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야권 단일화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주도권 싸움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는 형국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불편한 관계가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안 대표의 대선 출마로 야권 후보 단일화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일종의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와 안 대표는 감정 섞인 발언도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3일 안 대표와의 단일화 논의에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가 독자 출마를 선언했고 따로 새로운 제안을 할 생각이 없다”며 “안 대표의 의중이 바뀌거나 우리 후보와 상의 끝에 결론을 도출한다면 다를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 당 대표로 제가 제시할 새로운 협의나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대표는 그간 안 대표의 출마에 대해 탐탁치 않은 모양새를 취해왔다. 그는 지난 1일 안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한 데 대해 “무운을 빈다”며 짧은 메시지만 전했다. 전날(2일)에는 과거 안 대표가 ‘대선 생각은 없다’고 한 데 대해 ′출마를 선언한 것′이라고 발언한 기사를 공유하며 “딱 6개월 전에 이미 알려드렸다”고 비꼬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안 대표의 대선 출마로 정치권에선 야권 단일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사실상 대선 정국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안 대표가 가져갈 야권 표심이 변수임을 부인할 수 없는 탓이다. 당내 후보들이 연달아 안 대표를 향한 러브콜을 보내고,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안 대표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이러한 이유다.

하지만 이 대표는 현 시점에서 이같은 단일화 논의가 국민의힘에게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점을 우려한다. 당장 상승세인 국민의힘으로선 벌써부터 단일화 논의가 나올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이날 “지금 상황은 당이 개혁 노선을 걸으면서 지지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정치 공학에 매몰되는 모습을 보이면 필패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반면 본격 대선 정국이 도래하기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안 대표로서는 이같은 분위기를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만약 정권교체를 진정으로 열망하고 진정성이 있다면 국민의힘 후보가 양보한다면 확실히 압도적인 정권교체가 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1야당이 당선 된다면 그거야 말로 적폐 교대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강조했다. 

◇ 주도권 싸움 속 감정싸움도 격화

이렇다 보니 이 대표와 안 대표 간 기 싸움은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 양측의 감정싸움도 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이 대표와 안 대표가 날 선 공방을 주고받은 것도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둘의 구원(舊怨)이 깊다는 점도 이들의 신경전이 더욱 첨예하게 비치는 이유다.

안 대표는 이날 앞선 라디오에서 이 대표를 겨냥 “평론가 버릇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앞서 이 대표가 안 대표의 출마를 예견했다는 뉘앙스의 페이스북 글을 올린 것을 직격한 것이다.

해당 발언은 곧장 이 대표의 반발을 불러왔다. 그는 이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과 인터뷰에서 “패널은 아무나 하는 줄 아는가”라며 “‘너는 패널이고 나는 정치인이다’라고 접근하는 거 자체가 굉장히 신분 의식이고 자의식 과잉”이라고 말했다. 김철근 국민의힘 당 대표 정무실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현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사람으로 변해버렸다″며 ″이 정도면 거의 출마병 수준″이라고 안 대표를 겨냥했다.

이 대표는 당내 단속에도 나섰다. 그는 이날 당내에서 단일화에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향해 ‘거간꾼’, ‘통합무새’라고 비판하며 강력 조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일부 인사들이 안 대표와의 단일화에 개입하며 당의 혼란이 가중됐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대선에서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는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내에서 사적인 목적으로 당 밖의 후보를 끌어들여 내부 권력다툼을 하려는 징후가 있어서 보궐선거 치르면서 후보도 상처받고 당도 힘들었던 적이 있다”며 “원리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필요 이상의 혼란을 겪었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윤리위원회에 별도 지침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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