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종서가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감독 정가영)로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다. /CJ ENM
배우 전종서가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감독 정가영)로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다.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전종서가 ‘카리스마’를 벗고, ‘사랑스러움’을 입었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감독 정가영)를 통해 첫 로맨스에 도전한 그는 세고 강렬했던 전작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내고 새로운 얼굴로 관객을 매료한다. 로맨스까지 잘할 줄 몰랐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연애는 싫지만 외로운 건 더 싫은 자영(전종서 분)과 일도 연애도 뜻대로 안 풀리는 우리(손석구 분)가 이름, 이유, 마음 다 감추고 특별한 로맨스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독립영화 ‘비치온더비치’ ‘밤치기’ ‘하트’ 등을 연출한 정가영 감독의 첫 상업영화 연출작으로, 요즘 남녀의 연애관을 솔직하고 위트 있게 담아냈다. 

전종서는 마음만은 연애에서 은퇴한 스물아홉 자영을 연기했다. 거듭되는 연애 실패에 연애 포기를 선언한 자영은 뚜렷한 소신으로 누구보다 자신의 감정과 본능에 충실한 인물이다. 자영은 기존 로맨스 장르에서는 볼 수 없던 당차고 신선한 매력으로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하는데, 자신만의 색깔을 더해 사랑스러우면서도 개성 있는 캐릭터를 완성한 전종서 덕이다. 

이번 작품으로 첫 로맨스에 도전한 전종서는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과 몰입도 높은 열연으로 거침없고 솔직한 매력의 자영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 호평을 얻고 있다. 정가영 감독 특유의 필터링 없는 대사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소화하며 자신의 감정과 본능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자영의 매력을 사랑스럽게 담아냈다. 

특히 데뷔작 ‘버닝’, 그 다음 작품인 ‘콜’에서 보여준 강렬한 캐릭터를 완전히 탈피한 새로운 얼굴을 그려내 이목을 끈다. 연이어 세고 임팩트 강한 연기를 보여준 탓에 ‘장르물에만 어울리는 배우’라는 인식도 있었으나, 우려를 깨고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하며 자신의 진가를 또 한 번 입증했다.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전종서. /CJ ENM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전종서. /CJ ENM

최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전종서는 ‘연애 빠진 로맨스’를 두고 “솔직하고 거침없는 매력의 작품”이라며 “극장에서 웃으면서 기분 좋게 보다가 영화관 밖으로 나오면 바로 까먹어 버리는 영화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기존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어떤 점에 끌렸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새롭다고 느꼈다. 정가영 감독님만의 맛이 있었다. 대사도 발칙하고 당돌하고 솔직한 매력이 있었다. 캐릭터도 거침없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어떤 자극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재미로 작용할 수 있겠다 싶었다. 어려운 시기에 운 좋게 개봉을 하게 됐는데, 어떻게 봐주실까 궁금한 마음이다. 나는 정말 좋았다.” 

-‘버닝’ ‘콜’과는 전혀 다른 결의 작품인데다 첫 로맨스 도전이었다. 어려움은 없었나. 
“차기작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로맨스를 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전적으로 시나리오가 재밌었기 때문이다. 연기를 하면서 어려웠던 것은 상대 배우와 계속해서 주고받는 호흡이 필요한 작품은 처음이었다. 많은 영화를 한 건 아니지만 전작들에서는 거의 닫혀있고 알 수 없고 독립적이고 혼자서 계속해서 뭔가를 하는 역할이었는데,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는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고 귀를 열고 들어야 하고 거기에 맞게 반응해야 하고 또 그런 것들이 박자에 잘 맞게 이뤄져야 하는 것들이 어려우면서도 재밌었다.”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연기에 대한 호평이 나오고 있다. 로맨스까지 잘할 줄 몰랐다. 새로운 캐릭터와 만날 때 본인만의 특별한 접근 방식이 있다면. 
“부끄럽다. 어떤 캐릭터를 만나면 반대로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사실 자영도 되게 보수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썼다. 다른 캐릭터들도 그랬다. ‘콜’ 영숙도 무섭긴 하지만 무서운 연기를 하려고 하진 않았다. 특별한 방식까지는 아니지만, 반대로 접근하려고 고민을 많이 한다.”

‘연애 빠진 로맨스’로 호흡을 맞춘 손석구(왼쪽)와 전종서. /CJ ENM
‘연애 빠진 로맨스’로 호흡을 맞춘 손석구(왼쪽)와 전종서. /CJ ENM

-자영은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자영은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고, 그렇지 않다고 하기에는 평범한 것 같은 알쏭달쏭 한 인물이다. 한 끗 차이로 아예 다른 영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우려가 있었고 조심스러웠다. 자칫 비호감으로 비칠 수 있고 오해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 연속되기 때문에 가볍지만 가벼운 게 다가 아니면서도 이 인물이 왜 이러는지에 대해 관객이 따라올 수 있도록 고민하고 조심했다. 생각하지 않고 봐도 될 정도로 단순하게 느낄 수 있도록 어렵지 않게 연기 하고자 했다. 외로워서 저러는구나, 무서워서 저러는구나, 상처가 있어서 그렇구나, 저 마음 뭔지 알 것 같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자영의 연애관에 대해서는 어떤 공감을 했나.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떤지도 궁금하다.
“이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상처가 너무 크기 때문에 계속 회피하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확인하려 한다. 누구나 다 한 번쯤 그런 시기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 나의 연애 스타일은 잘 모르겠다. 그냥 가장 가깝게 지내는 것 같다. 되게 순수하게 사랑한다. 다 주는 편이다. 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입증한 전종서. /CJ ENM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입증한 전종서. /CJ ENM

-손석구와의 호흡은 어땠나. 
“정말 잘 맞았다. 유머 코드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상대 배우와 이 정도까지 많이 대화하거나 촬영이 겹치거나 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웃음 포인트가 둘이 비슷하고 담백하게 주고받는 것들이 편했다. 연기하지 않는 순간에도 따로 있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한두 마디 더 해보고 싶은 사람이었다. 

-힘을 뺀 연기를 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느꼈을 것도 같은데, 어떤 매력을 느꼈나.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같이 연기하는 재미를 처음 느꼈다. 혼자 연기하는 건 편리하다.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박자를 맞출 필요도 없고,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연기를 하면 된다. 그런데 상대 배우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연결돼 있는 건 그만큼 신경 쓸 것도 많았고 조심할 것도 많았다. 둘이 같이 하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함께 연기하는 작업을 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상대 배우가 손석구여서 이렇게 느낀 것 같기도 하다. 정말 잘 맞았다. 누군가와 연결돼서 연기하는 게 정말 매력적이구나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작품들에서 혼자만의 뭔가에 빠져있고 그런 거에서 오는 쓸쓸함이 있었던 것 같다.”

-‘연애 빠진 로맨스’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
“좋은 의미에서 싸구려 캔커피 같은 영화다. 부담 없이 사서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캔커피처럼 이 작품 역시 편하고 재밌게 볼 수 있다. 요즘 내가 점점 직관적으로 변하고 있다.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재밌는 걸 원한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극장에서 웃으면서 기분 좋게 보다가 영화관 밖으로 나오면 바로 까먹어 버리는 영화였으면 한다. 여운이 길게 남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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