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대 대선 여론조작 방지를 위한 온라인 싸드, 크라켄 공개’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대 대선 여론조작 방지를 위한 온라인 싸드, 크라켄 공개’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댓글 조작에 대응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크라켄’을 공개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건넨 ‘첫 번째 비단주머니’에 담긴 것으로 악의적 여론전을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은 전날(14일) 국회에서 크라켄 시연회를 열고 첫 선을 보였다. 크라켄은 이 대표의 지시로 당 디지털정당위원회가 직접 개발에 나섰다. 온라인상에서 주요 키워드에 관련된 기사와 댓글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한 뒤 AI를 통해 자동으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여론조작 의심 댓글과 IP를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지난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의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크라켄’이라는 이름 역시 신화 속 거대 문어 괴물을 차용해 ‘게(크랩)’을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어쭙잖은 여론 공작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인 민심 왜곡에 투자하는 것을 포기할 것을 권한다”며 “이번에 구축한 시스템으로 거의 완벽히 잡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공세적인 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온라인에서도 조기 경보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로 크라켄을 가동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달까지 시범 기간을 거친 뒤 다음 달부터 해당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악의적 댓글 조작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다. 동시에 ‘댓글 조작 사건’을 상기시키며 여당의 ‘여론 조작’ 프레임을 덧씌우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당장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카카오톡, 텔레그램, 댓글, 커뮤니티 글로 상대 후보의 잘못을 알리고 왜곡된 정보를 고치자고 했는데 사실상 여론조작, 좌표 찍기를 하기로 지령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댓글 조작 과실을 나눠 먹고 즐기면서 드루킹 범죄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도 안 했다”며 “내가 하면 민심이고 남이 하면 댓글 조작이라는 내로남불 정신 갖고 뻔뻔하게 버틴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국민의힘이 못마땅한 눈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는 크라켄 프로그램을 작동해 국민의힘 지지자들 중 매크로를 돌리는 사람이 있는지 내부 단속을 해달라”고 비꼬았다.

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크라켄을 통해 과거에 드루킹을 연상하고 킹크랩을 연상하는 그런 식의 네거티브 선거를 하겠다 그런 선언을 한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선물의 메시지인 줄 알았는데 빈 깡통을 주는 정치를 해 이 대표에게 대단히 실망을 했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