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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엔칸토: 마법의 세계’ 최영재‧윤나라 애니메이터의 ‘확신’
2021. 11. 24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디즈니의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의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디즈니의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감독 바이론 하워드‧자레드 부시‧채리스 카스트로 스미스)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마드리갈 패밀리 중, 유일하게 평범한 주인공 ‘미라벨’이 마법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마을 ‘엔칸토’와 가족을 구하려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주토피아’ 제작진이 5년 동안 공을 들여 완성한 작품이자 ‘겨울왕국’ ‘알라딘’을 잇는 디즈니의 새로운 오리지널 뮤지컬로, 다채로운 음악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 경이로운 비주얼을 앞세워 또 하나의 ‘환상의 세계’를 스크린에 펼쳐낸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다양함을 포용하는 콜롬비아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캐릭터‧음악‧안무‧ 색감 등 영화 전반적인 부분을 다채롭게 그려낸다. 특히 디즈니 역대 가장 많은 캐릭터 수인 12명의 마드리갈 패밀리 캐릭터들이 펼치는 다양한 퍼포먼스는 영화의 가장 큰 묘미로 꼽힌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의 역대급 퍼포먼스의 탄생은 세 명의 공동감독 뿐만 아니라, 스토리보드 아티스트‧애니메이터‧음악팀‧조명팀 등을 포함한 약 800명의 아티스트가 긴 기간 동안 협력하며 재능과 노력을 쏟은 값진 결과물이다. 그리고 한국계 애니메이터 최영재와 윤나라의 애정과 노고도 힘을 더했다.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볼트’(2008)를 시작으로 지난 3월 개봉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까지 디즈니의 여러 작품에 참여했고, 윤나라 애니메이터 역시 ‘겨울왕국’(2014)을 비롯해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2019) 등에서 재능을 뽐냈다. 이번 ‘엔칸토: 마법의 세계’에서는 미라벨과 가족들이 함께하는 장면과 시퀀스에 참여했다. 

디즈니 한국인 애니메이터 최영재(왼쪽)와 윤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한국인 애니메이터 최영재(왼쪽)와 윤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최영재‧윤나라 애니메이터는 24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국내 취재진과 만나 ‘엔칸토: 마법의 세계’ 제작 과정과 비하인드스토리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코로나19 시대 완성된 작품이다. 재택근무로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소통했는지, 달라진 협업 형태는 어땠나. 
최영재 “재택근무로만 만든 두 번째 영화다. 전작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할 때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힘든 것도 새로워지더라. 개개인의 작은 스튜디오를 스스로 운영하는 기분이었다. 회사에서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혼자 집에서 하다 보니 시간도 많이 늦어지고 소통이 힘들어 아쉬웠는데,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환경 내에서는 최대한으로 잘 활용해서 한 것 같다. 디즈니에서도 작업이 늦어져도 인내심을 갖고 긍정의 말로 격려해 줘서 고마웠다.” 

윤나라 “회사에서도 나름 노력을 많이 했다. 주마다 한두 번씩 아침 9시에 다 같이 모여서 화상 연결을 통해 인사를 했다.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면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며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소통을 했는데 그게 없어져서 서먹했는데 디즈니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노력해줬다. 아쉬웠던 점은 이번 작품이 뮤지컬인데다 콜로비아의 전통 춤을 담았는데, 그걸 배울 기회가 없이 영상으로 밖에 공부를 하지 못했다는 거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전문적인 댄서의 도움을 받거나 수업을 듣기도 했을텐데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 그러나 결과물을 봤을 땐  뮤지컬의 장벽을 초월할 정도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작품에 참여한 애니메이터는 몇 명이었나. 각자 맡게 될 캐릭터나 시퀀스는 어떻게 배분을 했는지.  
최영재 “80여 분 정도였다. 2D 때는 캐릭터 별로 담당이 있었는데 3D 작업을 하면서는 컴퓨터그래픽으로 이미 만들어진 모델이 있고, 애니메이커가 움직일 수 있는 기본적인 셋업이 갖춰지기 때문에 캐릭터가 아닌 시퀀스 별로 나눈다. 2D와 3D는 작업 방식에 차이가 있다.”

윤나라 “만약 각자 선호하는 캐릭터가 있으면 말을 한다. 원하는 캐릭터를 하면 즐겁게 작업할 수 있으니 기회를 준다. 물론 항상 원하는 캐릭터만 할 수 없지만, 특별히 좋은 아이디어가 있거나 원하는 시퀀스가 있다면 반영해 준다.” 

12명의 주인공 캐릭터가 등장하는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12명의 주인공 캐릭터가 등장하는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캐릭터 표현을 위해 참고한 인물이나 실제 답사를 갔던 장소가 있나. 
윤나라 “보통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들어가기 전에 그 캐릭터를 맡은 배우에 대해 공부를 한다. 배우가 나온 영화,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등. 감독이 그 배우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들의 분위기나 연기하는 방법을 최대한 빨아들이려고 한다. 미라벨 같은 경우에는 누구나 아는 여자아이 같은 캐릭터라서 주변 친한 동생들이나 사촌동생 등 나이가 어리고 어리광부리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최영재 “감독이 참고할 만한 영화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스튜디오에 있을 때는 극장이 있어서 함께 영화를 관람하기도 한다. 캐릭터 외에도 그 지역에 맞는 제스처나 춤 동작 등은 전문 댄서와 화상으로 Q&A를 갖는다든지 그렇게 캐릭터에 포커싱 하는 노력을 한다.” 

-아이디어나 영감은 어디서 얻나. 
최영재 “그 신 안에 나를 들여다 놓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나를 그 캐릭터에 이입해서 움직일 수 있는 범위, 어떤 감정을 갖게 되는지 등을 고민하다. 그렇게 몰입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오르기도 하더라. 캐릭터에 집중하다 보면 캐릭터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다가 문득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윤나라 “스튜디오에 있을 때 나 자신을 카메라로 찍어본다. 직접 연기를 해보기도 한다. 최대한 그 신 안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연기를 해본다. 그런데 이번 미라벨과 아구엘라, 이사벨라는 여성 캐릭터였기 때문에 나 자신에서 끌어들인 건 없다. 컨설턴트들과 소통하면서 영감을 얻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만의 강점은 무엇이었나. 
윤나라 “우선 미라벨이 처지가 와닿았다. 스스로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좌절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도 굉장히 공감을 많이 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또 라틴계 문화를 고스란히 빨아들이고 그 풍을 영화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라틴계 영혼을 담은 것 같아 정말 좋았다.” 

최영재 “좋은 음악이 참 많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신나기도 하고 감성적이기도 한 노래들이 많은데, 볼 때마다 눈물이 나는 장면이 있었다. 매력적인 음악과 그것에 어울리는 춤,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춤도 있고, 라틴 음악과 어울리는 춤도 좋았다. 거기에 아름다운 색채와 화려한 영상미가 디즈니가 현재 갖추고 있는 기술력으로 표현을 다 해낸 것 같다.”

콜롬비아 문화권을 배경으로 다양성을 담아낸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콜롬비아 문화권을 배경으로 다양성을 담아낸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최근 디즈니가 다양한 문화권의 소재와 캐릭터 등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윤나라 “디즈니는 항상 다문화적인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스튜디오 내에서도 미국 회사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다문화적이다. 한국은 물론, 일본‧프랑스‧불가리아‧러시아 등 세계 인재들을 다 끌어모아놓은 환경이라, 항상 다문화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작품의 배경이 되는 콜롬비아는 다양한 인종이 많고 다문화적이다. 그걸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컨설턴트와 많은 공부를 했다. 역사부터 전통춤까지 직접 뛰어들어 공부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합작하고 있다.” 

-디즈니 입사를 꿈꾸는 예비 애니메이터 꿈나무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윤나라 “꿈을 정말 크게 가져라. 디즈니 애니메이터로 일하고 있는 친구 중에도 아직도 디즈니에서 일하는 것을 믿기 힘들다고 하는 친구가 많다. 노력하고 꿈을 크게 가지면 언제든 디즈니뿐 아니라 드림웍스나 픽사 등의 애니메이터가 될 수 있을 거다. 영화 대사 중에 ‘별이 빛난다고 하지만 별이 빛나는 건 불이 타기 때문에 빛나 보이는 것’이라는 대사가 있다. 그 말처럼 스타가 되기 위해 열정을 살렸으면 좋겠다.”

최영재 “한국인이 끈기와 성실함으로 유명하지 않나. 애니메이션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한 능력과 인내심을 한국 사람들은 다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차근차근 계단을 밟듯 올라오다 보면 디즈니에 올 수 있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욕심내서 한 번에 도전하려고 하지 말고 한 단계씩 실력을 쌓아나간다면 충분히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영재 “이전보다 격리된 공간에서 힘든 생활을 하는 분들이 있을 텐데, 영화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잔뜩 얻어서 좋은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 많은 사랑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