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계상이 영화 ‘유체이탈자’(감독 윤재근)로 관객 앞에 선다. /(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배우 윤계상이 영화 ‘유체이탈자’(감독 윤재근)로 관객 앞에 선다. /(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윤계상이 영화 ‘유체이탈자’(감독 윤재근)로 관객 앞에 선다. 기억에 잃은 채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한 남자로 분해 강도 높은 액션은 물론, 밀도 높은 감정 연기까지 완벽 소화하며 극을 이끈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유체이탈자’는 기억을 잃은 채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한 남자가 모두의 표적이 된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추적 액션이다. 범죄 액션 영화의 새로운 흥행 역사를 쓴 ‘범죄도시’(2017) 제작진과 윤계상이 다시 뭉친 작품으로, 해외 유수의 영화제 초청 및 전 세계 107개국 선판매는 물론, 할리우드 리메이크까지 확정돼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윤계상은 극 중 자신을 추적하는 국가정보요원 에이스 강이안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범죄도시’에서 악랄한 신흥 범죄 조직 보스 장첸 역을 맡아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보여준 그는 ‘유체이탈자’에서는 1인 7역에 도전하며 또 한 번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해 호평을 얻고 있다. 

윤계상은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인물의 혼란스럽고 복합적인 감정을 한층 깊어진 연기력으로 섬세하게 풀어낸 것은 물론, 추격 액션부터 타격 액션, 거침없는 총격 액션 등 모든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며 리얼함이 살아 있는 액션 시퀀스를 완성해냈다. 원톱 주연으로서 제 몫, 그 이상을 해내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개봉에 앞서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윤계상은 “힘들었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작품”이라며 ‘유체이탈자’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윤계상이 ‘유체이탈자’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윤계상이 ‘유체이탈자’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언론배급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목숨을 걸라면 걸 수 있을 정도였다’고 표현을 했는데, 이 작품이 더 각별했던 이유가 있다면.
“‘범죄도시’ 제작팀이 함께하는 작품이라 더 각별했다. 좋은 결과를 냈던 팀과 다시 뭉쳤는데, 다시 한 번 좋은 성과를 내면 더 영광스럽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던 것 같다. 코로나19를 뚫고 극장에 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저희 영화였으면 좋겠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해, 볼만한 가치가 있어’라는 말을 듣고 싶다.”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어땠나. 글로 읽었을 때 다소 복잡하거나 생소하게 느껴졌을 것도 같은데. 
“지금 완성된 영화와는 조금 달랐다. 훨씬 더 복잡하기도 했다. 또 유체이탈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가 아는 상식 안에서 이해하기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유체이탈을 해서 다른 사람에게 들어가는 걸 어떻게 표현할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감독님이 구상하고 있는 것이 명확해서 촬영을 할 때는 어려움이 없었다. 어떻게 표현이 될지 궁금증을 갖고 임했다.” 

-원톱 주연이었다. 부담은 없었나.
“처음에는 있었는데 촬영하면서 없어졌다. 없어진 이유는 다른 배우들과 의견을 조율하면서 작업을 해서다. 그분들이 많이 도와줬고 함께 찍어가는 과정 속에서 부담감이 많이 없어졌다. 결과물이 나온 지금도 정말 감사하다. 배우들 함께 고생을 많이 했고,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1인 7역을 소화해야 했다.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간 강이안을 연기할 때 어떤 고민을 했고, 다른 배우들과 어떻게 합을 맞춰나갔나. 
“유체이탈을 하는 과정 속에 있는 인물의 감정선이 깨지지 않았으면 했다. 그때그때 감정이 이어져야 관객도 불편하지 않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서 감정적인 연결에 있어서는 차이점이 없게 표현하고자 했다. (1인 7역에 대해서는) 몸의 생김새도 다르고 현재 컨디션이 다 다르잖나. 배우들 모두 각자의 캐릭터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줬다. 어떻게 다쳤고 상처가 낫는지 지금 어떻게 힘든지 등 각 인물들이 다 전사를 갖고 있어서 그걸 모두 공유했다.  

개연성을 만들어가는 게 배우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입장이 되기도 하고, 표현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면서 디테일을 잡아나갔다. 모든 배우들이 이안의 표정을 다 습득하고 연기했다. 편집 과정에서 감독님이 내 얼굴로 나오는 부분을 빈도수가 더 많게 선택한 것 같은데, 영화가 잘 돼서 만약 다른 버전으로 만날 수 있는 여력이 된다면,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더 많이 섞여서 나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똑같이 연구를 했고 그렇게 연기를 했으니까. 정말 열심히 만들어갔다.” 

‘유체이탈자’에서 강렬한 액션 연기를 보여준 윤계상 스틸컷. /(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유체이탈자’에서 강렬한 액션 연기를 보여준 윤계상 스틸컷. /(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했다. ‘범죄도시’와 난이도를 비교하자면. 
“‘범죄도시’는 사람을 죽이는 액션이었고, 도끼를 들고 하는 액션이었다. ‘유체이탈자’는 훈련된 사람이 펼칠 수 있는, 정교하고 깨끗한 액션을 선보여야 했고 총기 액션을 해야 했다. 난이도는 ‘유체이탈자’가 더 높은 것 같다. 액션이란 액션은 다 있기 때문이다. 카 체이싱부터 총기 액션, 맨몸 액션까지 다 있었다. ‘유체이탈자’가 훨씬 더 높았다. 두 달 정도 훈련을 해서 액션을 소화할 체력은 만들었다. 약속된 합이 있었고, 그걸 외우고 연습하고 반복하면서 촬영해나갔다.”

-무술감독이 ‘이 장면이라도 대역을 쓰자’고 했는데 결국 직접 해냈다고. 어떤 장면이었나. 
“전체 액션을 혼자 하겠다고 처음부터 말한 건 아니고, 그때그때 제안을 했다. 무술감독님이 이 장면은 조금 위험하니까 대역을 써도 될 것 같다고 했는데 그때그때 내가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훈련을 했으니까. 그렇게 내가 하겠다고 하며 한 게 끝까지 가더라. 결국 그래서 다 하게 됐다. 2층 난간에서 떨어진 장면이나 집에서 내동댕이쳐지는 신을 말하는 것 같은데, 안전장비를 차고 한 번에 끝낸 기억이 있다.”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 윤계상. /(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 윤계상. /(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판타지적인 요소도 있었는데, 예를 들어 공간이 갑자기 바뀐다든지 그런 변화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 등은 경험해 볼 수 없는 것을 상상하며 표현해야 했다. 어떤 생각을 하며 연기했나.
“연기를 하면서 실제 같았으면 좋겠다는 다짐을 정말 많이 했다. 이안이 느끼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고, 정말 집중하고 고민하면서 촬영했다. CG 팀에 찾아가서 제일 먼저 뭐가 보이는지, 음악소리는 어떻게 들려오는지 세세하게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처음 변화를 겪었을 때 그것이 정말 리얼하게 보이게끔, 똑같이 느낄 수 있게 표현하고자 했다.”

-답에서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느껴지기도 한다.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는 것 같긴 하다. 끊임없이 고민하는 걸 보면… 매번 완벽한 연기를 꿈꾸지만, 그건 현장에서 모든 상황이나 조건이 맞았을 때 나오는 것 같다. 그렇다고 현장의 분위기에 맞춰 연기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잘 안되면 잠을 못 자기도 한다. 불안해하기도 한다. 그런 성향이 (연기에) 도움이 되긴 한다. 미리 준비를 하게 되고, 밀도가 높은 연기가 나오는 것도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범죄도시’ 장첸을 통해 완전한 악역을 소화했고, ‘유체이탈자’에서는 반대의 지점에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선역과 악역을 연기하는데 확연한 차이를 느끼기도 하나. 
“관계성에서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어떻게 품고 있는지가 선과 악을 가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선역이든 악역이든 그 감정에 절대적으로 집중하려고 한다. 저 사람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바라보는지 먼저 생각하고 잡는다. 선역이든 악역이든 연기가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냥 다 너무너무 어렵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연기자들이 부럽기도 하다. 확실히 그런 배우들이 있더라. 그냥 툭 해도 잘 하는 배우들.”

점점 깊어지는 배우 윤계상. /(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점점 깊어지는 배우 윤계상. /(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더 선호하거나 본인에게 맞는 색깔의 장르나 연기가 있다면.   
“장르물을 더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 분위기가 온전히 영화를 감싸고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연기가 나와 맞는 것 같다. 관객분들은 나의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유체이탈자’처럼 궁지에 몰리고,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이런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전작 ‘말모이’(2019) 인터뷰 때 힘든 만큼 배우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감정을 느꼈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었나. 
“있었다. 진짜 신기한 게 뭐냐면, 그 역할에 대해 밀도 있게 연구하고 연기하다보면 그 사람의 감정이 느껴진다. 모든 배우들이 같은 지점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인물이 왜 그랬는지 연기하다보면 알게 된다. 이래서 그랬구나 하는 감정이 확 생겨나고 이해도가 높아진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안이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한 마디를 하게 된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그 대사를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촬영할 때 그냥 저절로 되더라. 그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다. 그런 순간에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가장 좋은 느낌을 받는 것 같다. 배우 참 잘했다 하는.”

-결국엔 이안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였다. 이 작품을 통해 사람 윤계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나. 어떤 점을 깨닫고 느꼈나.
“‘다른 사람으로 유체이탈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생각해 보니 슬프더라.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잃어버렸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 갖고 있는 위치나 경험이 소중해지는 것 같다. 모든 실수나 추억들이 존재하고 있는 윤계상을 잃어버리기 전에 지금의 나로서 살아가는 게 가장 행복한 게 아닌가 싶다. 이안은 자신의 추억이 없어졌기 때문에 찾는 것이고, 찾았을 때는 목숨을 던질 정도 모든 걸 버리면서까지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자신’으로 사는 게 가장 행복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작품도 고생을 정말 많이 했는데,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끝까지 완주해낸 것. 수고했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촬영하고 2년이 지났다. 2019년 9월에 촬영이 끝났던 걸로 기억하는데, 바로 드라마 ‘초콜릿’을 찍었다. 그때 얼굴이 안 좋다.(웃음)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다시 이 영화를 보니까 당시 윤계상이 생각나면서 참 수고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더라. ‘열심히 잘 했네,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아쉬움도 많이 남지만, 그래도 수고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을 정도로 대견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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