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당지도부가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대전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더불어민주당 파란 점퍼를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3‧9 대선을 위한 선거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며 본격 선거체제에 돌입했다. 경선 이후 ‘원팀 논란’에 시달렸던 것을 염두에 둔 듯 이날 민주당은 거듭 ‘원팀’을 강조하며 하나 된 민주당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경기장 KSPO 돔에서 선대위 출범식을 열고 대선 레이스의 서막을 알렸다. 출범식에는 당 지도부는 물론 소속의원 169명이 전원 참석했다.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두관‧박용진 의원, 양승조 충남도지사와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도 함께 하며 ‘매머드 선대위’의 위용을 뽐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날 총 376명이 참석했다.

이날 선대위 출범식을 관통한 화두는 단연 ‘원팀’이었다. 앞서 민주당은 경선 이후 경선 불복 논란 등에 휩싸이며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이후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회동을 하면서 경색 국면은 다소 진정되는 듯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화학적 결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출범식은 사실상 처음으로 ‘원팀의 모습’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날 ‘용광로 선대위’를 꾸린 민주당은 이후 ‘오픈 플랫폼’ 선대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9개 독립 위원회를 구성해 경선 후보들의 주요 정책을 다룰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선대위원장을 맡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 역사상 가장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원팀 민주당’, ‘드림팀 선대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그간 갈등의 중심에 섰던 이 전 대표도 이날 ‘이재명 동지’라며 힘을 실어줬다. 그는 “민주당에는 민주당만의 내부문화가 있다. 경쟁할 때 경쟁해도 하나 될 때 하나가 된다”며 “이재명 동지와 함께 민주당답게 승리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자. 그 길에 함께 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경선을 함께 치렀던 다른 후보들 역시 ‘이심전심’이었다. 정 전 총리는 “이재명 후보가 바로 민주당”이라고 언급했고, 추 전 장관도 “원팀 정신으로 무장해 정의로운 사회로의 대전환을 국민께 약속하고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 “야당보다 겸손해야” 쓴소리도

원팀 채비를 마친 민주당의 칼날은 야권을 향했다. 송 대표는 이번 대선을 ″극우 언론과 정치 검찰, 토건 비리 세력의 부패 카르텔에 대항하기 위한 ‘최후의 결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들에게 대한민국이 무릎을 꿇는다면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타락한 정치 검사들이 없는 죄를 만들어 국민을 탄압하는 과거로 퇴행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혁적 자세’를 강조해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다만, 이날 출범식에선 내부의 자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새어 나왔다. 그간 ‘오만’과 ‘독선’이라는 비판을 받은 만큼 먼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장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이번 대선에서 ‘정권 교체 열망’이 높다는 결과가 나오는 것과,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는 비율이 높은 것을 민주당의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다.

지지선언에 나선 박용진 의원은 이러한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세 번의 전국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준 국민들의 믿음과 신뢰, 지지와 사랑에 제대로 못 맞췄다고 생각한다”며 “그 실망 앞에 몸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성취한 것은 더 키워나가고 실망한 것을 다 버려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를 세워서 변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전 대표 또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당원 동지들에게 한 가지만 제안하고 싶다”며 “우리 민주당이 야당들보다 더 겸손해지길 바란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경선 후 3주간 국민들을 살피며 조용히 지냈다. 그리고 발견한 것이 국민들의 마음과 달리 여야 정당은 그들만의 성에 갇혀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것이 국민의 눈에는 오만과 독선으로 비칠 수 있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안에 머문다고 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성을 열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의 눈으로 국가와 민생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재명, 문재인 정부 ‘청출어람’ 강조

이날 연설에 나선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현 정부의 계승자임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집토끼는 물론 ′변화′를 앞세워 중도층과 보수층 일부까지도 끌어안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는 1호 공약으로 ‘성장의 회복’을 강조하며 근본적 변화를 공언했다. 이 과정에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박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며 “이재명 정부는 탈 탄소 시대를 질주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에 대해선 거듭 사과했다. 그는 “부동산 위기를 대전환의 기회로 삼겠다”며 “부동산 문제로 너무 많은 고통과 좌절을 드렸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대장동 의혹’을 염두에 둔 듯 “부동산 투기를 막지 못해 허탈감과 좌절을 안겨드렸다”며 “이재명 정부에서는 이런 일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민주정부와 민주당 잘한 것도 많지만, 민생에서 국민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문재인 정부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빛과 그림자 역시 온전히 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같은 뿌리 민주당에서 나올 이재명 정부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가 쌓아온 토대 위에 잘못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필요한 것은 더해 ‘청출어람’하겠다”고 말했다.

현 시기를 ‘위기’로 진단하며 이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는 점은 이 후보의 연설의 핵심이었다. 그는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을 질적으로 다른 도약과 발전의 시대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야권 후보를 향한 견제구로 이어졌다. 이 후보는 “철학도 역사 인식도 준비도 없는 후보에게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며 “광주를 폄훼하고 핵무장을 주장하고 남북합의 파기로 긴장과 대결을 불러오겠다는 퇴행 세력에 대한민국을 맡길 순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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