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대권 출마를 공식화 했다. 당장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안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야권 단일화 군불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대권 도전의 뜻을 밝혔다. 안 대표가 본격 대선 레이스에 가담하면서 야권의 대선 정국은 한층 복잡해진 양상이다. 다자 구도 상황이 되면서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가 정치권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에서 출마 선언식을 열고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기득권 양당들이 간판선수만 교체하는 정권교체는 구 적폐를 몰아낸 자리에 신 적폐가 들어서는 ‘적폐 교대’만 반복할 뿐”이라며 “5년마다 악순환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판을 갈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완주 의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선을 목표로 나왔다”며 “제가 정권교체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오는 5일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된 후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과정을 보면서 어떤 분이 총리나 장관으로 적합한 분인지 잘 관찰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단일화와는 거리를 두면서 본인의 행보를 지속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하지만 안 대표의 출마로 야권의 속내는 복잡한 상황이다. ‘야권 표심 분열’이라는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대선이 사실상 진영 대결로 치러지는 만큼 안 대표로의 표 분산 가능성을 낮게 보기도 한다. 그러나 초접전 대선 국면에서 ‘위험 요소’를 굳이 안고 갈 필요가 없다는 점은 분명한 셈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 이날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서 “안 대표가 몇 퍼센트 가져가버리면 정권 교체가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당장 야권 후보들도 분주해졌다. 안 대표를 향한 적극 구애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경기도 선대위 및 당협위원장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오래전부터 안 대표가 정치에서 많은 역할을 하며 거기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두둔했다. 안 대표와 직간접적 소통을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과거 DJP 연대하듯이 세력 대 세력을 서로 연대해 공동 정부를 창출할 수도 있다”며 손을 내밀었다. 유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안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 선 그었지만 힘 받는 ′야권 단일화′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선 결국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안 대표가 단일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된다면 양당 모두 단일화 여론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동연 전 부총리와의 연대 가능성이 어려워 진 것도 안 대표로선 선택지가 좁아진 셈이다. 김 부총리 측은 이날 안 대표의 출마 선언에 대해 “출마 선언은 결국 구태정치의 또 다른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험로도 예견된다. 앞서 합당 결렬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이 대표적인 문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안 대표의 출마에 대해 “무운을 빈다”고 언급한 데 이어 “당긴다고 당겨지고 밀친다고 밀리는 분도 아니다. 본인의 판단에 따라 (단일화를) 제안하실 수도 있지만, 저희가 제안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 일각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판설’이 회자되는 데 이 역시도 ′가시밭길′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다만 이러한 선 긋기가 결국은 단일화를 염두에 둔 주도권 싸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으로선) 안 대표 때문에 당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최악”이라며 “일종의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으로선 국민의힘 중심으로 뭉쳐야 후보 지지율이나 당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대표로서는 한 동안 정치적 입지를 다지며 지지율 상승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단일화 협상에 우위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평론가는 “안 대표는 이미 서울시에서 연합 정부를 구성하고 있고, 얼마 전까지 합당을 추진해왔다”며 “1단계로는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정확히 한 뒤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이고, 지지율이 어느 정도 오르면 ‘연합 정부론’을 이야기하면서 공동 정부를 구축하는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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