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시작된 비대면 사회는 산업 분야에서 업무 효율증대, 감염병 확산 방지라는 이점을 가져왔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 관계의 단절이라는 부작용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 이는 특히 어느 때보다 또래 세대와의 교감이 중요한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상황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 2019년 12월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작된 ‘비대면(Un-tact)’ 일상은 이제 너무도 당연한 것이 돼 버렸다. 온라인 화상회의 앱(App)과 스마트폰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트렌드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이 큰 만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이 될 것으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 비대면화가 진행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바로 인간 관계의 ‘단절’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의 급격한 비대면화는 영유아부터 청소년까지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추세다.

◇ 비대면 사회에 고립되는 영유아들… 감정·지능 발달에 악영향

얼마 전 기자는 지인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3살짜리 딸아이와 함께 다 같이 가족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아이가 쉽게 웃자 사진 기사가 굉장히 놀랐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사진을 찍는 유아들 가운데 잘 웃는 아이들을 보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어린 아이들이 ‘웃음’을 잃어가고 있는 이유를 일상의 비대면화에 따른 고립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영유아기의 아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만나 서로 교감하고 감정을 발달시키며, 사회성을 길러야 하는데, 현재 코로나19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그런 모든 배움의 과정을 박탈당한 상태라는 것이다.

조정호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8월 발표한 ‘언택트 문화가 사회성발달과 인격형성에 미치는 영향: 코로나 팬데믹을 중심으로’ 논문을 통해 “온라인을 통한 디지털 매개 의사소통은 사회성 발달과 인격함양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이는 대면적 언어사용 기회가 부족한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 인간 내면의 발달 기회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정호 교수는 “인간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기술을 발달시키고 사회의 가치와 기대, 규범을 이해하게 되고, 점차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의 역할을 습득하게 된다”며 “반면 가상 공간인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디지털 매체 비대면 의사소통을 통해 대면 사회적 기술과 현실 사회의 가치와 기대 규범을 제대로 배우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영유아기의 아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만나 서로 교감하는 것은 감정 및 지능, 사회성 발달 등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사진=pixabay

더욱 위험한 것은 이런 교감 부족은 영유아들의 지능 발달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실제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지난 8월 미국 브라운대학교 연구팀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태어난 아이들이 언어, 운동 및 전반적 인지 능력의 표준 척도에서 현저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브라운대 연구진들이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 거주하는 2019년 1월 이전 출생 308명,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3월 출생 176명, 지난해 7월 이후 출생 188명의 인지발달 등을 측정한 결과, 대유행 기간 출생한 아이들의 평균 점수가 78점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10년간 3개월~3세 아이 평균 지능지수(IQ) 점수는 100점 수준인 것에 비교하면 아이들의 인지발달 정도가 큰 폭으로 줄어든 셈이다.

연구를 진행한 브라운대학교 션 디오니 소아과 부교수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이력이 있는 산모나 어린이는 분석에서 제외해 바이러스의 직접적인 영향을 대체로 배제했다”며 “대신, 저자들은 임신 중에 발생한 영향과 함께 부모와의 상호 작용 감소와 야외 운동의 감소가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의 단절은 영유아 뿐만 아니라 청소년 세대에서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9~24세 청소년들이 코로나19 이후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불안과 걱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Gettyimagesbank

◇ 또래 세대와의 교감 단절된 청소년들… 부정적 감정 급증

비대면의 단절은 영유아 뿐만 아니라 청소년 세대에서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위기는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국립 보건원(NIH) 산하 전자도서관 펍메드 센트럴(PMC)에 게재된 ‘COVID-19 발생 기간 중국 청소년의 심리적 건강 문제의 유병률 및 사회-인구학적 상관 관계(2020)’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기간 동안 중국 청소년의 43.7%가 우울 증상을, 37.4%가 불안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는 우리나라 청소년들 역시 마찬가지로 겪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올해 2월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1년, 청소년 정신건강 변화 기록’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 되면서 청소년들의 평온함이나 감사함, 행복 등 긍정적 정서가 저하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지난 4월 23일부터 5월 2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전국 9~24세 청소년 862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가장 많이 겪고 있는 감정은 ‘불안과 걱정’으로 전체 응답자의 53.2%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짜증(39.32%) △우울함(30.28%) △두려움(18.58%)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감사(4.83%) △평온(4.46%) △관심(3.62%) △침착함(3.14%) 등의 긍정적 감정의 경우 매우 낮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따뜻함’의 경우 1.33%에 불과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또래 관계는 정신적 고통이나 방황을 완화해주는 청소년기 정신건강에 안정감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보호요인”이라며 “코로나19로 발생한 단절로 인한 또래관계 결핍은 자아정체성 발달이나 사회성 발달에 큰 지장을 초래해 지속적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비대면 시대, 관계의 온도를 높이고 또래와 긍정적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 각자의 스트레스 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심리지원 콘텐츠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또한 고위기 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심리지원과 사회안전망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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