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스님을 예방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스님을 예방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연일 ‘사이다’ 발언과 정책 공약을 쏟아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정제된 발언 외에는 급격히 말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는 자신 있게 정책공세를 내밀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일대일 토론’을 제안한 것과 대비되는 뒷모습이다.

◇ 선대위 출범 후 메시지 관리 들어갔나

이 후보가 공식적으로 ‘백브리핑(백그라운드 브리핑·현장에서 취재진과 주고받는 즉석 질의응답)’을 피한 것은 지난 7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요소수 관련 긴급점검회의 후다. 그는 기자들에게 “제가 발언을 금지당했다. 미안하다”며 질문을 받지 않았다.

8일 오전 국회 중앙선거대책위 회의를 마치고 이동할 때도 현장을 지키고 있던 기자들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았으나 아무 답변을 하지 않고 차량에 탑승했다. 이와 관련해 선대위 정무조정실장인 강훈식 의원은 “이제 후보가 걸어가면서 백브리핑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백브리핑을 멈춘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3일 ‘오피스 누나’ 발언에서 발단이 된 듯 하다. 당시 백브리핑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웹툰 제작사 방문 행사 도중 ‘오피스 누나 이야기’라는 작품을 보고 “제목이 확 끄는데요”라고 말한 것이 논란이 됐고, 다음날부터 이 후보의 백브리핑은 중단됐다.

한편 단순히 오피스 누나 발언과 관계없이 선대위가 출범하고 정책·공보·보좌 등 체계가 잡히면서 생긴 변화로 해석할 수도 있다. 대선 후보로서 공식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이 후보의 핵심 메시지 관리가 중요한데, 즉석으로 문답을 나누다보면 메시지가 의도와 달라지거나 정책에 혼선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 “질문은 하게 해달라” 기자단과 몸싸움도

하지만 갑작스럽게 이 후보와의 소통이 단절되면서 기자단과의 마찰도 빚어졌다. 8일 오후 조계종 예방을 마친 이 후보에게 기자들이 질문을 하려고 다가서자 경호원과 수행단이 막아섰고, 기자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선대위 박찬대 수석대변인이 후보 대신 질의응답 하겠다고 했으나 기자들이 오히려 보이콧에 나섰다.

이후 한국교회총연합회 방문 직후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기자들은 “후보가 대답을 하지 않더라도 질문은 하게 해 달라”고 하자 이 후보 측은 “궁금한 것은 대변인에게 물어보라”고 팽팽하게 맞섰다. 이 과정에서 박 대변인은 “앞으로 대변인 백브리핑은 하지 않겠다. 대변인이 왜 필요하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같은 날 이 후보 측은 현장의 기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도, 다른 당도 마찬가지다. 메시지 관리가 안 되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다”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이해찬·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 등도 공식 기자회견 이외에 언론의 백브리핑 요청에 거의 응하지 않은 바 있기 때문에 이 후보가 백브리핑을 하지 않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일은 아니다.

기존에 활발하게 소통을 하던 이 후보가 입을 닫은 것에 대한 의견은 당 내에서도 갈린다. 기존에 후보의 백브리핑이나 개별적 언론 접촉을 자제해달라는 건의가 꾸준히 나왔고 대통령 후보가 매번 예정에 없는 질의응답을 소화하기는 힘들다는 주장이 한편에서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갑작스러운 백브리핑 중단이 이 후보가 소통을 멈춘 것처럼 보이면서 이슈를 회피하는 이미지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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