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 디젤차량, 1만㎞ 내외 요소수 10ℓ 보충 필요… 일부 주유소, 요소수 판매 제한
대배기량 화물차, 1,000㎞마다 보충해야… 소매가 급등·사재기에 화물업계 시름
롯데정밀화학 “11월말쯤 출고 차질 생길수도”… 연말쯤 상황 더 악화될 수도

요소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자 일부 주유소는 승용 디젤 차량 운전자를 대상으로 요소수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 뉴시스
요소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자 일부 주유소는 승용 디젤 차량 운전자를 대상으로 요소수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로 국내 시장에서 ‘요소수(애드블루)’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디젤(경유) 차량을 운행하는 차주들 사이에서는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요소수란 석탄에서 추출되는 암모니아를 주성분으로 하는 요소와 증류수를 섞어 만든 용액으로, 디젤 차량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 질소산화물(NOx)을 질소와 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디젤 차량에 요소수가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2015년쯤부터다. 이전까지 생산된 디젤 차량에는 요소수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유럽연합(EU)이 2015년부터 차량 배출가스 규제 ‘유로6’를 시행하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요소수를 사용하는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를 디젤차에 필수로 장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2019년부터 디젤차에 SCR 장착이 의무화되면서 최근 출시되는 디젤차량은 모두 요소수를 사용한다.

이러한 SCR이 장착된 디젤 차량은 차량을 정상적으로 구동하기 위해 요소수가 꼭 필요하다. 요소수가 부족할 경우 출력 저하 및 최악의 경우에는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기도 한다.

디젤차 운행에 필요한 요소수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요소수 매점매석에 나서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요소수 공급 차질과 매점매석 현상에 요소수의 소매가격은 덩달아 상승했다. 공급이 정상적이던 시기에는 요소수 10ℓ 기준 소매판매가가 1만원 전후 정도였으나, 최근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는 가격은 7만원부터 10만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디젤차 요소수’와 관련된 문의 게시물이 빗발치고 있다. 현재 디젤 차량을 운행하고 있는데 보충은 언제쯤 해야 하는지,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세단이나 SUV도 타격이 있을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SCR이 장착된 디젤 승용차의 경우 요소수 10ℓ 정도를 보충하면 일반적인 상황에서 주행 가능 거리가 6,000∼8,000㎞ 수준으로 알려진다. 운전 습관이나 환경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발생하지만 1만㎞ 내외에서 10ℓ 정도를 보충해야하는 셈이다. 즉, 일반 승용차의 경우 연간 주행거리가 2만㎞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1년에 10ℓ 용량의 요소수를 2∼3회 정도 보충하면 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부담이 크지는 않은 수준이지만, 최근 1∼2주 전후로 요소수를 충전해야하는 시점이 도래한 운전자라면 요소수 대란을 체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일부 주유소에서는 화물차량의 요소수 공급을 위해 일반 승용 디젤차량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요소수 판매를 중단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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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업계가 요소수 대란에 직격타를 맞았다. / 뉴시스

요소수 품귀현상이 승용 디젤 차량 운전자들에게도 영향이 미치는 가운데, 화물차량을 운행하는 화물운송종사자들은 직격타를 맞았다.

물류를 수송하는 대배기량 디젤 화물차의 경우 요소수 소모가 일반 승용 디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으며, 한 번 운행 시 장거리를 달리기 때문에 요소수 보충이 잦은 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디젤 화물차는 보통 1,000㎞ 전후로 주행을 한 후 요소수 10ℓ 보충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요소수의 소매가격 급등 및 매점매석 문제에 화물업계 종사자들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특히나 연말은 물류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이라 물류대란까지 파장이 번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정부가 중국에 요소 수출을 재개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요소수 대란과 관련한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국내 요소수 재고 물량 및 요소 수급상황 등을 점검하고 대책마련에 나선 것이다.

또한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 조치가 장기화될 가능성에도 대비하기 위해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요소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방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밖에도 정부는 국내 요소수 품귀 현상에 따른 매점매석 등 불공정거래행위 방지 방안도 업계와 논의하기로 했으며, 단기적으로 소방차와 같은 긴급한 자동차용 요소수를 확보하기 위해 산업용 요소를 자동차용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요소수를 생산해 공급하는 기업으로는 롯데정밀화학·휴켐스·KG케미칼 등이 있다. 롯데정밀화학 측에 따르면 요소수 공급 차질은 이번달 말쯤부터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현재는 기존에 중국에서 수입한 요소를 이용해 생산해 시중에 공급은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달 말쯤부터는 요소수 출고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요소수 품귀현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화물종사자들에 이어 승용 디젤 차량을 운행하는 일부 운전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롯데정밀화학 측은 요소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공장 출고가는 기존 수준을 유지하고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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