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의 진통이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윤 후보의 정치력도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연일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 후보 간 이상 기류가 장기화되면서다. ′정치인 윤석열′로서의 ‘첫 작품’인 선대위가 시작부터 흔들리면서 윤 후보의 정치력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미묘한 기싸움은 26일에도 이어졌다. 윤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만난 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도 이야기했지만, 김종인 박사님과 관련된 것에 대해 자꾸 말씀드리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김 전 위원장도 이날 종로구 사무실 앞에서 이 같은 상황과 관련해 “나는 아무 전달을 받은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총괄선대위원장직은 아예 고려 안 하시는 거로 보면 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김종인 전 위원장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임위원장직을 수락하고 열심히 할 것”이라며 “김종인 전 위원장이 어떤 입장이든 선대위는 손 놓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 역시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장 김병준 위원장이 상당한 주도권을 갖고 선대위를 운영하길 바란다”며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윤 후보는 아직까지 별다른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양수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후보 측에서는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김종인 전 위원장께 찾아가고 설득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속히 김 전 위원장을 모셔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주길 바라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공식적으론 김 전 위원장 영입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 논란 지속되며 정치력 의구심

문제는 이러한 논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윤 후보의 정치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윤 후보 스스로가 ‘김종인-김병준-김한길 체제’라는 큰 그림을 그렸고, 이를 공개적으로 알렸다는 점에서 당내 갈등의 책임이 오롯이 그의 몫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당내에서 피로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 대해 이준석 대표 역시 윤 후보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전 위원장의 입장은 바뀐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분의 요구사항을 명확히 보여서 후보가 판단하도록 시간을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상황을 둘러싸고 측근들의 인터뷰가 상황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도 그가 떠안게 된 리스크다. 관계자 ‘전언’이 관리되지 않으면서 후보의 진정성이 실종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린 보도들이 언론에 쏟아져 나오면서 윤 후보의 매력이 가려지는 측면이 컸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번 선대위는 윤 후보가 정치권에 진입해서 처음으로 자기가 만든 작품이었다는 게 큰 것”이라며 “(선대위 구성을) 발표를 하고 나서도 원톱을 못 모신다는 것은 리더십에 명백한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율이 됐으면 그대로 가야 했고, 안 됐으면 된 것처럼 이야기해 국민을 속인 상황이 된 것”이라며 “윤 후보 같은 경우는 당의 기반도 없고 정치를 해본 적도 없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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