘TNR’이다. 

‘Trap(덫)-Neuter(중성화)-Return(되돌리다)’의 약자인 TNR은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한 후 원래 포획 장소에 풀어주는 활동이다. 살처분과 달리 고양이들의 번식력을 약화해 개체수를 줄이는 방법이기에 ‘인도적 개체수 조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 역시 TNR을 통해 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조절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08년부터 TNR사업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2013년 기준 25만마리였던 서울시내 길고양이 개체수는 2017년 기준 13만9,000마리로 감소했다.

또한 환경부에서는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을 위해 TNR과 함께 ‘TVHR’ 정책을 시행 중이다. 2019년부터 환경부가 시행하고 있는 TVHR은 고양이의 정소와 난소는 그대로 두고 정관과 자궁 통로를 차단하는 중성화 수술 방식이다. 고양이들의 영역 확보 본능과 생식 본능은 유지되면서도 길고양이 개체수는 조절이 가능해 좀 더 윤리적으로 개선된 방법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TNR이나 TVHR처럼 길고양이의 복지를 고려한 개체수 조절 방법의 문제점도 분명 존재한다. 효율이 높지 않아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에 극적인 효과를 당장 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앞서 소개한 서울시만 해도 10년에 걸쳐 나타난 길고양이 개체수 감축 효과다. 

또한 넓은 지역에 분포하는 길고양이의 경우, 일일이 한 마리씩 고양이를 잡아 중성화를 시키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효과 또한 미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시드니 대학교 연구진들은 ‘Review of cat ecology and management strategies in Australia(2010)’ 연구 보고서를 통해 “TNR에 대한 모든 연구원들이 동의하는 하나의 사실은 TNR이 호주 본토처럼 광범위하게 분산된 고양이 서식 개체군에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양이의 개체수를 줄여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선 단순 TNR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입양과 동물등록제 강화 등을 통한 유기동물 개체수 줄이기가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중성화와 함께 ‘유기묘 개체수 줄이기’ 가장 중요 

결국 전문가들은 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줄여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선 단순 TNR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입양과 동물등록제 강화 등을 통한 유기동물 개체 수 줄이기가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플로리다 대학교 생태보존학과 마크호스테틀러 박사를 포함한 5명의 연구진들은 ‘How effective and humane is TNR for feral cats(2020)’ 보고서를 통해 “TNR 군집의 개체 수 감소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집단에서 고양이를 제거하기 위한 높은 입양률이 필요하다”며 “이론적으로 출산율이 사망률보다 낮도록 고양이를 충분히 살균하면 주어진 지역의 고양이 개체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화와생명동물병원 박종무 원장도 2014년 발표한 ‘유기동물 안락사의 윤리적 고찰과 사례를 통한 발전적 해결방안’ 논문에서 “고양이 등 유기동물을 안락사 시키는 것은 근본적으로 너무 많은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유기동물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선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동물등록제의 강화, 번식장 통제를 바탕으로 한 동물분양시스템 개선 등과 함께 보호자의 동물에 대한 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한 교육과 의료인의 동물에 대한 인식도 개선돼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어디에서 무엇으로 내가 고른 것도 아닌데/ 태어나고 사는 것이 다 행복하면 좋을 걸.”

기사를 작성하며 문득 김윤아의 노래 ‘Cat song’의 가사 한 구절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비록 멸종위기종들을 위협하며 생태계 교란종이 됐고, 또 강제로 죽임을 당해야 하는 것, 이것은 길고양이들이 원해서 선택한 삶은 결코 아닐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하루 빨리 길고양이, 그리고 멸종위기의 생물들 모두가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고 버린 인간에 의해 발생한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