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부터 시작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망사용료 갈등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 SK브로드밴드 측에서 형평성 등을 이유로 망사용료 지불을 촉구하고 있지만, 넷플릭스 측은 계속해서 CDN 구축 등의 간접적인 트래픽 감소 방법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최근 ‘오징어게임’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의 인기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 가운데 넷플릭스의 ‘망사용료 무임승차’ 이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는 발생시키는 막대한 트래픽양에 대한 대가 비용을 지불하라는 SK브로드밴드 측과 해당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소송전까지 벌이는 상황이다. 과연 양사는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고 소비자에 우수한 콘텐츠와 통신망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다할 수 있을까.

◇ 폭증하는 트래픽에 넷플릭스가 꺼낸 카드는 ‘OCA’… “SKB와 상생 원해”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망에 주는 트래픽양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지난해 2018년 5월 기준 넷플릭스가 자사의 망에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50Gbps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9월 기준으로는 넷플릭스가 가하는 트래픽양은 1,200Gbps로 약 24배 폭증했다.

여기서 트래픽이란 특정 통신장치나 통신망에서 일정 시간 내에 전송되는 데이터의 양을 말한다. 이때 트래픽이 너무 많을 경우, 서버에 과부하가 걸려 기능 이상이 발생하게 된다. 즉, 올해 들어 가입자와 이용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의 통신망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트래픽 과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신사 측에서 데이터를 전송하는 통신망을 확장해야 한다. 문제는 이때 서버를 확충하기 위해 통신사 측에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SK브로드밴드의 통신망을 사용한 것에 대해 약 700억원 수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망사용료 지급 문제에 대해 현재 넷플릭스 측은 ‘이중과금’ 가능성을 주된 이유로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보고서 2021’에서 “CP(콘텐츠 서비스 제공자)에게 트래픽 전송료를 부과하고자 하는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은 거의 대부분 이미 자신의 가입자에게 동일한 트래픽을 전송해주는 대가를 부과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트래픽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면 CP에게 트래픽 전송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금에 해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신 넷플릭스는 현재 ‘오픈커넥트(OCA: Open Connect Alliances)’ 기술을 제공하는 것으로 트래픽 과부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오픈커넥트 기술은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의 일종으로 넷플릭스에서 자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측의 설명에 따르면 약 1조원 규모의 개발 비용이 투입된 OCA는 넷플릭스가 보내는 데이터가 ISP에 직접 전달돼 중계 접속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ISP망 내부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어 콘텐츠를 원거리에서 수신해도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넷플릭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지난 4일 ‘미디어 오픈 토크’ 행사에서 “넷플릭스는 현재 1만4,000여개 이상의 OCA디바이스를 140여개국에 보급했다”며 “특히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ISP는 OCA를 무료로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OCA를 사용할 경우 넷플릭스 콘텐츠 전송 시 발생하는 트래픽을 최소 95%에서 최대 100%까지 줄일 수 있다”며 “한국 ISP인 KT, 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SK브로드밴드와도 상생을 위해 협력하고 싶다”고 협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사진)은 지난 4일 ‘미디어 오픈 토크’ 행사에서 망사용료 지불 문제에 대해선 ‘오픈커넥트’를 무상 제공하는 것으로 통신사와 ‘윈윈’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측은 ‘특별한 것이 없다’며 냉담한 반응이다./ 사진=박설민 기자

◇ 냉담한 SKB… “OCA특별할 것 없고, 국내 CP역차별 우려도 있어” 

다만 현재 넷플릭스와 망사용료 지급 문제를 두고 대치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 측의 반응은 냉담한 상황이다. 넷플릭스가 말하는 정책과 국내 콘텐츠 투자 확대는 자기들의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한 전략일 뿐, IP(지적재산권) 공유, 판권 등 추가수익 분배 등 구체적인 상생방안에 대한 제시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SK브로드밴드 측은 현재 넷플릭스가 망사용료 지불 대신 주장하는 OCA의 전면 도입에 대해서도 망사용료 문제 전체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아주 특별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글로벌 CP들이 트래픽 감소를 위해 CDN을 구축하는 방식을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SK브로드밴드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대다수 글로벌 CP들은 대용량의 콘텐츠의 효율적인 전송을 위해 자체 CDN을 구축해 운용하거나 전문 CDN사업자가 보유한 망을 임차하는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만약 CP가 자체 CDN을 구축한 경우엔 ISP에 직접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전문 CDN업체를 이용했을 경우엔 CDN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그 CDN업체가 다시 ISP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불한다. 즉, 직·간접적으로 글로벌CP는 ISP에게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넷플릭스 측이 CDN기술 중 하나인 OCA을 구축했다하더라도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서는 망 이용대가를 지불 받을 대상이 전문 CDN업체에서 넷플릭스로 바뀌었을 뿐, 결국 달라진 것은 없는 셈이다.

아울러 SK브로드밴드는 국내 CP와의 형평성도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국내 CP들은 이미 망사용료를 모두 지불하고 있는데, 넷플릭스만 빼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달 21일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는 “우리가 망 비용을 낸다면 우리보다 훨씬 많은 트래픽을 소모하는 해외기업도 그에 맞는 비용을 내야 공정한 경쟁일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SK브로드밴드의 망을 통해 트래픽을 흘려보내는 국내 모든 기업들은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부터 소규모 사업자들까지 각각의 규모에 따라 망 이용대가로 지불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을 원칙으로 넷플릭스 역시 지불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큰 비용을 투자해 OCA를 구축했으니 자신들은 무정산으로 해달라’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이것을 억지 주장이라고 생각하며, 다른 업체들은 이미 지불하고 있는 대가를 넷플릭스만 안내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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