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종전선언 대화 선결조건으로 대북 제재 일부 해제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사진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8일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2021년도 국가정보원 국정감사 시작을 기다리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종전선언 대화 선결조건으로 대북 제재 일부 해제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사진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8일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2021년도 국가정보원 국정감사 시작을 기다리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시키기 위한 첫 단계로 종전선언을 제안했지만, 북한의 ‘선결 조건’ 제시로 인해 다소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미국은 오히려 유엔총회에서 북한을 압박했고, 우리 정부는 북한의 ‘대화 의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 북한, 종전선언 대화 ‘선결조건’ 요구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7박 9일 일정의 유럽 순방을 떠났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면담하는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을 위해 공을 들일 예정이다. 또 한국과 미국은 종전선언 문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도 나온 바 있고, 청와대는 해당 보도가 어느 정도 사실임을 인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같은날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국정원장은 북한은 종전선언 논의를 위한 만남의 선결조건으로 광물 수출과 정제유 수입 등 대북제재 해제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고 보고했다. 정보위 여당 간사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원 보고 뒤 기자들과 만나 “광물질 수출과 정제유 수입, 민생 의약품 관련해 해제해달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즉, 북한은 제재 사항 일부 해제를 종전선언의 조건으로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앞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중기준’(미국의 동맹국은 군사훈련과 무기 도입을 해도 눈감아 주고, 북한의 군사행동에만 제재를 가했다는 뜻)과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미국이 ‘대화를 위한 조건 제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제재 사항 일부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미사일 시험발사를 여러 차례 한 바 있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면 국민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일각에서는 기존에 주장한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 철회, ‘제재 사항 일부 해제’ 및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는 대동소이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 북한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이에 미국은 북한의 이런 요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유엔총회 산하 제1위원회(군축 담당)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를 촉구하는 결의안 3건을 채택했다. 북한의 결단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미가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한 카드로써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미국은 북한의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 이전까지는 대북제재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으로서도 대북제재 해제와 한미연합훈련 중지 등은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의미다. 

다만 김병기 의원은 “선결조건 없이 북한이 대화에 나설지에 대해 박 원장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북한이 선결조건에 대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종전선언이 비핵화 협상의 ‘입구’라고 규정한 것을 감안하면, 북한 역시 제재 사항 완화 ‘신호’를 감지하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 원장의 견해가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을 성사시켜 교황이 중재 역할을 한다 해도, 북미 비핵화 협상이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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