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현 상황에서 남북관계 복원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는 모습.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의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 회의는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여부를 결정할 것인지 눈길이 쏠린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는 모습.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10시 화상으로 개최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의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 회의에는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대만, 러시아와 긴장 관계에 있는 우크라이나 등이 참석한다. 특히 대중(對中) 견제 성격이 강한 이 회의에 문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한국이 표면적으로는 중국 압박에 동참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첫 세션(권위주의 차단 세션)에 발언자로 예정돼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성과를 공유하고, 국제사회의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우리의 기여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 중국 견제 성격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하는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는 △권위주의에 맞선 민주주의 수호 △부패 해소 △인권 촉진 등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등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월 출범 초기부터 대중 견제를 위해 동맹국 규합에 활용해온 핵심 가치다. 이번 회의 주요 의제만 보더라도 중국을 명시만 하지 않았을 뿐, 중국 견제 성격이 드러난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번 회의엔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110여개국이 참여한다. 

문제는 현재 우리 정부가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은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며 호주와 뉴질랜드, 영국, 캐나다 등의 보이콧 동참을 이끌어냈다. 게다가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중국을 배제하고 대만을 초청해 양국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초청 대상에서 제외된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양국 주미 대사 명의의 공동 의견서에서 “냉전 사고방식의 산물”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전세계 100여개국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아시아 지역의 민주주의 선도 국가인 우리나라가 참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중국이나 러시아 측도 기본적으로 우리나라가 이 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선택의 시간 다가와… 종전선언도 고려해야

하지만 문 대통령이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관측이 대다수다.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이 굳건하다고 강조하는 가운데,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 중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미국이 올림픽 보이콧 여부를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 할지라도, 회의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한국의 보이콧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올림픽 보이콧에 대해 아직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만일 우리 정부가 민주주의 국가라는 명분 하에 한미동맹 공조 차원에서 미국의 요구대로 할 경우,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제2의 사드 보복’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중국발(發) 요소수 사태를 잠재운 지 오래되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반대로 올림픽에 참석하면 한미동맹 공조 실패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은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종전선언의 주체이기도 하다. 미국과 종전선언 문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중국도 최근 종전선언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종전선언을 생각해 올림픽에 참석한다 하더라도, 실익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 협상의 진행 상황이나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지 등이 참석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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