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사용 시 불편한 점 ‘긴 충전시간’ ‘배터리 내구성’ ‘짧은 주행거리’ 등
내연기관 수준의 충전 시간 단축 필요… “전기차 급속 충전시간 30분 이내 목표”
노르웨이, 생산 전력 98% ‘친환경 수력발전’… “한국은 소형 원전 위주 발전 필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서 ‘2021 수입차협회 오토모티브 포럼’을 개최하고 전기차 활성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이하 수입차협회)가 16일 오전, ‘글로벌 전기차 시장 및 소비자 트렌드’라는 주제로 ‘2021 수입차협회 오토모티브 포럼’을 개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전기자동차 활성화를 위한 정책 마련 및 인프라 구축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또 제로 이미션(탄소 중립, 탈탄소) 정책과 전기차 보급 우수 국가인 노르웨이를 조명했다.

이번 포럼에는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페터 돌레시 유럽자동차제작자협회 모빌리티 및 지속가능 운송부처 이사 △스베인 그란덤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 상무참사관 △최현기 컨슈머인사이트 수석 △황우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섰다.

각 연사들은 정책부터 국내외 전기차 시장 및 소비자 동향, 충전 인프라 등 다양한 시각으로 전기차 시장을 조명하고, 시장의 성장 촉진을 위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이항구 연구위원은 2050 탄소중립 계획과 제4차 친환경차 기본계획 등 탄소중립 정책을 기반으로 미래 국내사회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자동차업계가 △상시적 생활충전환경 조성 △친환경차 세제혜택 연장 △소비자를 위한 사회 시스템 구축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기술적 혁신 등을 탄소중립 생태계로의 전환을 위한 필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현기 컨슈머인사이트 수석의 발표자료는 소비자들의 설문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실제로 전기차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반영된 것으로, 업계에서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추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료로 볼 수 있다.

특히 그는 발표를 통해 전기차 보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과 함께 전기차 충전 시간 단축, 내연기관 차량과 동등한 수준의 성능 및 가격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는 최 수석 외에 페터 돌레시 유럽자동차제작자협회 이사 등 전문가도 꼬집은 부분이다.

최현기 컨슈머인사이트 수석이 전기차와 관련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제갈민 기자

컨슈머인사이트가 신차로 전기차를 구매한 7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복수응답 허용)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하기 전 고민하는 요소 상위 5가지는 △짧은 주행가능 거리 △긴 충전 시간 △배터리 내구성 △내연기관 대비 높은 차량 가격 △충전소 인프라 구축 부족 순으로 꼽혔다.

이어 전기차 구입 후 사용 중 불편한 점으로는 ‘긴 충전 시간’이 1위로 선정됐으며, 이어 배터리 내구성과 짧은 주행 거리, 자택 충전 가능 여부, 부족한 충전소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전기차 충전 시간에 대해 불편을 느끼고 있다는 점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자동차 업계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현재 전기차의 배터리를 방전 상태에서 80%까지 급속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0분 내외가 평균 수준이다. 위와 동일한 모집단을 대상으로 향후 전기차 배터리 성능 및 충전 인프라 개선 고려 시 소비자들이 원하는 수준은 ‘30분을 넘지 않는 수준’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 수석은 “현재의 전기차는 짧은 주행거리, 긴 충전 시간,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해 소비자 유인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성장기 진입을 앞둔 국내 전기차 시장에 충전 인프라의 확대와 여러 브랜드의 적극적인 시장 공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충전 시간 문제에 대해서는 페터 돌레시 유럽자동차제작자협회 이사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전기차에 대해 내연기관보다 값이 비싸 소비자들이 구매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실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페터 돌레시 이사는 “소비자들은 짧은 주유 시간과 긴 주행거리에 익숙해져 있다”며 “전기차의 충전 시간을 대폭 단축해 내연기관 차량의 주유 시간 수준 만큼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편리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기에 자동차 업계는 배터리 충전시간 단축 및 항속거리 증대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내연기관 차량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전기차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충전 시간 단축과 항속거리 증대가 필수라는 얘기다.

이러한 불편한 점을 감수하고도 전 세계가 전기차 개발에 혈안이 된 배경에는 ‘제로 이미션’이 있다.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에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의 미래자동차 정책 및 기술동향, 탄소 중립 정책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제갈민 기자

그러기 위해서는 전기차를 이용하기 위해 충전하는 전력을 생산하는 단계에서부터 친환경 발전이 이뤄져야 하는 점도 지적했다.

전 세계 국가 가운데 전기차 보급이 상대적으로 빠른 국가에 속하는 노르웨이의 경우에는 국가의 전기 생산량의 98%가 수력 발전으로 이뤄진다. 덕분에 노르웨이는 국민들이 전기차 충전 시 사용되는 전력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 노르웨이 정부는 탄소 중립을 위해 전력 생산부터 이용까지 친환경 발전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의 월별 전력 생산량은 석탄화력발전이 30∼40% 수준으로 가장 많으며, 이어 가스발전과 원자력발전이 약 25% 내외 수준이다. 지난 1년(2020년 10월∼2021년 9월) 동안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올해 5월로 4,195GWh로, 월간 전력 생산량의 9.46% 수준에 불과하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한국과 노르웨이의 다른 상황에 대한 지적에 “국내의 경우에는 친환경 발전 설비 중 태양광 발전에 대해 적합하지 않은 점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해상 풍력발전과 소형 원자력발전소를 증설해 운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제로 이미션을 위해서는 원자력발전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어 “현대자동차 초고속 충전기 E-pit(이-피트)에서는 350㎾ 출력으로 충전을 할 수 있어 전기차 충전 시간을 30분 내외 수준으로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며 “하지만 내연기관 차량의 주유 시간만큼 충전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초고속 충전기가 구비된 전기차 충전소 E-pit(이-피트)는 전국에 15개소가 구축돼 있으며, 4개소 정도를 추가로 증설할 계획이다. 또 테슬라 전용 고속 충전기 슈퍼차저는 약 50개소 정도가 전국에 구축돼 있으며, 최대 250㎾ 출력으로 충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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