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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장애인 이동권
[갈 길 먼 장애인이동권⑦] 교통약자와 더불어, ‘택시 서비스’ 혁신 이룰까
2021. 11. 11 by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이동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말이다. 누구나 당당하게 누려야 할 권리지만 교통약자인 장애인들에겐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권리다. 거리의 각종 높은 턱과 취약한 교통수단은 이들의 자유롭게 거리를 다닐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기 일쑤다. 2005년 ‘교통약자 이통편의 증진법’이 제정된 후,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스템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편집자주>

장애인콜택시 등 
장애인콜택시 등의 공급 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교통약자를 품을 수 있는 민간 택시 서비스가 보다 확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부르면 자동차로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 주는 이동서비스. 택시는 높은 이동 편의성을 제공하는 교통수단이다. 최근 몇 년간 다양한 플랫폼사업자들이 택시시장에 등장하면서 택시와 연계된 각종 서비스는 날로 진화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가 ‘모두의 이동을 위한 카카오T 서비스’를 앞세워 국내 택시호출시장을 이끌면서 서비스 경쟁에 시위를 당겼다. 여기에 민간 신규 사업자들까지 앞다퉈 국내 택시플랫폼 사업에 진출함에 따라 불꽃 튀는 서비스 혁신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 택시 서비스 진화하는데… 장애인 이동편의성 개선 ‘거북이걸음’

그렇다면 국내 택시시장이 한 플랫폼 사업자의 서비스 슬로건처럼 ‘모두의 이동’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까.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긍정적인 답변을 듣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의 민간택시 접근성은 더욱 떨어진다. 국내 택시는 중형 세단 자동차가 주를 이루고 있어, 대부분의 차량이 휠체어를 싣기 어려운 구조다.

물론 장애인콜택시(이하 장콜)나 바우처 택시, 복지콜 등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택시서비스는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특별교통수단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지자체의 운영 시스템 한계로 다양한 문제를 낳고 있다. △낮은 보급률 △긴 대기시간 △지역 간 서비스 및 이용요금 격차 △지역 간 이동제한 등의 각종 문제들이 있다. 

많은 지자체들은 예산부족 문제로 법정목표 대수도 못 채우고 있다. 여기에 장애인콜택시나 복지콜 등은 중증의 보행 장애가 있거나 장애 정도가 심한 이들로만 서비스 대상을 한정하고 있어 다양한 유형의 교통약자들도 품지 못하고 있다. 

휠체어를 타지 않는 장애인이나 임산부, 노인 등 교통약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택시’가 보급되고 있지만 이 역시 수요 대비, 보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 상황 속에서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교통약자 간 갈등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일부 장애인 단체들은 복지영역에서만 택시서비스 접근성 확대를 다루는 데는 한계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즉, 민간 택시시장에서도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차량과 서비스 도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최근 일부 플랫폼 택시 사업자를 중심으로 교통약자를 위한 서비스 발굴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중증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출퇴근을 돕는 ‘착한셔틀 얼라이언스’ △청각장애인을 기사로 고용하는 ‘고요한M’ △교통약자를 위한 택시 배차 서비스를 시작한 ‘우리고’ 등 플랫폼택시 업계에서 교통약자를 위한 서비스 도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지금은 서비스가 종료됐지만 타다가 장애인 및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타다 어시스트’가 호평을 받기도 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물론 이 같은 민간 시장의 참여를 이끌어내긴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법 제도 정비와 인프라 개선, 민간사업자 참여 유인책 마련 등 다양한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최근엔 이러한 문제를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 인구 10명 중 3명 교통약자… “모두를 위한 택시 서비스 필요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에선 ‘모두를 위한 택시서비스 도입’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협동조합 무의,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법무법인 디라이트, 이용빈·장경태·진성준·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발제는 홍윤희 이사장(협동조합 무의)과 배융호 이사(한국환경건축연구원)가 맡았고 토론엔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송민표 코액터스 대표,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이나영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최재영 이동의자유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김민정 사국토교통부 모빌리티정책과 사무관이 참여했다.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참여한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은 “교통약자는 우리나라 인구의 약 30%에 달한다”며 “교통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지하철, 저상버스, 기차, 장애인콜택시 등이 있지만 여전히 이용 편의성은 좋지 못한 실정이다. 특히 장애인콜택시의 경우, 평균대기 시간이 50분에 달하고 지역 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에선 ‘모두를 위한 택시서비스 서비스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유튜브 캡처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경우, 민간 택시를 이용하기도 쉽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홍 이사장은 “국내 일반 택시는 트렁크에 LPG 가스통이 실려 있는 경우가 많아 휠체어를 싣기 어려운 구조”라며 “제 딸아이의 경우, 접을 수 있는 휠체어를 이용 중임에도 이런 구조 때문에 일반 택시를 편하게 이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해외 지인의 경험담도 소개했다. 홍 이사장은 “휠체어를 타는 일본인 지인이 한국 배우를 좋아해 한국에 여러 번 방문했는데, 그 지인이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선 ‘왜 휠체어가 탑승 가능한 택시를 길에서 잡을 수 없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미 영국과 미국, 호주 등 해외 선진국에선 교통약자의 택시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유니버설 택시 도입 등이 이뤄져왔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해외 사례로는 일본의 UD 택시, 대만의 유니캡, 영국의 블랙 캡 등이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연령, 성별,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 유무 등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한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뜻한다. 

또한 이날 토론에서 앞서 인사말을 남긴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는 교통약자를 위한 택시 도입에 적극적으로 세제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는 2016년부터 장애인 휠체어 차량 도입을 대대적으로 시행하며, 택시운전자와 택시회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택시 서비스가 도입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법 정비와 제도적 지원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날 두 번째 발제자로 참여한 한국환경건축연구원 UD복지연구실 배융호 이사는 우선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 제2조 교통수단에 ‘택시’를 포함시키는 안을 의견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에 택시를 포함시키고 택시 개조 비용에 대한 지원 및 택시구조 설치기준에 법률적 근거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 "민간 사업자, 시장 참여 유도해야“… 법률 정비·인프라 개선 과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에 대한 개정 의견도 제시됐다. 교통약자를 위한 택시에 대한 재정지원, 취득세 감면 등의 조항을 신설해 택시 사업자들이 참여를 유도할만한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교통약자를 위한 택시 승강장 인프라 개선과 어플리케이션 접근성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이나영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내에 민간 택시 사업자를 통한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을 지원하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민간 택시 사업자가 교통약자 대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기존 법령과 충돌될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법령 개정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요한 택시’를 운영하는 코액터스는 최근 영국 블랙캡 국내 독점 공급 사업자 에이티모빌리티와 업무협약을 맺고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택시인 TX 모델을 국내에 처음 도입하기로 했다. /코액터스<br>
‘고요한 택시’를 운영하는 코액터스는 최근 영국 블랙캡 국내 독점 공급 사업자 에이티모빌리티와 업무협약을 맺고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택시인 TX 모델을 국내에 처음 도입하기로 했다. /코액터스

이런 가운데 ‘고요한 택시’를 운영하는 코액터스는 최근 영국 블랙캡 국내 독점 공급 사업자 에이티모빌리티와 업무협약을 맺고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택시인 TX 모델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블랙캡’으로 알려진 TX 모델은 최대 6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휠체어를 사용하는 교통약자들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함께 탑승할 수 있는 구조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송민표 코액터스대표는 “차량 가격이 높다는 장벽이 있지만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택시 차량은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며 “블랙캡 도입을 통해 이러한 택시 서비스 도입의 필요성과 시장성을 만들어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다만 송 대표는 이러한 차량이 시장에 많이 도입되기 위해선 공공차원에서 차량 구매보조, 운영보조 등 지원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콜 연계를 통한 일정한 수요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송 대표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특별교통수단이 지속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선 일정한 콜 수요 확보가 중요하다”며 “장애인콜택시, 바우처택시 등 공공 내 콜 수요를 민간 사업자와 연계하거나, 각 플랫폼 기업들이 콜 연계를 협의해 보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각 의원들은 이런 토론회 내용을 토대로 법 제도 정비 검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일반인과 교통약자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진정한 모두의 이동’을 위한 택시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