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무진성이 첫 영화 주연작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증명했다. /NEW
배우 무진성이 첫 영화 주연작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증명했다.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낯선 배우 무진성은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탄탄히 내공을 쌓아온 9년 차 배우다. 데뷔작 ‘트윅스’(2013)를 시작으로 최근작 ‘구미호 레시피’(2021)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그리고 스크린 데뷔작이자 첫 영화 주연작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증명했다. 

‘장르만 로맨스’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현(류승룡 분)의 버라이어티 한 사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개성파 배우 조은지가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아,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갈등과 화해, 성장 등 다양한 관계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무진성은 극 중 천재 작가 지망생 유진을 연기했다. 유진은 7년째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 현의 위기의식을 자극하며 예측불허한 재미를 선사하는 인물이다. 20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무진성은 신선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한 것은 물론, 선배 류승룡 옆에서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줘 호평을 얻고 있다. 

무진성에게 ‘장르만 로맨스’는 특별한 의미로 남은 작품이다. 오랜 무명 생활과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있던 시기에 손을 내밀어 준 소중한 작품이자, 그동안 그가 얼마나 단단한 연기 내공을 쌓아왔는지 대중에게 제대로 알려줄 작품이기 때문이다.

‘장르만 로맨스’로 존재감을 뽐낸 무진성. /NEW
‘장르만 로맨스’로 존재감을 뽐낸 무진성. /NEW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무진성은 “앞으로 내가 선택한 작품들을 관객들이 의심 없이 보러 올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면서 “‘장르만 로맨스’가 그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첫 스크린 주연작이었다. 개봉 소감은. 
“설레기도 하고 믿기지 않는다. 오랜 시간 기다려왔기 때문에 설레면서도 두려움도 크다. 많은 분들에게 내가 연기한 역할이 어떻게 비칠지 걱정도 된다. 스크린을 통해 보니 낯설면서도 벌거벗겨진 느낌이 들더라. 눈동자 움직임을 보며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겠더라. 눈으로 말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오디션 과정이 궁금하다. 
“배우로서 슬럼프를 겪고 있을 때 이 영화의 오디션을 보게 됐다. 30대 중반이 되면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고 다른 직업을 알아봐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많은 부분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에 선물처럼 이 작품 오디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힘든 일을 계속 겪다 보니 ‘내려놓음’을 깨닫게 되더라. 욕심도 없어지고. 

예전 오디션에 임했을 때는 내가 가진 매력과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과할 정도로 오버페이스를 했다면, 이번에는 슬럼프 상황과 맞물려 있는 그대로 모습을 편하게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대신 후회 없이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그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두려울 게 없기에 당당했던 모습들이 작품 속 유진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또 나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주셨기에 캐스팅되지 않았나 싶다.”

-유진은 성소수자였다. 어떻게 다가가고자 했나. 
“특별하거나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앞으로 배우 인생을 하면서 만날 수많은 캐릭터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렇게 접근해서인지 힘들다거나 부담을 느낀다거나 그런 고민은 하지 않았다. 이 인물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이 작품에서 유진은 어떤 메시지로 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만 중점적으로 생각했다.” 

‘장르만 로맨스’에서 유진을 연기한 무진성 스틸컷. /NEW
‘장르만 로맨스’에서 유진을 연기한 무진성 스틸컷. /NEW

-이 작품에서 유진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이었나. 
“유진은 감정에 솔직하고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인물이다. 그런 유진을 보며 관객들도 삶을 살아가면서, 혹은 사람과의 관계를 맺을 때 어떤 에너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뭉클하면서 강렬하게 다가온 대사가 있는데, ‘바라는 게 없는데 어떻게 상처를 받겠어요’라는 유진의 말이다. 정말 좋아하는 대사인데, 나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어떤 사람과 연을 맺고 마음을 주게 되면 바라는 게 없다고 하더라도 조금씩 바라는 게 생기지 않나. 그런 과정에서 상처를 받기도 한다. 유진은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하고 한 차원 더 성숙한 사랑의 표현 방식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점에서 보는 이들도 스스로를 한 번쯤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코미디적인 요소도 강한 작품이었다. 코미디 연기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연기로 봤을 때 비극보다 희극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러움 속에서 묻어나야 하는데, 연기라는 것도 계획하고 만들어가는 것이지 않나. 최대한 걸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류승룡 선배와 거의 모든 신을 함께 나왔는데, 워낙 베테랑이셔서 많이 이끌어져주셨다. 나는 물 흐르듯 따라갔고, 자연스럽게 물들어가면서 코미디를 표현할 수 있었다. 후배인 내가 먼저 선배에게 다가가는 게 맞지만, 류승룡 선배가 때로는 먼저 손을 내밀어주기도 하며 다가와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유진은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 존재로 남았나. 
“유진을 연기하면서 울컥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 친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뭉클했다. 그래서 진심을 다해 그 친구의 마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현이 유진에게 그랬듯, 나 또한 유진을 통해 큰 위로를 받았다.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자 캐릭터였다.”   

슬럼프 후 더욱 단단해진 무진성. /NEW
슬럼프 후 더욱 단단해진 무진성. /NEW

-앞서 슬럼프를 겪었다고 했는데,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하다.  
“시작이 오히려 어려움 없이 잘 풀렸다고 생각한다. 쟁쟁한 선배들을 배출한 좋은 학교에 입학하게 됐고, 졸업하자마자 유명한 기획사에 들어가 바로 데뷔를 하게 됐다. 그와 동시에 작품 두 개를 연달아 하며 쉴 새 없이 일을 했다. 그러다 여러 문제로 인해 조금씩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만약 계속 잘 돼왔다면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도 없었을 것이고, 일을 하는 것에 있어 소중함을 느끼지도 못했을 것 같다. 이번 영화를 통해 나라는 배우를 알게 되는 분들이 많이 계시겠지만, 하루아침에 이 역할에 캐스팅된 것이 아니라 많은 고민의 시간과 실패, 상처가 응축된 끝에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거다. 유진 캐릭터를 위해 노력한 부분에 대해 좋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명 여의주에서 무진성으로 활동명을 바꾼 것도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함이었나. 
“맞다. 전환점이 필요했고, 지인의 권유로 이름을 바꾸게 됐다. 나의 마음가짐을 다잡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름을 바꾸고 나서부터 조금씩 좋은 역할을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과정을 쭉 이어오다 지금의 유진을 만났다.”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해준 무엇이 있다면. 
“관계다. 옆에서 응원해 주는 분들이 상당히 많더라. 기쁠 때 함께하는 사람은 많은데 정말 힘들 때 곁에서 진심으로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더라. 그런 시간들을 통해서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고, 그 관계들이 나에게 힘이 됐고 버틸 수 있게 해줬다.”  

-앞으로 어떻게 쌓아가는 배우가 되고 싶나. 
“‘장르만 로맨스’가 많은 분들에게 나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유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나라는 배우의 물음표가 느낌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내가 선택한 작품을 관객들이 의심 없이 보러 와줄 수 있는 배우로 남았으면 좋겠고, ‘장르만 로맨스’가 그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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