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향한 단일화 압박에 나섰다. 국민의당은 즉각 불쾌감을 드러내며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선 국면에서 양측의 기싸움이 시작된 상황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의 시선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향하고 있다. 대선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분열된 야권의 교통 정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대위 ‘원톱’을 맡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노골적으로 안 후보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국민의당은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양측간 기 싸움이 시작되는 모습이다.

싸움은 김 위원장이 먼저 걸었다. 그는 국민의힘 선대위 공식 출범일인 지난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 대표가) 본인이 스스로 윤석열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의 구상은 일반적인 ‘단일화’와는 결이 다르다. 사실상 안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 범보수 진영에서 윤 후보를 단독 후보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의 압박은 안 후보가 강조한 ‘정권 교체 의지’를 근거로 한다. 그는 “안 후보 같은 경우 본인이 정권교체를 위해서 뭐든지 하겠다고 얘기를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TV조선과 인터뷰에서도 “합리적 판단을 할 사람 같으면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봐서 대통령 선거를 끝까지 가야 할 것인가 본인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지율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만큼 안 후보가 양보할 필요가 있다는 뉘앙스다.

이같은 논리는 즉각 국민의당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이 김치국을 한 사발 들이키신 건가”라며 “선거판에서 상왕 행색을 했던 경험으로 미리 책임 전가할 대상을 물색하고 있나”라고 비판했다. 9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 선대위 회의에서도 김 위원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권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의 앞으로 행패질 할 갑질의 강도가 느껴지는 예고편”이라고 비판했다.

◇ ‘단일화 없다’… 국민의힘-국민의당 ‘팽팽’

물론 국민의힘에게 단일화는 일종의 ‘선택지’로 여겨진다. 정권 교체 여론이 높은 데다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국면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은 만큼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 선대위 첫 회의에서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체험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가 후보를 중심으로 자신감에 충만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단일화에 대해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교통정리가 어떤 식으로든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선거가 지속될수록 박빙의 승부가 이어질 것인데, 당장 야권의 표 분열은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안 후보를 끌어 안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온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8일) 페이스북에 “김종인, 이준석 두 분이 돌아와 원팀이 된 지금 우리가 취해야 할 다음 움직임은 뭐가 돼야할까”라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안 후보와 단일화하는 것과 호남 출신 국무총리 후보를 미리 지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안 후보의 ‘종로 출마’를 권고하자는 목소리도 새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 후보가 ‘완주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어 당장은 단일화를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선임했고, 2차 인선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나름대로 선거 운동을 하려는 것”이라며 “후보 자체가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안 대표는 이날 선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 위원장의 압박을 “듣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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