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를 발표한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한국씨티은행에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라며 조치명령권을 발동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를 발표한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한국씨티은행에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라며 조치명령권을 발동했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에서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를 발표한 한국씨티은행(이하 씨티은행)에 대한 조치명령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 규정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 및 건전한 거래질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은행 등에게 필요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금융위는 지난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후 처음으로 이러한 조치명령권을 발동했다.  

금융위는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불편 및 권익 축소 등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씨티은행이 자체적으로 관리계획을 마련·시행하더라도 그 내용의 충실성 여하에 따라 이러한 문제가 충분히 해소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씨티은행을 상대로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에 따른 고객 불편 최소화, 소비자 권익 보호 및 건전한 거래 질서 유지를 위한 상세한 계획을 충실히 마련해 이행하라는 조치 명령을 내렸다. 

씨티은행은 금융위의 조치에 따라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 절차 개시 전에 △이용자 보호 기본원칙 △상품·서비스별 이용자 보호방안 △영업채널 운영계획 △개인정보 유출 등 방지 계획 △조직·인력·내부통제 등을 포함한 상세한 계획을 금감원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향후 금융감독원은 씨티은행의 계획을 제출받아 그 내용을 점검해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는 한편, 향후 씨티은행의 계획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해 필요시 금융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이울러 금융위와 금감원은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의 매각 및 단계적 폐지가 은행법상 인가 대상인지를 법률적으로 심도 있게 검토한 결과, 인가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씨티은행이 소매금융사업을 접고 기업금융사업만 영위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을 놓고 은행법 제55조 상 ‘은행업의 폐업’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은행법 제55조에 따르면 은행은 △분할 또는 합병 △해산 또는 은행업의 폐업 △영업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양수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 금융위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금융위는 판단 근거에 대해 “은행법은 영업양도의 경우 중요한 ‘일부’의 영업양도도 인가대상임을 명시하고 있지만 폐업의 경우 이러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며 “일부 폐업은 인가대상으로 예정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매금융사업을 폐지하면서 은행업 폐업인가를 받지 않았던 과거 사례와의 형평성도 고려해 판단을 내렸다. 

외은지점인 HSBC는 2013년 7월 국내 소매금융 업무 철수 계획을 발표하고 총 11개 지점 중 10개 지점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은행법 제58조 제1항에 따른 외은지점 폐쇄인가는 받았으나 은행법 제55조 제1항에 따른 폐업인가는 받지 않았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례회의에서 “씨티은행이 조치명령을 충실히 이행해 단계적 폐지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불편 및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면밀히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  

고 위원장은 은행의 영업대상 축소가 인가대상인지가 쟁점이 된 것과 관련해서 “은행의 영업전략 변화 등이 국민생활 및 신용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행법 하에서는 영업대상 축소를 인가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불가피하지만, 법 개정을 통해 은행의 자산구성 또는 영업대상 변경 등을 인가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는지 검토해 필요 시 제도 정비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향후 금융위원회는 은행법 상 인가대상 확대 등 법 제도 정비 필요성에 대해 해외사례 조사, 법률전문가 의견청취 등 심도 있는 검토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을 단계적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4월 모회사인 미국 씨티그룹이 씨티은행의 소매금융사업에 대한 출구전략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후, 6개월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씨티은행은 그간 소비자금융 통매각 및 부분매각을 추진했지만 적절한 인수후보를 찾지 못하면서 사업 청산을 결정했다. 씨티은행의 조치로 기존 고객들의 상당한 불편이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노조와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는 그간 소비자금융 사업 청산이 금융위의 인가 사항이라고 주장하며 당국의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인사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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