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4 18:17
[김재필 '에세이'] H에게- 기이하고 무섭고 슬픈 대통령 선거판
[김재필 '에세이'] H에게- 기이하고 무섭고 슬픈 대통령 선거판
  • 김재필 사회학 박사
  • 승인 2021.11.10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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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중고등학교 다닐 때 가장 많이 본 영화 장르는 웨스턴이라고 불리던 서부영화였네. 정의를 지키면서도 총도 잘 쏘는 주인공이 나쁜 짓만 하는 악당들을 멋지게 제압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박수를 치던 때도 있었어. 하지만 1966년에 이탈리아에서 제작되어 우리나라에서 1969년에 개봉된 세르조 레오네 감독의 스파게티 웨스턴 <석양의 무법자>를 보고 나서는 주인공이 꼭 착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았지. 함께 극장을 나오다가 누가 착한 사람이야 하고 투덜대던 친구의 모습이 50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생생해.

원제목이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인 이 영화에서 ‘좋은 놈’인 블론디는 결코 정의의 화신이 아니네. 이 영화에서 ‘좋은 놈(The Good)’은 ‘교활한 자’나 ‘영악한 자’로 번역하는 게 옳아. 진짜 좋은 사람은 이 영화에는 없어. 주인공인 블론디,‘추한 놈(The Ugly)인 투코,‘나쁜 놈(The Bad)’인 엔젤 아이즈, 이 세 사람 모두 일확천금에 눈이 먼 사악하고 추악한 자들이지. 요즘 유행하는 말로는 모두 빌런(villain)이야. 악당이라는 뜻이지.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미국 서부에서 세 악당이‘슬픔의 언덕’공동묘지의‘이름 없는(unkown)’무덤에 묻혀 있는 20만 달러어치의 금화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과정을 매우 흥미있게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좋은 놈’과 ‘추한 놈’이 ‘나쁜 놈’을 죽이고 그 돈을 나누어 갖고 떠나는 것으로 끝나네. 50여년이 지난 지금 봐도 꽤 재미있는 영화인 것은 확실해.

갑자기 왜 서부영화 이야기를 하냐고? 싫든 좋든 앞으로 4개월 동안 보게 될 사람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들과 비슷해서야. 착한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고 교활하고, 영악하고, 추한 자들만 남았는지 저절로 한숨이 나오네. 우리 대선판 말일세. 이번 국민의힘 경선에서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앞서고도 당원 투표에서 크게 뒤져 본선 진출이 좌절된 홍준표 의원도 같은 말을 했더군. “아침에 일어나 문득 생각하니 이번 대선은 ‘석양의 무법자’대선처럼 보인다. ‘더 굿, 더 배드, 더 어글리’대선처럼 보인다.”맞는 말 아닌가? 지지하는 분은 아니지만, 나이가 비슷하면 판을 보는 눈도 크게 다르지 않나 보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흔히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하네. 왜 선거가 꽃일까? 보통 시민들은 오직 투표를 통해서만 자신들의 생각을 국정에 직접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야. 그러면 선거가 꽃이고 축제의 장이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게 뭘까? 꼭 찍고 싶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거야. 이 사람을 찍으면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좋은 나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후보가 있어야 흥이 나는 거지. 그래서 대통령 후보로 나선 사람들은 인격적, 도덕적으로 큰 흠이 없고, 정책 형성과 실행 능력에서도 상당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

하지만 지금 나와 있는 사람들 면면을 보게나. 찍고 싶은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 한국갤럽의 10월 19~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대선 후보로 나선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후보 모두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호감 간다’고 대답한 사람들보다 훨씬 많았어. 특히 거대 양당의 후보인 이재명과 윤석열의 비호감도는 각각 60%와 62%로 ‘호감 간다’는 응답(32%, 28%)보다 두 배 이상 높았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일곱 번의 대통령 선거를 치렀지만 이번처럼 대선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선거는 없었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더 나은 세상이 될 거라는 희망이 있어야 선거가 축제가 되고 꽃이 되는 것인데 선거 이후를 더 걱정해야 하니 참 참담할 뿐일세.

그러면 두 유력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이렇게 높은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도 두 사람 다 도덕적·인격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야. 인과응보야. 상식 이하의 말과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아프게 한 게 사실이거든. 게다가 두 사람은 지금 ‘대장동 개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으로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어.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봐서 두 사람 다 자기는 죄가 없다고 큰소리 칠 입장은 결코 아닌 것 같아. “제가 곰곰이 생각을 해도 이번 대선에 지는 사람은 정치 보복이라고 따질 것도 없이 감옥에 가야 될 것”이라는 홍준표 의원의 말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니야. 이번에 이긴 사람마저도 이명박처럼 임기가 끝나면 감옥에 갈 가능성도 높아. 언제까지 이런 후진적인 정치가 계속되어야 하는지… 나쁜 놈놈놈들이 활개치는 기이하고 무섭고 슬픈 대선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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