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2021년을 마무리하는 연말이 찾아왔다. 올해 연말 분위기는 지난해보다 더 썰렁함이 감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매서운 가운데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2년간 무섭게 치솟은 집값으로 무주택자들의 시름은 더 깊어진 모습이다. 

“하루아침에 벼락거지가 된 기분이다.” 얼마 전 만난 한 금융권 관계자가 최근 집값 폭등 현상에 씁쓸함을 표하며 한 말이다. ‘벼락거지’는 자신의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가리키는 뜻이다. 열심히 돈을 모아 내 집 마련을 준비해오던 사람들은 최근 2년간 이어진 집값 상승세에 상대적 박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2년 새 수도권의 집값은 그야말로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 평균 주택 평균 매매 가격은 대출 규제선인 9억원을 넘어섰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시장 동향 통계에 따르면 11월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의 평균 매매가격은 9억185만원을 기록했다. 유형별로 보면 아파트는 12억3,729만원, 단독주택은 9억5,475만원, 연립주택은 3억3,492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4월 최초로 7억원대를 돌파한 이후 올해 2월 8억원을 넘어섰으며, 9개월 뒤엔 9억원을 돌파했다. 

경기도의 집값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경기 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 4월에 5억원을 넘어선 뒤, 7개월 만에 6억원 돌파했다. 서울 아파트 값이 뛰면서 이에 대한 풍선효과로 경기도  집값 역시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들어 ‘매매가격전망지수’가 하락하고 있어 내년엔 집값에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무주택자 서민들은 한숨은 깊다. 2~3년 전 집값 수준으로 당장 돌아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대출 규제 부담으로 섣불리 내 집 마련에 나서기도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수도권 집값은 대출 규제 선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실거래가 9억원 초과분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낮아지는 만큼 대출로 자금을 융통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표적인 서민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은 6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따라 대출 문턱이 높아진데다 금리까지 본격적인 상승기에 진입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느 정도 근로소득과 자산을 쌓은 이들마저도 섣불리 내년 ‘내 집 마련’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에도 ‘가계부채’와 ‘집값 잡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강도 높은 규제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칫하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한 마리 토끼도 잡지 못할 수 있다. 실수요 무주택자들은 깐깐해진 대출 심사와 규제, 치솟은 금리, 높아진 집값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실수요 무주택자들이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한 정책적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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