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전두환 전 대통령 빈소에 영정이 놓여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전두환 씨 빈소에 영정이 놓여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사망한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에 대해 조화와 조문, 추모를 생략하기로 했다. 전 씨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고,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끝내 역사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던 점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 청와대 차원의 조화와 조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브리핑에 대통령의 발언이 직접 소개되지 않았으나, 문 대통령이 전 씨에 대해 갖고 있던 문제의식은 그대로 드러난다. 이에 한 개인의 죽음에 대해선 명복을 빌었지만, 전 씨가  5·18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해 유혈 사태를 촉발했음에도 사과조차 없이 세상을 떠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박 대변인 명의의 브리핑에 대해 “전 전 대통령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진상규명에 협조하지 않았고,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다는 것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는 게 브리핑에 담겨 있다”며 “그 부분에 주목해 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변인 브리핑에 ‘전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선 “브리핑하기 위해 직책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한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직접적으로 말씀을 하신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번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 씨에 대한 입장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알 수 있었다. 지난달 26일 노 전 대통령이 사망했을 당시, 청와대는 서거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문 대통령의 ‘추모 메시지’를 박 대변인을 통해 유족과 국민에게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5·18 민주화운동 강제진압과 12·12 군사쿠데타 등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정책 추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성과도 있었다”며 유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또 같은 날 오후 노 전 대통령의 빈소에 조화를 보냈으며,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 등이 빈소를 찾았다.

또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서거(逝去)’라는 표현을 절제했으나 ‘추모 메시지’는 보냈다. 하지만 전 씨에 대해선 ‘사망’이라고 표현하며 추모 메시지조차 담지 않고 최소한의 예우만 보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번 브리핑 제목은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관련 대변인 브리핑’이고, 지난번은 ‘노태우 전 대통령 추모 관련 브리핑’이었다”며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그간 전 씨에 대한 평가를 명확하게 드러낸 바 있다. 이철희 수석은 지난달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 전 대통령은 국가장이나 심지어 국립묘지 안장(여부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과는) 완전히 다른 케이스”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와는 달리 전 씨는 국가장이나 국립묘지 안장 등의 예우는 없다. 전 씨의 유족은 가족장을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윤보선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처럼 가족장이더라도 정부에서 실무적인 지원단을 구성해서 지원했던 사례가 있었는데, 전 씨의 장례에 대해선 이같은 지원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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