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프로야구단 창단 후 첫 우승이란 쾌거를 이뤄냈다. /뉴시스
KT가 프로야구단 창단 후 첫 우승이란 쾌거를 이뤄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시작은 미약했다. 첫 승을 거두기까지 11번의 패배라는 수모를 겪었고, 3년 연속 순위표 맨 아래 위치했다. 하지만 그 미약했던 시작이 이제는 창대함으로 거듭났다. 2021년의 주인공으로 우뚝 선 KT의 프로야구 이야기다.

◇ 꼴찌 전전하던 KT, 프로야구를 정복하다

프로야구를 향한 KT의 구애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나타났다. 2007년 말, 모기업의 자금난으로 현대 유니콘스 매각이 추진되자 KT가 유력후보로 떠올랐고, 실제 인수 추진이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헐값 인수 논란과 연고지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KT는 이를 전면 철회한 바 있다. 여기엔 사외이사 등 KT 내부에서의 반대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진다.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2012년, KT는 다시 프로야구 무대를 노크했다. 당시 KBO리그는 9구단 NC 다이노스가 가세하면서 기형적 운영이 문제로 떠오른 상태였고, KT를 포함한 몇몇 기업 및 지자체가 야구단 창단에 관심을 드러냈다. 결국 이듬해 KT와 수원시가 손잡고 10구단의 주인공이 됐다. 구단명은 ‘KT 위즈’였다.

그렇게 2015년부터 프로야구 1군 무대에 합류한 KT 위즈를 기다린 것은 거친 험로였다. 첫 승을 따내기까지 11연패의 수모를 당하는 등 기존 ‘형님’ 구단들과의 격차가 현격했다. 첫 시즌 KT 위즈의 성적표는 51승 1무 91패 승률 0.364의 꼴찌였다. 그것도 9위와의 승차가 10경기 이상 벌어진 압도적 꼴찌였다.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년차 및 3년차 시즌 모두 순위표에서의 위치와 3할대의 저조한 승률이 그대로 유지됐다. 4년차인 2018년엔 처음으로 4할대 승률을 기록하며 꼴찌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최하위권(9위)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마저도 극도의 부진에 빠진 NC 다이노스의 ‘반사효과’인 측면이 컸다.

KT 내부의 문제도 있었다. 야구단 창단을 적극 주도해 성사시킨 이석채 전 회장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소 불미스럽게 물러난 것이다. 1군 무대를 밟기도 전에 창단을 주도한 최고경영인이 교체되면서 KT의 야구는 출발부터 순탄치 않을 수밖에 없었다. 후임 황창규 전 회장 체제에선 아무래도 야구단에 대한 투자 및 지원 열기가 다소 식어버렸고, 저조한 성적을 면치 못하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 특히 KT의 이러한 행보는 직전 신생구단인 NC 다이노스와 대비되며 아쉬움을 더했다.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19년부터다. KT 위즈는 2019년 정확히 5할 승률을 기록하며 중위권으로 도약했다. 6위의 순위로 아쉽게 첫 가을야구 진출은 무산됐지만, 의미 있는 도약이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치며 상위권으로 또 한 번 뛰어올랐고, 사상 첫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올해, 타이 브레이크 끝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KT 위즈는 전통의 강호 두산 베어스와의 사상 첫 한국시리즈를 4전 전승으로 장식했다.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정복하며 통합우승에 성공한 것이다. 

KT가 입성 7년차 시즌에 정상을 밟을 수 있었던 것은 ‘3박자’가 고루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먼저, KT는 2018년 10월 야구인 출신이자 팀에서 코치로 재직 중이던 이숭용 단장을 파격적으로 선임해 구단 운영을 맡겼고, 이숭용 단장은 현장을 존중하는 한편 체질개선을 주도했다. 

KT 위즈를 한 단계 도약시킨 ‘명장’ 이강철 감독의 지도력과 당장 성적을 내진 못했지만 차곡차곡 전력을 강화시켜온 조범현 초대감독 및 김진욱 전 감독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전폭적인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은 수원시의 노력까지 더해지면서 KT 위즈는 미약한 시작을 창대함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다. 기업 및 프런트, 현장, 지자체가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KT는 지난달 대규모 통신장애가 발생해 최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런데 때마침 KT 위즈가 창단 첫 우승이란 경사를 일궈내면서 KT는 뒤숭숭했던 분위기에 반전을 가져올 수 있게 됐다. ‘통신 라이벌’ SK텔레콤이 프로야구를 떠난 첫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정상으로 도약하며 비로소 프로야구 마케팅으로 활짝 웃은 KT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가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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