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장안생활’을 방문해 입주민 청년들과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장안생활은 1인 가구 청년들이 거주하며 작업도 할 수 있는 '코워킹·코리빙' 공간이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장안생활’을 방문해 입주민 청년들과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장안생활은 1인 가구 청년들이 거주하며 작업도 할 수 있는 '코워킹·코리빙' 공간이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2030세대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최근 연일 청년세대를 겨냥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여권이 2030 남성의 목소리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이 후보의 행보는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보이기 위한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홍준표 따라하기’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 호감도 낮은 청년층 끌어안기 행보

이 후보는 11일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첫 번째 ‘소확행’ 공약으로 “가상자산 과세를 1년 늦추겠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연 250만원이 넘는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대해 20%의 소득세를 부과할 예정이었는데, 이를 1년 미루겠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에 관심도가 높은 2030세대의 민심을 겨냥한 모양새다. 

이 후보의 청년층과 만남은 이날 가상자산 간담회 뿐만 아니다. 지난 5일엔 대구에서 경북대 학생들을 만났고 그 다음날에는 서울 동대문구의 청년공유주택을 찾았다. 8일에는 청년기업가들을 만나 “대표를 뽑아 선대위도 좀 참여해 달라. 야당 선대위에 양다리 걸쳐도 괜찮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9일에는 일정이 취소됐지만 청년 소방관과의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사실 2030 세대는 여야 후보 모두에게 큰 호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리서치뷰가 지난 6~7일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대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32%, 이재명 후보 23%로 나타났다. 30대는 윤 후보를 선택한 응답자가 43%였고, 이 후보는 33%를 기록했다. 전체 연령대 조사에서 윤 후보가 47%, 이 후보가 33%를 얻었다. 청년층은 여야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았다. 이 후보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 민주당과 이 후보에게 가장 취약한 지점은 20대 남성이다. 20대 남성들은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이들은 가상자산·부동산 등의 이슈에 관심이 많고 여성주의 정책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속에서 치러지는 내년 대선에서는 ‘온라인 민심’ 역시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여론에 민감하기도 하다. 또 이들은 국민의힘 경선에서 탈락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하기도 했다. 

◇ ‘홍준표 따라하기’·‘반여성주의적’ 비판도

청년층 다가가기에 대한 이 후보의 고심은 이들의 글을 공유한데서 드러난다. 앞서 이 후보는 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2030 남자들이 펨코(에펨코리아)에 모여서 홍(홍준표)을 지지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공유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게시된 홍 의원 지지자 글을 SNS에 공유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반여성주의적 행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들 커뮤니티는 문재인 정부의 여성주의 정책을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그 글을 읽어보길 권유한 이유는 ‘2030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정치인이 단 한 명도 없는 것 같다’는 청년들의 절규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면서 “청년의 삶을 개선하는 ‘첫 번째 머슴’이 되겠다”고 글을 공유한 배경을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그간 여권이 20대 남성의 여론을 상대적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으므로, 이들의 여론을 들어보려는 ‘제스처’를 취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에 대해 홍준표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이언주 국민의힘 전 의원은 “발빠르게 2030세대에 다가가면서 ‘홍준표 따라하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의 이런 시도가 단순히 일회성으로 ‘홍준표 따라하기’나 ‘공약 베껴쓰기’에 그치지 않고 2030세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스스로 의사소통해서 그들의 니즈에 맞추는 홍준표 방식까지 벤치마킹하고 있어 그냥 예사로이 넘길 일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이 후보의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대 남성의 비호감을 극복하기 위해 이 후보가 반여성주의에 편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민진 정의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이 후보를 향해 “포지션 명확히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해야 할까. 페미니스트 대통령 되겠다고 해놓고 막상 아무것도 하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솔직하신 것 같다고 해야 할까”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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